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연일 새로운 인사가 발표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기용되기 어려운 새로운 정부 스타일에 부합하는 인사들을 보니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이 실감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의 코드만을 공유하는 '코드인사'는 옳지 않다는 비판이다. 코드인사론은 노무현 정부 초기를 가장 괴롭힌 단어이기도하다.

그런데 만약 '코드인사' 대신 '철학인사'라는 단어로 비판했으면 어땠을까? 대통령의 철학만을 공유하는 편중된 인사라는 의미로 '철학인사'를 사용했다면 얼마나 공감대를 이끌 수 있었을까? "대통령의 철학만을 공유하는 철학인사는 옳지 않다"고 말하면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새 정부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 임용한다는 비판 보다는 "임명권자의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임명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이렇듯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단어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매우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조세용어도 단어 자체가 가진 뉘앙스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먼저 특소세. 특소세는 특별소비세의 줄임말이다. 부가가치세가 모든 품목에 같은 세율(10%)로 붙는 보편적 소비세라면 특별소비세는 특별한 품목에만(보통 사치품) 추가로 과세하는 특별한 소비세이다. 그런데 냉장고, 세탁기, TV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게 되자 특별소비세 부과는 옳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냉장고가 사치품이라는 논리를 찾기 어려운 정부는 특별소비세의 이름을 개별소비세로 전환했다. 개별소비세로 이름을 바꾸니 냉장고, TV는 특별히 세금이 부과되는 사치품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물품이 되었다.

개별소비세로 이름이 바뀌고 10년 동안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에 부과되던 이 세금은 다행스럽게도 2016년 12월에 폐지되었다. 지금은 보석, 휘발유, 자동차, 담배, 도박장 등에만 부과된다. 더 이상 '특소세'라고 말하지 말고 '개소세'라고 말하자.

조세용어 속 숨은 의미
 잘못쓰고 있는 조세용어가 의외로 많다
 잘못쓰고 있는 조세용어가 의외로 많다
ⓒ 참여사회

관련사진보기


둘째, 양도세. 양도세는 양도소득세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양도세라고 하면 자산을 양도할 때 내야 하는 거래세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양도세는 자산을 양도하는 거래 과정에서 내는 세금이 아니다. 양도소득세라는 풀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산을 양도할 때 차액이 발생하여 소득이 생기면 부과되는 소득세의 일종이다. 노동해서 생긴 소득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고 이자 발생엔 이자소득세를 내는 것처럼 자산 양도 시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는 당연해 보인다. 한마디로 '양도세'라고 하면 좀 아깝게 느껴지지만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은 수긍할 만하다. 이젠 가능하면 양도소득세라고 풀네임을 부르자.

셋째, 상속세. 상속은 사망에 따라 망자의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다. 즉, 죽지 않으면 상속할 수 없다. 언론 등에서도 이재용이 상속세를 46억 원밖에 내지 않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이재용은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이건희 회장이 아직 법적으로는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조 원 이상의 재산을 사실상 증여 받으면서 이재용이 내야 할 돈은 상속세가 아니라 증여세다.

마찬가지로 법인은 사망하지 않으니 상속세 부담이 없다. 최근 어떤 경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상속세와 증여세를 올리면 기업에 많은 부담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전혀 없다. 기업은 사망하지 않는다. 지배주주가 사망할 뿐이다. 지배주주가 사망하면 그 상속세를 내는 것은 기업이 아니다. 지배주주의 재산을 상속받을 어떤 개인일 뿐이고 상속세를 올려도 기업은(법인은)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상속세는 증여세, 수도세는 수도요금이라 말해야 적절하다
 상속세는 증여세, 수도세는 수도요금이라 말해야 적절하다
ⓒ 참여사회

관련사진보기


이 밖에도 잘못 쓰고 있는 조세용어가 많다. 없어진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자주 쓰이고 있는 '갑근세'가 그렇다. 갑근세는 갑종근로소득세의 줄임말이다. 예전에는 갑종근로소득세, 을종근로소득세가 따로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없어졌으니 그냥 근로소득세라고 하면 된다. 집세, 토지세, 수도세, 전기세도 쓰지 말아야 할 단어다. 이들은 모두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세나 토지세는 임차료라고 부르자. 그리고 수도세, 전기세는 수도요금, 전기요금이라고 하자. 불필요하게 세금이 많게 느껴진다. 조세용어에도 정명론(正名論)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민님은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입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이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일합니다.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고.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가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