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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장 골목에 소문난 맛집이 많은 영천시장.
 작은 시장 골목에 소문난 맛집이 많은 영천시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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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한 골목을 따라 나 있는 서울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동네시장 영천시장(서대문구 영천동 268)은 인근에 좋은 여행지가 많아 들르기 좋은 시장이다. 바로 앞에 독립문과 서대문독립공원,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있다. 눈 시원한 봉수대와 큰 인공폭포가 있는 안산자락길과 찻길 건너로 들머리가 이어진 인왕산길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3호선 전철 독립문역이 가까워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많은 전통시장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회생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작은 시장들이 더 많다. 그런 시장들을 살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장터 안에 있는 '스타점포'다. 영천시장에도 그런 가게들이 있다. 250m 골목길에 자리한 130여 개 점포 가운데 거의 반이 요식업종이다. 작은 시장에 비해 소문난 맛집이 많은 영천시장 '스타 맛집' 세 곳을 꼽아 보았다.

첫 번째 스타 맛집은 시장 입구에서 자리하고 있다. 무려 38년을 한 가지 메뉴로 묵묵히 이어온 할머니의 '원조 떡볶이'. 떡볶이의 외양은 할머니처럼 평범하고 수수하기만 한데, 이상하게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떡볶이에 들어간 건 할머니의 오랜 경험이 쌓인 양념에 어묵 국물, 대파가 전부다.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게 어릴 적 먹었던 추억의 떡볶이 맛이라고 칠순의 할머니께 말했더니 동의하셨다.

추억의 옛날 떡볶이로 소문난 할머니 떡볶이.
 추억의 옛날 떡볶이로 소문난 할머니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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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지만 자꾸만 찾게 되는 할머니 떡볶이.
 평범해 보이지만 자꾸만 찾게 되는 할머니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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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비결은 '옛 맛'이야.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들에게 해 주던 옛날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거지. 다른 건 없어요."

다채롭고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멀리서 떡볶이 순례를 하러 온 손님들까지 있을 정도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얼마 전 SBS 먹방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오면서 그 맛을 인정받기도 했다. 10년 넘게 1인분에 2000원 가격을 유지하고 있단다. '영천 떡볶이집'과 '갈현동 할머니 떡볶이 둘째네'집이 고유의 맛으로 원조 떡볶이 집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줄 서서 먹는 꽈배기집이다. 오래전부터 영천시장엔 꽈배기집이 많았다고 한다. 소문난 '달인 꽈배기'집은 꽈배기 하나로 35년이나 장사를 했다니 달인 소리를 들을 만했다. 이 가게도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다.

"1980년대에 영천시장이 꽈배기 골목으로 유명했어요. 꽈배기 집만 15곳이나 됐었죠." 

영천시장 꽈배기 맛에 일조하는 큰 무쇠 가마솥.
 영천시장 꽈배기 맛에 일조하는 큰 무쇠 가마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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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은 손반죽 기술이 농축된 영천시장 꽈배기.
 30년이 넘은 손반죽 기술이 농축된 영천시장 꽈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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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 '영천 원조 꽈배기'집 주인장의 전언이다. 수십 년 손반죽 기술이 농축된 영천시장 꽈배기는 한 번 먹으면 꽈배기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을 감수하고 또 찾아오게 된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꽈배기집답게 도매 영업도 한다. 튀겨져 나온 꽈배기에 설탕을 묻혀서 먹지만, 난 그냥 먹는다. 손반죽한 꽈배기의 쫀득함과 큰 가마솥에서 튀겨낸 고소한 맛이 제대로 느껴져서다. 설탕을 바르지 않아도 맛있는 꽈배기는 영천시장이 유일하지 싶다.

게다가 천 원에 꽈배기 4개를 주는 싼 가격도 인기에 한 몫. 토실토실한 팥 도넛은 3개에 천 원이다. 영천시장에 가면 꼭 들르다보니 꽈배기 맛이 좋은 다른 이유를 알게 됐다. 커다란 무쇠 가마솥이다. 가마솥은 밥을 해도, 국을 해도 제 맛이 나는 만능요리 도구지 싶다.

시장 맛집들 이외에 유명해진 먹거리가 있는 바로 '고루고루 도시락 뷔페'다. 도시락 뷔페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시장에서 개발한 먹거리다. 통인시장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기획했다. 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를 천 원 단위로 구입,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시장통 한가운데 야외에 공간을 마련했다.

시장 맛집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고루고루 도시락 뷔페.
 시장 맛집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고루고루 도시락 뷔페.
ⓒ 뷔페 메뉴판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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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뷔페 먹거리를 살 수 있는 점포용 표시 막대기.
 도시락 뷔페 먹거리를 살 수 있는 점포용 표시 막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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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의 3곳에서 파는 5000원짜리 쿠폰을 구입하면 빈 도시락통을 준다. 쿠폰은 고루고루에서 따온 노란색 'ㄱ'자 모형이 걸린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먹거리를 골라 도시락에 담으면 자신만의 뷔페 도시락이 완성된다. 떡볶이·순대·꼬마김밥 외에도 각종 한식반찬·모듬전·닭강정 등 영천시장 대표 맛집들 음식을 고루고루 먹을 수 있다. 목요일에서 토요일까지(오전 11시에서 3시) 운영한다.

집 식구들이 반한 반찬가게 '군산김치'집이 있어 영천시장에 정기적으로 가다 보니, 작은 시장에 소문난 맛집이 많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동네골목시장의 특성상 시장 사람들에게 손님은 모두 이웃이다. 가까운 이웃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이게 된다. 거기에 이웃 간에 나누는 정다움과 소통이 더해졌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기 : 서울 3호선 전철 독립문역 4번 출구 도보 5분
* 영천시장 소셜 미디어 : www.facebook.com/sijangyc
* 지난 5월에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 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영천시장, #원조할머니떡볶이, #달인꽈배기, #고루고루도시락뷔페, #스타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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