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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수문개방을 하루 앞두고 낙동강에서 삽질을 했다. 한 삽 풀 때마다 꿈틀거리는 괴생명체가 3~4마리씩 올라왔다. 시뻘겋다. 붉은 마디 끝에 집게발이 있는 건 붉은 깔따구 유충이다. 너무 가늘어서 붉은 실같이 보이는 건 실지렁이다. 두 생명체는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최악 수질 지표종이다.

삽 위에 올라온 건 새까만 펄이다. 간혹 모래가 섞여 나오기도 했는데,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살 수 있는 붉은 생명체. 이쯤되면 드글드글하다고 봐도 된다. 낙동강은 영남인들의 식수원이다. 이 물을 정수해 먹는 인구는 1300만 명이나 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아래 사진을 한번 보시라. 낙동강 펄에서 막 건져올린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다.

정수근 기자가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에서 30여분 삽질을 했는데, 40여마리 잡았습니다. 환경부가 최악 수질 지표종으로 삼은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들입니다.
 정수근 기자가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에서 30여분 삽질을 했는데, 40여마리 잡았습니다. 환경부가 최악 수질 지표종으로 삼은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들입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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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는 31일 오전 삽을 들고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었다. 제일 먼저 정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죽은 물고기였다. 붕어 몸에 파리가 대여섯마리 달라붙었다. 가까이 가니 역한 냄새가 확 풍겼다.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쪽의 물고기 사체.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쪽의 물고기 사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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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너무 흔해서..."

정 기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삽을 들고 가슴께까지 차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한 삽 퍼서 강변에 펼치고 맨손으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 수색에 나섰다. 검은 펄 속에서 빨간색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30여분간 작업을 해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 40여 마리를 잡았다.

이곳의 강 건너편은 대구시민들이 자주 찾는 화원유원지다. 유람선도 떠다닌다. 녹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유람선 스크루에 휘말리는 물이 걸쭉한 녹색이다. 이른바 시궁창 물위에 떠다니는 '녹조 유람선'이다.    
  
이곳에서 18km 하류 지점에 4대강 사업으로 달성보가 섰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내일(1일) 달성보의 수문을 연다. 상시 개방하는 게 아니라 수위만 50cm 낮춘다.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의 서식처인 시궁창 펄이 씻겨 내려갈 리 없다.    

정수근 기자는 "작년 여름보다 더 많이 잡히는 것을 보니 수질이 그만큼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달성보 수위를 약간 낮춰서 해결한다는 건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국토부와 환경부가 면피용으로 수위만 조절했다"면서 "낙동강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낙동강 수문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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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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