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젖을 먹고 있는 아기
▲ 모유 수유 젖을 먹고 있는 아기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출산 후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모유 수유에 대한 것이다.

난 정말 쉽게 생각했다. 애가 알아서 잘 쭉쭉 먹겠지. 그런데 웬걸 내 아이는 3개월여가 지나도록 젖을 빨지 않으려고 했다.

출산 후 바로 먹이고 싶었지만 진통약을 먹은 상태라서 하루 있다가 젖을 물렸는데 그래도 입술이 뒤집어질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하지만 양이 적고, 37주만에 일찍 나와서 그런지 아이가 황달이 왔다. 광선치료로 빨리 낫게 하고 영양을 보충해주는 게 중요했기에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유축을 해서 먹였다. 그때부터 난 마치 젖소가 된 기분이었다. 아이는 치료를 받느라 얼마 보지 못하고 난 조리원에서 아이를 많이 먹이려고 유축기로 짜느라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아이와의 교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아이가 먹을 것이기 때문에 모유의 양에 민감했다. 조리원에 아이를 먹이기 위해 유축한 젖병을 모아두는 곳에 가면 양이 많은 걸 보면 참 부러웠다.

눈물로 짜낸 모유 대장정   

집에 와서도 습관이 돼서인지 직수를 하려하지 않고 젖병만 찾았다. 매번 물리려고 시도했지만 아이는 계속 거부했고 차츰 포기할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자 아기가 딸꾹질을 해서 멎게 하려고 한번 젖을 물려보니 그때부터 직접 젖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수를 성공했단 기쁨도 잠시였다. 친정 엄마께서도 분유를 먹였고, 주변에서 모유수유를 경험한 사람이 없어서 젖을 물리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책이나 영상을 통해 봤지만 아이가 젖을 보면 달려들어 물기 바빠서 잘못 물리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 젖을 먹일 때마다 너무 따갑고 아파서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먹였다. 유두가 다 헐고 피가 나서 연고를 발라야 했는데 아기가 먹는 거에 바르기가 걱정되어 그것도 몇 번 바르지 못했다. 

직수를 하고 며칠 지난 아침, 젖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지고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 열이 끓기 시작했다. 산부인과 응급실에 가니 그제야 선생님께 제대로 수유하는 법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유륜까지 깊게 물려야 했는데 난 그걸 몰라 유두만 얇게 물렸던 것이다. 이후 올바르게 수유를 하니 아프지 않고 젖이 굳지도 않았다.

젖이 잘 나오지 않아, 혹은 젖이 너무 잘 나와 유선염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엄마들. TV나 영화에 나오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따뜻한 수유 모습은 그저 환상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렵게 모유 수유를 성공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모유 수유하며 영양도 챙기기

모유 수유를 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영양이었다. 갓난아기들의 경우 야외 활동이 적기 때문에 햇볕을 자주 쬐지 못하기 때문에 비타민D결핍이 생기기 쉽다. 이때 심하면 구루병이 올 수 있다고 한다. 구루병이란 비타민D결핍이 되면 성장판에 이상이 생기고 뼈가 약해지는 증상이 생겨 심한 경우 '오자다리'가 되기도 한다.

하루 2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비타민D를 충분히 채울 수는 없다고 한다. 모유에 풍부한 영양이 들어있긴 하지만 구루병을 예방할 수 있을 만큼의 비타민D가 부족하다. 물론 이른 나이에 약을 먹이는 걸 꺼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여 약국이나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과개원의협회 사이트에서 구입해보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다들 잘 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이 들까. 속상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우려와 달리 무려 21개월 동안 모유수유를 했다. 처음에 아기가 젖을 물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해보면 언젠간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알아 줄 날이 올 것이다.

모유수유하는 게 당연할 필요는 없다

꼭 모유수유를 권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분유를 먹이면 아이가 면역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하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3개월간 유축하는 게 힘들고 손이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다. 거기서 쌓인 짜증으로 아기를 편히 안아주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것은 엄마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고, 엄마가 힘들면 고스란히 아이에게도 영향이 간다. 모유의 양이 적거나 몸이 좋지 않을 시에는 분유를 먹어도 아이는 충분히 건강하게 잘 자란다. 중요한 건 엄마와 아이가 편안하게 교감하고 모유건 분유건 영양을 잘 섭취하는 것이다. 

모유 수유 정보, 이것만은 꼭 챙겨라! 

1. 양쪽 유축기
시중에는 다양한 유축기가 있다. 대부분 산후조리원에서 쓰던 유축기를 사는데, 보통 한쪽 가슴만 유축을 하는 걸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 선을 양쪽 유축을 하는 걸로 연결하면 같은 시간에 양쪽 가슴을 유축을 할 수 있다. 아기 보랴, 유축 하랴 시간이 금인 엄마들에게 양쪽 유축기를 추천한다.
※보건소에서 유축기를 약 3주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으니 사용한 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찬 양배추
모유 수유를 하게 되면 몇 번씩 유선염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오한이 나고 열이 오르고 몸살이 나 응급실을 찾는 엄마들이 많다. 이럴 때 얼음 찜질도 좋지만 간편하게 양배추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열이 나는 가슴에 올려두면 열이 가라앉는다.

3. 수유패드
모유의 양이 많은 경우 3시간마다 수유패드를 갈아주는 것이 편리하다. 대형마트 유아용품 코너에 가면 비교적 저렴하게 많은 양의 수유패드를 구입할 수 있다.

4. 가제수건
수유패드가 편리하긴 하지만 패드에 가슴이 닿아 따갑고 쓰라릴 때가 많다. 이때 가제수건으로 대체하면 부드럽게 가슴을 감싸줘 통증이 덜하다. 부드러운 감촉을 선호한다면 수유패드보다 가제수건을 써보길 권한다.

5. 수유브라
적어도 3, 4개정도는 자신의 가슴 사이즈에 맞는 브래지어를 사두어야 한다. 하루에도 땀과 흐르는 모유로 두 번 정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사이즈가 넉넉하고 부드러운 것을 선택해야한다.

6. 수유시계어플
수유를 하다 보면 아이에게 얼마만큼 먹였나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물론 배변의 양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오른쪽, 왼쪽을 골고루 먹이기 위해서는 메모는 필수! 또한 유선염을 예방하려면 양 가슴을 충분히 비워야하니 시간체크를 꼭 해둬야 한다. 필기구 메모도 가능하지만 매번 적으려면 번거롭기 때문에 유용한 어플이다.

7. 모유 저장팩
젖의 양이 많은 경우 유축을 하고나면 냉동보관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냉동 보관 시 3개월까지 두고 먹을 수 있어 외출하거나 모유가 나오지 않을 때, 약을 먹일 때 편리하게 먹일 수 있다. 단, 냉동 보관한 우유에는 비린내가 심해 아기가 먹기를 거부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heehanstory)에도 중복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모유, #수유, #아기, #엄마, #직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