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기력한 패배였다. 개인 기량은 물론 조직력에서도 밀렸다.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가 아니었다면, 점수 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 신태용호는 아직 20세 이하의 어린 청년들인 만큼, 격려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2위란 성적 역시 매우 훌륭하다. 

특히, 신태용호는 출범한 지 6개월뿐이 되지 않았지만, 죽음의 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잉글랜드에 패하기는 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었고, 문제점까지 확인했다. 조별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비판보다는 칭찬이 훨씬 잘 어울린다. 그만큼 신태용호의 조별리그는 2002 한-일 월드컵을 떠올릴 정도로 뜨거웠고, 화려했다.

그럼에도 패배는 달갑지 않다

2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붉은악마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고, 로테이션 가동이 예고됐던 경기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축구팬들은 어린 소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 시간을 투자했고, 무려 3만5279명의 관중이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함께 했다.

그러나 잉글랜드전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시작과 함께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였고, 연속적으로 코너킥을 얻어내며 이른 시간 선제 득점을 기대하게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전반 32분 조영욱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하승운의 발리슛이 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던 것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공격 장면이 없었다.

신태용호는 전반 10분이 넘어서면서 잉글랜드의 빠른 역습과 패스 플레이에 주도권을 내줬고, 분위기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원 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 잉글랜드는 소년이라고 볼 수 없는 체격 조건을 앞세워 압도적인 몸싸움의 우위를 가져갔다. 볼을 너무나도 쉽게 지켜냈고, 편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볼의 흐름이 원활하다 보니 공격 속도가 빨라졌고, 개인 스피드와 드리블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태용호는 대응하지 못했다. 중원에서 시도한 패스는 우리의 공격보다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전진 패스를 차단해내지 못하면서, 우리 수비진과 잉글랜드 공격진이 일대일로 맞붙는 상황도 잦았다. 발 빠른 상대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까지 더해지면서, 신태용호는 더욱 흔들렸다.

결국, 실점까지 내줬다. 송범근 골키퍼가 전반 2분 에자리아와 일대일 상황을 막아냈고, 후반 3분에는 루크먼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등 '선방쇼'를 이어갔지만, 후반 11분 케니의 땅볼 패스를 받은 도월의 오른발 슈팅은 막아내지 못했다. 우측면 풀백 케니의 뒷공간 침투에 이은 패스가 워낙 좋았고, 골문 하단 구석으로 밀어 넣은 도월의 마무리는 골키퍼가 손을 쓰기 어려웠다. 

이승우와 이진현이 투입됐고, 백승호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이날 신태용호의 패스는 조별리그 경기 중 가장 부정확했고, 호흡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승우의 역습 전개와 드리블이 관중들의 두 손을 움켜쥐게 하기도 했지만, 매 경기 마법을 부릴 수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오히려 상대의 빠른 역습이 더 위협적일 정도로 이날 신태용호의 창은 날카롭지 못했다.

과제 확인한 신태용호, 중원과 수비는 보완해야

이날 경기를 통해 이승우와 백승호의 비중이 절대적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그라운드 위에 존재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그러나 문제 될 것은 없다. 단기전에서는 '슈퍼스타'의 존재 유무 자체가 승부를 가르기 때문이다. 매 경기 득점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존재만으로 상대 수비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특히, 이승우는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순간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16강전부터는 한 골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공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조별리그 내내 부진한 중원이 토너먼트에서도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승우의 개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승리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

그만큼 신태용호의 중원은 아쉽다. '중원 사령관' 한찬희가 돌아왔지만, 대회 직전 당했던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선발로 나선 이승모, 후반전 교체 투입된 이진현도 패스 정확도가 떨어진다. 특히, 역습 상황임에도 패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서 기회를 놓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누구보다 활발히 그라운드를 누비지만, 효율적이지도 않은 느낌이다.

중원이 힘을 발휘해야 이승우와 백승호를 앞세운 공격진의 화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백승호의 포지션 변경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백승호는 소속팀에서도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중앙 미드필드를 맡아본 경험이 많다. 볼을 다루는 능력과 시야, 패스 등이 수준급인 만큼, 그의 포지션 변경은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신태용호의 양 측면 윙백(풀백)은 잉글랜드 풀백의 모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우리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잉글랜드의 득점 역시 우측면 풀백 케니가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과감한 공격 가담으로 우리 윙백의 오버래핑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가져갔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서는 측면 수비수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윙백의 공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상대 수비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도움 수비를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생긴 공간에서 공격수의 슈팅이 나올 수 있다. 이날 도월의 득점을 도왔던 케니가 이를 증명한다.

본업인 수비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날 신태용호의 왼쪽은 너무 많이 뚫렸다. 스피드와 뒷공간 수비에 약점을 드러냈고, 잉글랜드는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실점 역시 왼쪽이 뚫리면서 나왔다. 무엇보다 우리 수비수 1명과 상대 선수 2명이 맞붙는 상황이 많았던 만큼, 미드필드진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공격적인 수비도 자제해야 한다. 승리를 거뒀던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이날 잉글랜드까지, 개인 기량에서는 우리 선수들을 압도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는 우리의 압박을 너무나도 쉽게 이겨냈고, 2~3명의 수비는 아무렇지 않게 제쳐냈다. 그런데도 신태용호는 볼을 빼앗으려고만 했다.

드리블과 볼 컨트롤이 뛰어난 선수들에게 달려들어 볼을 빼앗아내지 못한다면, 곧바로 실점 위기로 이어진다. 위험 지역에서는 섣불리 압박을 시도하기보다 자리를 지키고, 협력 수비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16강전부터는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는 만큼, 차분함이 요구된다.      
           
후회 없는 경기를 치러야 한다. 사령탑 교체로 인해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지난 6개월간 연습해온 것을 모두 쏟아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협력을 통해 메우고, 강점은 더욱 돋보이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기전은 강점을 극대화하는 팀이 승리를 가져간다. 신태용호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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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VS 잉글랜드 U-20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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