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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 산책:역사 보전의 공간> 책표지.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 산책:역사 보전의 공간> 책표지.
ⓒ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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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남편과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남편과는 오랜만에 걸어본 것인데, 지난날 아이들이나 친구들하고 참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워낙 낯익은 곳인데, 얼마 전 '틈나는 대로 궁궐 주변들을 속속들이 다시 걸어보자'고 작정, 그 첫 번째로 덕수궁 일대를 선택했습니다.

5대 궁궐 주변들을 작정하고 걸어보자. 계획하게 된 것은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산책>(푸른길 펴냄)을 읽게 되면서입니다.

고등학교 한 지리교사가 우리나라 5대 궁궐 주변 산책길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그동안 너무 건성건성 보고 다녔구나!'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들 정도로 몰라서 못보고 온 것들을 참 많이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창덕궁 인근 계동길을 시작으로 북촌 1경부터 북촌 8경까지, 경복궁 인근 서촌이나 일본식 가옥과 한옥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과 운현궁과 그 주변, 덕수궁과 정동길, '광화문연가' 속 근대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는 길 등, 궁궐 주변에 발달한 산책길들, 그곳의 역사와 문화,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 등을 들려줍니다.

'원서동은 창덕궁 후원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과거 왕실 일을 맡아 보던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작은 길이다.(…) 공방에 들러 전통의 멋으로 재탄생된 상품들을 보면서 골목을 오른다. 공방길의 끝에는 빨래터 하나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창덕궁 돌담을 따라 시냇물이 흘렀고, 당시 궁 밖의 백성들이 궁에서 흘러나온 이 물로 빨래를 했다고 한다. 궁궐 안 신선원에서 여인들이 세수를 하거나 빨래를 할 때 쌀겨와 조두 등을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뿌연 색을 띤 물이 밖으로 흘렀고, 이 물로 빨래를 하면 때가 잘 져서 백성들이 이 물이 흐를 때 빨래를 했다고 전해진다.' - 27쪽.

사실,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곳들은 남편과 걸었던 덕수궁 돌담길이나 정동길, 인사동이나 쌈지길, 북촌이나 서촌 등처럼 워낙 유명한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운현궁의 노안당이나 노락당, 이로당처럼 아마도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들도 소개되지만.

그동안 이 책처럼 서울 곳곳을 탐방한 책 몇 권을 읽기도 했습니다. 이런지라 호기심으로 목차를 훑을 때만 해도 '나도 잘 알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란 생각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읽기에 앞서 대략 훑어 읽는데 몇 장의 사진과 내용들이 눈을 붙잡았습니다.

'사실 '쌈지길'은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2차선 도로의 이름이기도 한데 인사동에서 더 유명해진 것이다. 다만 인사동에서는 길이 아니라 건물 이름이 쌈지길이다. 그래서 쌈지길을 처음 찾는 방문객들은 거리를 헷갈리기도 한다. 쌈지라는 말은 '주머니'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고.' - 134족.

'정동길은 '서울 근대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정릉이 자리하여 '정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2쪽.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전망대에서 본 덕수궁 전경. 거센 바람과 비가 내린 후 풍경입니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전망대에서 본 덕수궁 전경. 거센 바람과 비가 내린 후 풍경입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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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소개하는 여러 산책길 중 하필 덕수궁 돌담길과 시립미술관 등 정동 일대를 선택한 것은 저자가 '정동 최고의 뷰포인트'라고 소개하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덕수궁 풍경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건물은 과거 법원, 검찰청 건물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덕수궁 돌담길을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서울시립미술관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인 평리원이었고요.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걸으면 이별 한다더라"와 같은 말이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것은 이런 건물들이(가정 법원이)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서울시는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서소문청사 13층을 카페 공간까지 갖춘 전망대로 조성,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토요일 오후인데도 빈 의자가 많아 1시간 넘게 덕수궁과 시청 일대를 한눈으로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수궁 곳곳이나 전각들의 전체 모습, 정동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단편적으로 보던 것들을 내려다보며 건물 간 동선 등을 연결 지어 볼 수 있는 거였습니다.

 과거 대법원청사였던 서울시립미술관 2017년 5월. 등록문화제 제237호 지정입니다. 2층 전시실에 고 천경자 화백이 기증한 작품들을 비롯, 임옥상, 박노수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과거 대법원청사였던 서울시립미술관 2017년 5월. 등록문화제 제237호 지정입니다. 2층 전시실에 고 천경자 화백이 기증한 작품들을 비롯, 임옥상, 박노수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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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 정원에 세워진 표지석. 책에 의하면 이황 선생 집터였음을 알리는 표지석과 조선 5현 한사람인 김장생과 그의 아들인 김집의 생가였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찾아봐도 없어 안내소에 물어봤더니 최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요.
 서울시립미술관 정원에 세워진 표지석. 책에 의하면 이황 선생 집터였음을 알리는 표지석과 조선 5현 한사람인 김장생과 그의 아들인 김집의 생가였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찾아봐도 없어 안내소에 물어봤더니 최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요.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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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풍의 파사드를 보여주는 3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근대사회로 변화해 갔던 조선후기로 온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원래 이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인 평리원, 즉 한성재판소가 있던 자리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경성재판소로 지어진 건물로 광복 이후에는 대법원으로 사용되었다. 1995년에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이 자리 잡게 되었다. 옛 건물은 아치형 현관만 보존한 채 뒤쪽에 3층의 현대식 건물을 신축하여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서울 구 대법원 청사는 2006년 등록문화재 제237호로 지정되었다. (…) 1층은 주로 기획전시 행사를 위한 공간이고, 2층은 전시실과 천경자 화백이 기증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천경자실로 이루어졌으며…. 미술관에는 천경자, 박노수, 권영우 등 우리나라 작가들과 세계적인 작가들의 총 2500여점에 달하는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189쪽.

서울의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산을 뒤로 두르지 않은 궁궐인 덕수궁 편에서는, 외세의 끊임없는 억압 속에서도 대한제국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했다는 고종의 불운을 간직한 대한문을 시작으로 덕수궁 안 곳곳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서울시립미술관과 정동교회, 어사각 터와 관립어학원 터 등 정동 곳곳을 소개합니다.

덕수궁길로도 불리는 덕수궁 돌담길은 워낙 유명한 데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기 때문에 언제 가든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호젓함을 만끽하며 걷기 좋고 또 누군가 단란하게 이야기 나누며 걷기 좋아 자주 가곤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주변을 크게 살펴볼 생각 없이 그냥 걷거나,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들만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참 많이 알게 됐고, 나도 모르게 좀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정동 일대가 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와 닿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것들을 쉽게 알려주고 있어서인지 '역사와 문화를 촘촘하게 알려 준다'는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 같은 곳이라도 어떤 관점의 누가 이야기하는 것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길잡이가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삼청동 어느 거리 2017년 5월. 서울 한가운데를 걷다보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궁궐 주변이라 고층 빌딩으로 개발되는 운명을 피한 덕분에 서울 한가운데이면서도 서울 같지 않은 모습을 간직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모습이 필요에 의해 생겨나기도 하고. . .
 삼청동 어느 거리 2017년 5월. 서울 한가운데를 걷다보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궁궐 주변이라 고층 빌딩으로 개발되는 운명을 피한 덕분에 서울 한가운데이면서도 서울 같지 않은 모습을 간직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모습이 필요에 의해 생겨나기도 하고. . .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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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길잡이 삼아 언제든 가볼 수 있도록 교통편과 맛 집, 산책코스, 플러스 명소 등을 도시산책플러스 페이지로 소개합니다. 내용과 직접 관련된 것들을 쪽지 형태로 깊이 알려주거나, 알아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연관된 것들을 별도의 공간을 배치해 들려주는 '팁' 코너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4월 말, 몇 년 전 <스토리텔링 청소년 독도 교과서>를 읽다가 메일로 인터뷰했던 저자가 책 관련 행사에서 자신의 신간이 이 책과 관련해 강연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행사 구경도 할 겸 갔습니다.

어떻게 지리 교사가 되었으며,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 하는가. 유독 멋있는 책속 사진들은 어떤 장소에서 찍은 것인가. 저자만의 뷰포인트는? 책에서 소개한 곳들 중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곳들은? 등 1시간 진행됐는데 책 취지에 대한 것을 전합니다.

"계속해서 고3을 맡으면서 국내든 해외든 길게 여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당일로 할 수 있는 여행을 생각했고, 역사와 근대,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을 우선 여행하게 된 건데, 멀리 가지 않아도 의미 있고 멋진 여행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은 서울 5대 궁궐 옆, 작은 마을들입니다. 궁궐 옆에 있기 때문에 고층빌딩으로 개발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곳들인데, 그래서 서울 가장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오히려 서울답지 않은 그런 곳들이기도 합니다.

지역 특성 때문에 지리적인 큰 틀은 바뀌지 않으면서 어떤 변화를 필요하다보니 독창적인 모습으로 변화한 곳들도 많고... 누구나 여행을 했던 공간이기는 하지만 여행하면서 놓쳤던 그 무언가를 발굴한다는 기분으로 썼습니다."(저자 이두현)

한편, '2017 봄-정동 야행'이 5월 26일(금)~27일(토) 정동 일대에서 열립니다. 늦은 밤 시간까지 정동 일대 문화시설들을 탐방할 수 있으며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밤축제입니다. 자세한 것은 정동 야행 누리집에서 확인해 보세요.

덧붙이는 글 |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 산책 - 역사 보전의 공간>(이두현) | 푸른길 | 2017-04-03 ㅣ정가 15,000원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 산책 : 역사 보전의 공간

이두현 지음, 푸른길(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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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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