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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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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광주송정역에서 선거유세를 펼쳤다. 홍 후보는 호남 민심을 잡겠다며 이미자의 <영산강 뱃노래>까지 불렀지만 광주 민심은 답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식전행사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선거원 100여 명이 광주 북구 을·서구 갑·남구, 순천, 담양 지역 등으로 나뉘어 모였지만 정작 광주 지역 선거원들은 많지 않았다. 선거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관계자는 "가까운 광주 지역에서 안 와주신 거 같다. 전화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남성당원도 "광주에서 너무 안 왔다. 어떤 지역구는 한 명도 안 온 거 같다"고 토로했다.

홍 후보 측은 식전행사에 선거노래를 틀고 선거원 20여 명이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정작 광주 시민의 반응은 차가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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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택시운전사 나아무개씨(남·50대)는 "스피커만 요란하지 누가 듣나. 아무리 저렇게 현수막 걸어놔도 광주 사람들 뇌리엔 홍준표 하나도 안 남는다"며 "돼지발정제 사건도 있었고 '5.18 가산점제 폐지' 등 정신 나간 발언하는 사람을 누가 믿고 밀어주나"고 홍 후보를 비판했다.

광주에서 40년 거주한 이아무개씨(남·50대)도 "광주시민들은 인정 못 한다. 홍준표가 구걸하러 온 거다"며 "여기서 5%도 안 나온다. 광주에서 뭘 많이 했다고 얘기하는데 죽일 X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민 20여명만이 유세현장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지켜봤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회의적이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3대가 광주에서 살았다는 60대 변아무개씨(남)는 "여긴 민주당 텃밭이다. 광주에선 홍준표 힘들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아무개씨(여·81)도 "홍준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이아무개씨(남·51)는 "광주는 홍준표한테 무관심하다. 오는 줄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선거운동원들도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홍찍자'라고 적힌 막대풍선을 들고 있던 50대 여성 4명은 "왜 홍준표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손으로 선거차량에 적힌 '홍준표 찍어야 서민경제 삽니다'를 가리키거나 "우리한테 그런 거 묻지 말라", "그냥 광주송정에서 한다니까 구경 온 거다"라고 얼버무렸다. 풍선을 흔들고 있던 20대 여성은 손을 내저으며 대답을 거부했다.

홍 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유세차량 근처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도 가져와 흔들었다. 

홍준표 "깡패 잡고 전별금"에 유권자 "불법을 자랑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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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이날 예정된 시각보다 10분 늦은 오전 11시 50분께 도착해 유세차량에 올랐다. 박영철 광주시당 공동선대위원장과 한경노 광주시당 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홍 후보는 광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한 이력을 강조하며 호남의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91년 3월부터 92년 8월까지 광주시민으로 살았다. 아마 지금 대통령 후보 중 광주시민으로 산 사람은 홍준표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때 광주와 호남의 아픔을 몸소 체험했고 검사로 재직하면서 깡패들을 많이 잡았다. 광주는 11년 검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라고 광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다 과거 자신이 전별금을 받았던 경험을 꺼내기도 했다. 홍 후보는 "충장로 상인연합회에서 제가 광주에서 떠날 92년 8월에 100만원을 가져왔다. 제가 검사로 있을 때 깡패들한테 월정금을 안 뜯겼다는 거다"라며 "이익이 수억 원이라면서 100만원은 돈 아니다라고 하길래 그거 받아갖고 갔다"고 말했다.

연설을 듣던 김성식씨(50대·남)는 "시간이 지났더라도 불법 아니냐. 저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나"라며 "광주는 5.18때 군부독재랑 총들고 싸운 사람들이다.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은 다 그 뿌리"라고 분노했다.

홍 후보는 "광주와서 광주시민·전남도민들에게 몇 가지 약속하고 가겠다"며 광주·전남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광주엔 "▲광주 군공항 이전 뒤 스마트시티조성 ▲농수산 및 전력분야 사물인터넷 시범특구 조성 ▲아시아 문화콘텐츠 밸리 조성 ▲친환경자동차, 에너지 선도도시 지정 ▲송정역·광주역 역세권 개발"을 약속했다.

이어 전남엔 "▲에너지 신산업 대단지 구축, 미래성장산업도시 ▲농업인 부가소득 창출 위한 신성장 친환경산업육성 ▲익산-목포-부산 고속철 건설 ▲고흥 차세대 우수산업 기지 육성 ▲경남 남해와 여수 고흥 엮어 남해안 관광단지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홍 후보는 부인 이순삼씨의 고향이 전라북도 부안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전라도 처녀와 연애해서 40년째 산다. 87년도 대선을 앞두고 집사람하고 표가 갈렸다"는 일화를 꺼냈다. 

이어 "저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찍자고 했고, 집사람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찍자고 했다. 나중에 갈라서자는 소리까지 나왔다"며 "결국 통일당 신정일 후보를 찍기로 합의했는데 8년 뒤에 진짜 찍었냐고 물어보니까 호남 사람의 한 때문에 DJ 찍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지역감정 두텁다는 걸 느꼈는데 광주도 좀 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미 저는 40년 전부터 지역감정 다 버린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시민 여러분이 이번엔 그래도 10%는 해주지 않을까"라며 "다른 사람 90%가 저를 찍든 말든 광주에서 10%만 찍어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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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약 15분 동안 유세를 펼친 뒤 "저는 또 바빠서 전주 갔다가 충청도 가야 한다"며 차량을 타고 사라졌다. 홍 후보가 자리를 떠나자 선거운동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광주송정역은 조용해졌다. 홍 후보가 광주를 떠나고 20분 뒤 광주송정역을 지나던 김아무개(75·여)씨는 "홍준표가 여기 온 줄도 몰랐다. 관심 없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날 광주를 "야권의 심장이고 자유한국당의 불모지"라고 표현했다.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달 27~29일 실시해 30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4.9%로 가장 낮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그:#홍준표, #광주, #선거유세, #전별금,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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