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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선거 포스터.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선거 포스터.
ⓒ 박원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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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을 봐야 심성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사진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주면 안 된다."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2014년 5월,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몽준 후보의 말이다. 당시 정 후보는 "1000만 시민에게 자신의 앞 얼굴도 보여주지 못하는 분이 시장해서 되겠느냐"고도 했다. 어떤 사진이길래, 관상까지 들먹였을까. 바로 재선에 도전한 박원순 후보를 겨냥한 저격 발언이었다.

당시 박원순 캠프가 내놓은 벽보용 공식 포스터는 꽤나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도드라졌다. 이 포스터는 박 후보가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다. 왼편을 바라보는 뒷모습과 함께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란 헤드카피가 인상적이다. 게다가 흑백 톤이다. 기존 관행을 뒤집는 상당히 파격적인 이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지지자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더욱이 정 후보 측에서는 "좌측을 향해 삐딱하게 보고 계시더라"며 "좌측"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에 박 후보 측은 공식 논평을 통해 "정면에서 유권자와 시선을 맞추는 사진이 벽보의 전형적인 형식인데, 박 후보는 이를 파괴하고 혁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후보 측은 "시민의 곁에서 시민과 나란히 함께 있겠다는 의미에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벽보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6일, 또다시 한 대선후보의 포스터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포스터다.

새로운 시도 vs. 보수표 구걸

안철수 후보의 공석 선거 포스터.
 안철수 후보의 공석 선거 포스터.
ⓒ 안철수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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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일정 정도 맞다. 우선 당명이 없다. 안 후보가 두른 어깨띠에 선명한 '국민이 이긴다'라는 선거 공식 슬로건이 눈에 띈다. 후보의 얼굴이나 상반을 강조하는 기존 포스터와 달리 안 후보가 양팔을 추어올린 상반신 포즈를 고스란히 담았다. 다른 후보들의 포스터와 비교해 당연히 얼굴 크기가 작다. 사진 자체도 따로 촬영하지 않고 유세 현장 사진을 그대로 옮겨 왔다. 

이 포스터가 알려진 16일과 17일, '안철수 포스터'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안 후보의 자세가 "V3를 의미하느냐"부터 "후보 뒤 그림자까지 그대로 옮겨 온 것이 현장성이냐", "'광고 천재 이제석'의 작품이라는데 선거 포스터로 적절한가"까지 논쟁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이 광고홍보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이제석씨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가 되자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17일 오전 공식브리핑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지금 벽보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오늘 안철수 후보께서 광화문 유세 백 브리핑에서도 말씀해주셨지만 새로운 시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정치 세력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러한 정치 세력이 대한민국을 다시 책임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없는 것이다.

앞으로 1번부터 13번까지 벽보가 붙어있을 것이다. 특히 1번부터 5번까지 원내 유력 정당들의 후보들이 벽보를 붙인다. 그 벽보들의 모습을 보시라. 수십 년간 변함없이 벽보의 구성을 유지하는 그런 정치세력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는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벽보를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안 후보도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첫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안 후보는 "아주 다른,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아마 첫 시도일 것이다"며 "저는 이번 벽보를 통해서 제 국정 운영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당명'을 지운데 대한 '의도'에 집중하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17일 오전 열린 국민주권선대위 필승다짐대회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낡은 지역주의와 이념 공세로 또다시 정권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심지어 대리 후보, 렌탈후보까지 거론하고 있다. 결국, 그 후보는 자신의 포스터에서 '당명'을 지웠다. 무슨 뜻인가. 보수 세력의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스스로 보수 세력의 정권연장 도구가 되겠다는 것 아닌가."

다분히 극우 보수 논객인 조갑제씨의 "안철수 후보 선택적 지지" 발언 등으로 대표 되는 흔들리는 보수 표심과 안 후보의 '우클릭'을 의식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전병헌 문재인 캠프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소셜미디어상에서 논란이 한창이던 16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적었다.

"포스터에서 '굳이' 정당명을 빼버린 후보가 있다. 이유가 뭘까? 1. 40석 미니 집권당의 불안감 숨기기 2. 박지원 대표 상왕설 숨기기 3. TK지지 위해 어려울 때 도움받은 호남기반 숨기기. 이유가 뭐든 정당을 숨겨야 하는 후보라면, 정당에도 후보에도 문제가 있다."

당명 뺀 '안철수 포스터'에 의견 분분

2017 대선후보 공식 포스터.
 2017 대선후보 공식 포스터.
ⓒ 각 후보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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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을 숨긴 것이냐, 그마저도 치밀한 전략이냐. 새로운 시도인가, 난센스에 가까운 무리수인가. 단순한 논란인가, 노이즈 마케팅(?)의 승리인가. 또 선거 포스터는 얼마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포스터 자체가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설과도 같다. 여론조사 외에 검증 자체도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 지지자들까지 교체를 요구하기했던 '박원순 포스터'가 좋은 예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는 유권자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공보물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안철수 포스터'가 양으로든, 음으로든 국민의당 표현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은 건 '팩트'라 할 수 있다. 지난주 '유치원 논란'과 김미경 교수의 '비서진 사적 동원 논란' 등 악재가 많았던 안 후보에 관한 관심과 뉴스를 일시적으로 덮는 효과도 봤을 것이다.  

국민의당과 안 후보는 이러한 포스터의 '다름'을 "새로운 시도"와 안 후보가 만들 "달라지는 대한민국"과 연결 지었다. 이러한 이미지 전략이 주효할 것인지,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지는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을 것이다. 특히나 안 후보는 지난 13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았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안철수 포스터'에 국민의당이란 당명이 없다는 사실 역시 '팩트'라 할 수 있다. 전략적이었을지언정, '대선후보' 안철수가 국민의당과 정당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 역시 향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나선 조원진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태극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곰돌이가 후보와 동반 등장한 선거 포스터라니. 단군신화의 그 곰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평가는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가 페이스북에 적은 촌평으로 대신한다.

"대선후보 포스터 품평이 올라온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조원진 포스터가 최고의 웃음을 준다. 완주하시고 심판받으시길!"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포스터.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포스터.
ⓒ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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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철수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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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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