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일 오전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
 8일 오전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
ⓒ 트위터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세월호를 배경으로 인증샷 찍는 것. 형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아홉분 미수습자를 배경으로 찍는 것. 생각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던가. 관광 다니려면 꽃구경을 가던가."

8일 오전,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위와 같은 글과 함께 보도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양복을 차려 입은 세 남성을 한 남성이 찍고 있는 광경을 촬영한 <뉴시스>의 사진 배경은 바로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였다. 유 집행위원장이 7일 오후 논란이 된 국민의당 시의원들의 이른바 '세월호 인증샷' 사진을 두고 "꽃구경을 가던가"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앞선 7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박준영, 윤영일 의원 등 당 관계자 30여명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았다. 7일 <뉴시스>에 따르면, 박 대표가 해수부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는 사이 국민의당 목포시의회 의원 3명이 세월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다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지원 대표는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와 같이 사과했고, 직후 자신의 사과가 언급된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사과드립니다. 제가 오늘 오후 목포신항만 세월호 현장을 방문, 해수부 관계자 미수습자가족 등 관계자들과 현항을 논하는 곳에서 사전에 목포시의회 의장께 주의를 환기 시켰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동행한 일부 시의원들이 세월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이유여하를 막론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깊히 사과 올립니다. 특히 그 곳은 보안지역이기에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장소이기에 관계기관에 고발하여 책임을 묻겠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국민의당은 "사과", 민주당은 "기가 막힐 노릇", 정의당은 "일베 같은 짓" 

목포시는 세월호 인양 시기에 맞춰 시내와 항만 일대에 리본이 그려진 노란 깃발을 설치했다.
 목포시는 세월호 인양 시기에 맞춰 시내와 항만 일대에 리본이 그려진 노란 깃발을 설치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8일 하루,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세월호 인증샷'을 촬영한 국민의당 시의원들과 국민의당에 대한 비판은 줄지 않고 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 역시 8일 오후 "답답한 마음에 투정 한 번 부리겠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한편 당부글을 남겼다. 

"그냥 세월호는 피해자들끼리 알아서 할까요? 같은 리본 달고서 지지하는 사람 다르다고 원수 취급하는 이 판국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세월호참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조사대상자로서 책임을 질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랄 뿐입니다.

누가 미수습자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는지가 아니라 그게 누구든 세월호참사를 이용하지 말라는 호소를 하는 겁니다. 호기심에 구경 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달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기만을 바랍니다."

야권 대선 캠프 역시 비판에 열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캠프 권혁기 수석 대변인은 7일 오후 "국민의당 거품 지지율에 취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박 대표는 아침저녁으로 문재인 후보 헐뜯기에 시간 보내지 말고 집안 단속부터 하시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가안보시설 안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어떻게 세월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부재로 죄 없는 국민 304명이 목숨을 잃고 아직도 9명은 찾지도 못했다.

'촛불집회' 불참을 자랑한 안철수 후보는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슬픔을 아는가.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동일시하는 국민의당에겐 세월호가 기념사진용일 수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항의하면 중단하고 그 자리에서 사과했어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또 권 대변인은 박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라며 "안철수 후보가 나서서 진심으로 사죄하고 당 차원에서 엄정하게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정의당 역시 8일 선대위 임한솔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국민의당 비판에 동참했다. 임 부대변인은 "이 무슨 일베 같은 짓인가.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월호가 들어올 때 수많은 목포시민들께서 자발적으로 거리를 노란 현수막으로 뒤덮어 주셨을만큼 시 전체가 엄숙한 추모 분위기인데, 시의원이라는 사람들이 그동안 어디 외국에라도 다녀오셨나.

박지원 대표는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차원에서 제명 등 가장 강력한 징계를 즉각 내리지 않으면 이들을 적당히 감싸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 국민의당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늘 강조해온 안철수 후보도 관련 입장을 속히 밝히고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

한편 국민의당 측은 박지원 대표의 페이스북 사과 외에 당 차원의 논평을 내는 대신 주승용 원내대표가 나섰다. 8일 <뉴시스>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이날 목포신항만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사과를 드렸다. 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당 차원의 조치를 하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인증샷', 목포시와 목포시민 노력에 찬물 끼얹는 짓

정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8일 공개한 세월호 선수쪽 A데크 내부 사진. 선실 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고, 천장 내부 배관 등이 어지럽게 매달려 있다. 빛이 들어오는 부분이 우현, 바닥처럼 보이는 부분이 A데크 천장이다. 현장수습본부 공개 사진은 어두운 부분이 잘 식별되지 않아 암부 노출값 등을 보정했다.
 정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8일 공개한 세월호 선수쪽 A데크 내부 사진. 선실 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고, 천장 내부 배관 등이 어지럽게 매달려 있다. 빛이 들어오는 부분이 우현, 바닥처럼 보이는 부분이 A데크 천장이다. 현장수습본부 공개 사진은 어두운 부분이 잘 식별되지 않아 암부 노출값 등을 보정했다.
ⓒ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련사진보기


국민의당 시의회 관계자들의 이번 '세월호 인증샷' 논란이 아쉬움을 던져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세월호의 목포신항으로 접안이 결정된 이후 목포시와 목포시민들이 보여준 시 차원의 '세월호 맞이'와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목포시는 세월호 관련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와 함께 각종 봉사 부스를 설치했다. 또 시민단체와 일반인 자원봉사자들도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나서고 있다. 이러한 목포시와 시민들의 '세월호 맞이'는 다수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한편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훈훈한 광경이 공개돼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단언컨대, 이번 국민의당 시의회 의원들의 '세월호 인증샷'은 비상식적이며 몰상식한 행위다. 단순히 실수로 치부하기엔 미수습자 가족들은 물론 세월호 인양 후 재점화되고 있는 국민적 애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목포시민들의 노력에도 가차없이 흠집을 내는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원내 대표의 사과로는 부족하다. 이미 '세월호 인증샷'을 접한 많은 국민들이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호소에 공감하면서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는 국민의당의 대응에 분개하고 있다.

더욱이 8일 오전,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를 통해 세월호 선체 내부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안타까움이 더 커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해수부의 현장 수습 지휘 역시 지속적으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이번 인증샷 논란을 일개 시의원들의 일탈이라 치부할 것인가. 관련 의원들의 책임 있는 사과와 처벌, 재발방지에 대한 국민의당의 결단이 필요할 시점이다.


태그:#세월호, #국민의당
댓글2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