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인천경기

포토뉴스

서해5도 영해법 누락 헌법소원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와 인천지방변호사회 대리청구인단은 4일 오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가 소령도 이북 북방한계선 이남 영해에 대해 통상기선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대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 김갑봉
서해5도 주민 632명(백령도 407명, 대청도 40명, 연평도 185명)이 지난달 6일 "북방한계선 남측 해역을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해법 및 접속수역 법'상 영해에서 제외돼 있어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영해법 위헌' 헌법소원심판을 신청한 데 대해, 헌재가 지난달 28일 각하 결정을 했다.

영해(領海)란 한 나라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바다로, 상공에선 영공이다. 우리 영해에서는 우리 선박만 조업할 수 있으며, 외국 선박은 정부로부터 조업허가를 받아야한다.

각 나라의 영해는 유엔해양법(=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따라 기선을 정하고 유엔에 기탁해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게 돼 있다. 보통 기선에서 12해리까지다. 그리고 배타적인 경제권을 행사 할 수 있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은 기선에서 200해리까지다.

기선은 통상기선과 직선기선으로 구분한다. 통상기선은 썰물 시 드러나는 연안 저조선으로 통상 해안선이 단조로운 해안에 적용하고, 직선기선은 리아스식 해안처럼 굴곡이 심하거나 섬이 많을 경우 연안의 섬과 섬을 직선으로 연결해 설정한다.

국내 영해 및 접속수역법과 동법 시행령은 동해 대부분의 경우 통상기선을 적용하고, 남해와 서해는 직선기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에서 옹진군 덕적군도 소령도 이북 해역에 대해서는 직선기선에 대한 규정이 없어, 영해에 대한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영해법과 동법 시행령을 보면 서해 직선기선은 옹진군 덕적군도 소령도(북위 36도 58분 56초, 동경 125도 44분 58초)에서 끝난다. 소령도 위쪽은 기선이 없다. 박정희 정부는 1977년 12월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서해 기선을 소령도까지만 그었다.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은 서해 5도까지 기선을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는 '헌법 3조에 명시돼 있다'며 소령도까지만 기선을 그었다.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기에, 굳이 법에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였다.

그 뒤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대책위원회와 인천지방변호사회 대리청구인단은 소송인단을 모아 지난달 6일 헌재에 영해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유엔해양법과 영해법에 따라 서해5도 주변 해역의 경우 통상기선을 적용해 저조선으로부터 그 바깥쪽 12해리까지는 대한민국 영해'라고 한 뒤, 영해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불행사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함으로 입법부작위가 아니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가 이 같이 판결하자 서해5도대책위와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 인천지방변호사회 대리청구인단은 4일 오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가 불과 22일 만에, 서해5도 영해에 통상기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각하한 데 대해 너무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평도와 소청도 사이 바다는 영해가 아니다?

헌재 판단의 요지는 직선기선이 없는 곳엔 통상기선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해법 상 소령도 이북에 직선기선이 없다고 해서 영해가 아닌 게 아니라, 직선기선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통상기선을 적용하는 곳이니, 서해5도 등 소령도 이북 해역의 경우 각 섬에서 12해리까지는 영해라는 것이다.

헌재 판결을 토대로 소령도 이북에 통상기선을 적용해 영해를 확정할 경우, 우리 영해가 축소 될 뿐더러 가뜩이나 기승을 부리는 중국어선에게 맘껏 활보할 빌미를 제공하고, 특히 북방한계선(NLL)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으로 남북 간 분쟁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소령도 이북에 통상기선을 적용할 경우 이는 법적용 형평성에 어긋난다. 통상기선은 간조 시 저조선으로 해안선이 단조로운 동해에 적용하는 기선으로, 서・남해처럼 리아스식 해안에는 기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인천 앞 바다만 통상기선을 적용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영일만 달만갑에서 시작해 남해 거문도와 서해 소흑산도를 지나 소령도까지는 직선기선을 긋다가, 갑자기 소령도 이북부터 통상기선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를 전라남도 연안 해역에 적용하면 홍도에서 12해리를 긋고, 흑산도에서 12해리를 긋고, 다시 또 신안의 섬들에서 12해리를 그어야 한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그런데 전남 해역은 연안 외곽의 섬과 섬들을 직선으로 연결해 기선을 확정했다.

특히, 헌재 판결대로 서해5도 등 소령도 이북 각 섬에 통상기선을 적용해 12해리를 적용할 경우, 직선기선을 설정해 영해를 확정하는 것보다 영해가 약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다.

직선기선을 설정하면 소령도에서 소청도까지 긋거나, 혹은 연평도를 경유해 그을 수도 있다. 최대 직선기선은 소령도에서 소청도까지 약 125km다. 현재 서남해 최대 직선기선은 소흑산도 ~ 절명서로 약 100km다. 그러나 통상기선을 적용하면 소청도에서 연평해 중간 해역은 공해가 되고 만다.(그림 참조)
서해 소령도 이북 영해 현재 영해 및 접속수역법 상 서해에서 직선기선은 소령도에서 끝난다. 청구인단은 소령도에서 소청도까지 직선기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헌재는 통상기선을 적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소령도에서 소청도로 직선을 그었을 때와 각 섬에 둥그렇게 통상기선을 적용했을 때를 비교한 것으로, 통상기선을 적용하면 파란부분 만큼 영해가 줄어들게 된다. ⓒ 사진제공 서해평화대책위원회
서해 소령도 이북 영해 현재 영해 및 접속수역법 상 서해에서 직선기선은 소령도에서 끝난다. 청구인단은 소령도에서 소청도까지 직선기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헌재는 통상기선을 적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소청도에서 연평도를 경유해 소청도로 직선기선을 그었을 때와 각 섬에 둥그렇게 통상기선을 적용했을 때를 비교한 것으로, 통상기선을 적용하면 파란부분 만큼 영해가 줄어들게 된다. ⓒ 사진제공 서해평화대책위원회
장태헌 서해5도대책위 공동대표(백령도선주협회장)는 "각하된 게 이해가 안 된다. 통상기선을 적용하면 소청도에서 연평도 구간은 공해거나 북한 수역이라는 거다. 이 구간은 꽃게를 비롯한 모든 어패류의 산란지이자, 황금어장이다. 이곳이 영해가 아니면, 중국어선 싹쓸이로 서해5도 어장은 다 망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헌재 판결대로면 북방한계선 이남 실효적지배도 논란

헌재 판결대로 서해5도 영해에 통상기선을 적용할 경우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한 우리 정부의 실효적지배는 일부 해역에서 무력화 될 가능성이 높다.

북방한계선은 군사분계선이 아니지만 우리 정부는 정전협정 이후 서해5도 등 북방한계선 이남 대한 실효적지배와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토대로 북방한계선을 사실상 분계선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헌재 판결대로 할 경우 서해5도 각 섬의 연안 저조선에서 12해리까지만 영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머지 해역은 북방한계선 이남 해역이라고 해도 공해 내지 북한 해역이 되고 만다. 오히려 남북 간 분쟁과 갈등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큰 것이다.

또한 소령도 이북에 통상기선을 적용할 경우 당장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 NLL인근 해역에서 자행하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해선 주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한중어업협정은 소령도 이남 서해 해역에서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곳을 잠정조치수역으로 정하고 허가 받은 배들만 조업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소령도 이북 해역의 경우 '현행조업수역'으로 정하고, 허가 받은 배들만 조업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기선을 적용해 우리 영해를 정하게 되면 우리 영해가 축소되는 것으로, 이는 우리 영해가 아닌 곳에 대해 중국정부가 현행조업수역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격이다.

서해5도대책위와 인천지방변호사회 대리청구인단은 재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리청구인단 윤대기 변호사는 "좀 더 체계적인 법리검토 후에 헌법소원심판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청구인단이 바뀌면 재청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해5도를 비롯한 인천바다엔 영해선이 표시되지 않았다"며 "이번 헌재판결대로 소령도 이북에 통상기선을 적용하면 공해가 생기고, 북방한계선은 무력화 된다. 헌재 판결대로 영해를 확정하는 게 옳은 것인지에 대해, 정부에 공식적인 입장을 질의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영해, #서해5도, #북방한계선, #헌법재판소, #영해 및 접속수역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