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대출'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있다. TV 광고에서도 대출 광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출 그까짓 것 안 받으면 그만이라고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급하게 병원 수술비 같은 큰 목돈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신용을 담보로 카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카드사를 통해서 이자나 수수료를 내고 단기 대출을 계속 반복 하는 형태이다. 많은 월급쟁이가 공감할 것이다.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는 것이 아니라, 스쳐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대출에 무감각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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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광고에서는 무담보로 몇백만 원까지 바로 송금을 해준다며 유혹한다. 그러나 그 '무담보'라는 것이 사실은 나 자신을 담보로 하는 신용 담보이다. 담보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신용 조회만 해도 신용도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그렇게 무담보 대출이라고 선전하는 업체는 제1금융권이 아니라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 등이다. 이런 곳에서 대출을 이용하게 되면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신용도가 떨어진다. 이후로 제1금융권에서 좋은 이율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일반은행 외의 금융사들은, 고객의 신용도를 떨어트려 자신들만의 고객으로 내려 앉히려 하는 셈이다.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무담보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행히도 정부에서는 서민금융진흥원 등을 두어, 금융권에서 소외당하는 서민들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정보가 정작 서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직접 은행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이라도 사기꾼 브로커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떼이고 받기도 한다. 일명 '작업 대출'로 금융사를 속여 실제로 필요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악용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영화 <원라인>은 바로 이 '작업 대출'를 소재로 삼았다. 양경모 감독은 직접 작업 대출 업자들까지 찾아 인터뷰까지 하여, 현실감을 높이는 데 힘 쏟았다 한다. 그 과정에서 양 감독의 눈에 든 것은 그들이 범죄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인식한다는 점이었다.

영화에서는 그 작업 대출 업자들이 어떻게 대출을 받아주는지 자세하게 다뤄진다. 대출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 대출을 신청한 사람이 앞으로 대출을 성실하게 갚아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평가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은행 직원의 권한이, 결국 남용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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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이것은 10년도 더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준 듯하지만, 현재도 검색엔진에서 "작업 대출"을 검색해보면 핸드폰, 자동차 등을 이용해 성업 중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서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중요한 장부가 등장한다. 영화 <마스터>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놀란 것은 대출을 승인해주는 은행직원들의 모습들이었다.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그것도 서브프라임 모지기라는 언뜻 탄탄해 보이는 금융상품이 어떻게 어이없이 무너졌는지, 아니 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영화 <빅쇼트>가 연상됐다. 이렇게 방만한 금융사들에 대출 심사를 믿고 맡기는 게 과연 맞을까 하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요즘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출받을 때 은행이 정해 놓았다는 그 불변의 대출한도나 이율도 은행장 승인 등에 따라 조율이 가능하다. 결국 상호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남용하여, 부실 채권이 쌓여 2011년에는 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까지 일어났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아마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돈이란 무엇인가?',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가?' 그래서 '결국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까지가 아닐까. 이 영화를 통해서 지금은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이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며, 수정해야 할 것은 없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과연 영화의 배경인 10년 전 그때 비해 많이 달라졌는가?

영화 <원라인>은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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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근주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원라인 양경모 임시완 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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