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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은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이자, 송파 세 모녀의 3주기 추모제를 진행한 날입니다. 빈곤사회연대에서는 박근혜 정권 4년간 송파 세 모녀와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죽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3주간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본 글은 그 중 두 번째 글로 사각지대를 발굴해도 제도상의 문제로 빈곤층에게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첫 번째 글 '엄마와 통화했다고 수급비 20만 원 깎은 정부'에서는 가장 많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세 번째 글은 가난한 이들에게 충분한 복지의 권리를 주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은 '가난한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을'이 실릴 예정입니다. -기자 말

2016년 1017 빈곤철폐의 날에는 '가난한 죄'로 빈곤층을 가두는 빈곤의 감옥이 등장했다
▲ 빈곤의 감옥 2016년 1017 빈곤철폐의 날에는 '가난한 죄'로 빈곤층을 가두는 빈곤의 감옥이 등장했다
ⓒ 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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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시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복지공약을 내걸며 당선된 박근혜는 임기 중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을 개정했고 사각지대 빈곤층을 발굴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하는 등 빈곤층지원복지제도 관련법들을 정비했다.

더불어 '읍면동 복지 허브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추진하며 신청주의에 기반 해 온 복지행정기능의 변화를 도모하며 빈곤과 복지에 무한한 관심을 쏟는 듯 했다. 과연 이렇게 제·개정된 복지제도 관련법들과 행정기능의 변화로부터 빈곤층의 삶은 달라졌을까? 복지사각지대 빈곤층을 일선에서 만나고 있는 구청공무원과 사회복지노동자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대상자 소개
A씨: 사회복지현장에서 10년 동안 일했고, 현재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추진지원단'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B씨: 지역사회복지관에서 15년 동안 일했고, 현재 구청에서 일하는 사회복지공무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취지는 좋지만

"주민들로부터 옆집 사람이 어렵다고 찾아가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예전에는 '동사무소로 오시라 그러세요'라고 했는데, 이제는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하고 찾아가게 되었어요"
-사회복지공무원 B씨

A씨와 B씨 모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행정기능의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A씨와 B씨 모두 행정기능의 변화만으로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제·개정된 빈곤층지원복지제도 관련법들이 정부가 이야기한 사각지대 해소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찾아가는 복지로 대상자 발굴에 집중하고 있으나, 정작 발굴되더라도 제대로 된 공적제도 연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백날 찾아가면 뭐하나'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찾아가서 발굴되어 공적 지원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전체 12.9%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죠. 적극적으로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복지제도의 진입장벽이 높아 찾아내더라도 적절한 지원과 연계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사각지대는 발굴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높은 문턱이 그들을 흡수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사회복지사 A씨

정부는 송파 세모녀 자살 후 일제조사를 벌였지만 7만 4천명의 신청자 중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공적 지원으로의 연계는 6천 7백명에 불과했다. (2014년 3월 발표)
 정부는 송파 세모녀 자살 후 일제조사를 벌였지만 7만 4천명의 신청자 중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공적 지원으로의 연계는 6천 7백명에 불과했다. (2014년 3월 발표)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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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걸림돌은 '부양의무자기준'

제도의 높은 문턱, 그 중 가장 큰 문제로 A씨와 B씨 모두 기초생활보장제도 내 부양의무자기준을 꼽았다.

"복지제도 신청 시 당사자의 부양의무자가 확인되면 지원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수십 년 째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과 애써 연락해야 하는, 정서적으로 비참해지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을 신청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도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적극적행정'에서 철저하게 '보수적행정'으로 바뀌게 돼요. 이런 이유로 복지제도 지원신청을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자식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라고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가 일면 틀린 얘기가 아닙니다."
-사회복지사 A씨

"사회복지현장 실무자들 다수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B씨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부양은 윤리적, 도덕적 선택사항인데, 부양의무자에게 소득이 있다고 정부에서 규제까지 해가면서 정부가 책임져야 할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부정수급? 정부가 불리할 때 써먹는 여론선동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을 때 발생할 문제점으로 공공연히 이야기되는 부정수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현장에서 보는 부정수급 문제는 어떨까?

"부정수급프레임은 정부가 불리할 때 써먹는 복지영역에서의 전형적인 여론선동 주제예요. 부정수급은 주로 개인보다 시장화되어 공공성을 상실한 사무장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마치 가난한 사람들 개인의 비리인양 부풀려 복지 확대를 왜곡시키는 의도가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부정수급 사례도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터무니없이 낮게 설계된 현 복지제도의 선정기준에서의 부정수급일 뿐, 현장에서는 제도가 지원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늘 발생합니다. '사정이 딱한데, 관련 규정 때문에 저도 어쩔 수 없어요..'라는 복지공무원들의 위로 섞인 말은 부정수급을 통해서라도 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죠."
-사회복지사 A씨

B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부정수급하면서까지 수급자가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거예요.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게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그거라도 받아서 어떻게든 생활해보려고 하는 거죠."

"정말 일부분의 부정수급이 있는 건데, 그 일부분을 보편적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정수급은 부정수급대로 따로 관리해야 할 사안이지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수급 때문에 외면한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것과 같아요."
-사회복지공무원 B씨

일부 부정수급을 핑계로 사각지대 해소에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이야기처럼 사각지대의 빈곤층은 여전히 존재하며,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내고 있다.

빈곤문제 해결, 미뤄서는 안 돼

지난 2월에만 2명의 빈곤층이 월세를 체납한 상황에서 생활고를 겪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죄송하다는 편지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가난한 이들의 죽음보다 두려운 오늘의 삶은 현재진행 중이다.

1000만 촛불로 만들어진 19대 조기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촛불에 담긴 '이전과 다른 더 나은 세상'을 희망하며, 이제는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의 삶을 외면하지 말고 거대한 복지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가난을 대물림하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비롯한 빈곤층지원복지제도를 빈곤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할 때가 아닐까?

빈곤사회연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활동들을 지속해왔다. 위 사진은 작년 8월 국회에서 진행한 맞춤형 개별급여(송파 세 모녀법) 1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평가와 개선과제'토론회에 참가한 홈리스행동 활동가들과 홈리스야학 학생들이다.
 빈곤사회연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활동들을 지속해왔다. 위 사진은 작년 8월 국회에서 진행한 맞춤형 개별급여(송파 세 모녀법) 1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평가와 개선과제'토론회에 참가한 홈리스행동 활동가들과 홈리스야학 학생들이다.
ⓒ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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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빈곤, #복지,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송파세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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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경쟁을 강요하고 격차를 심화시키는 사회에서 발생합니다. 빈곤사회연대는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한시적 원조나 시혜가 아닌 인간답게 살 권리, 빈곤해지지 않을 권리를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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