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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을 3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6일 준용씨를 채용했던 한국고용정보원과 고용정보원을 감사했던 고용노동부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은 지난 2007년 이후 선거철마다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미 대선후보 검증 차원에서 지난 3월 7일 준용씨 채용 당시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을 지낸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을 단독 인터뷰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들어봤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기사를 다시 소개한다. 이에 대한 후속 기사도 곧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8대 대선 당시인 지난 2012년 6월 17일 오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스피치 콘서트 바람-내가 꿈꾸는 나라,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 행사에 부인 김정숙씨, 아들 준용씨와 함께 참석해 무대에 올라 있다. 문준용씨가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들려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8대 대선 당시인 지난 2012년 6월 17일 오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스피치 콘서트 바람-내가 꿈꾸는 나라,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 행사에 부인 김정숙씨, 아들 준용씨와 함께 참석해 무대에 올라 있다. 문준용씨가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들려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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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누가 피해를 봤나? 준용씨만 피해를 봤다."

유력 대선주자 가족들도 검증을 피할 순 없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장남인 문준용(35)씨도 지난 2007년 이후 선거철마다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이 입길에 오른다. 이 가운데는 과장된 내용이나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뒤섞여 또다른 의혹을 낳는다.

<오마이뉴스>는 준용씨 채용 당시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을 지낸 권재철(55)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을 만나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확인했다. 권 이사장 인터뷰는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했다.

문재인 아들 특혜? 정규직 전환 시점 맞추려 '무리수'

권재철 전 한국고용정보원장
 권재철 전 한국고용정보원장
ⓒ 권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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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은 고용노동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을 운영하면서 국민들에게 온갖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지난 2006년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독립해 새롭게 출범했고, 참여정부 청와대 노동비서관 출신인 권 이사장이 초대 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전 직원이 300명에 이르는 큰 조직으로 성장했지만 출범 당시엔 80명 정도에 불과했고 비정규직이 50명에 달해 정규직 채용이 시급했다.

고용정보원은 2006년 12월 하반기 공채에서 문준용씨를 동영상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직 5급 신입 직원으로 뽑았다. 그런데 이듬해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정진섭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용정보원장이던 권재철 이사장이 문재인 후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수석비서관과 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던 사이였음을 들어, 아들 준용씨 채용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채용 공고 내용이 제한적이고 공고 기간도 짧아 외부 응시자들 지원 기회가 적었던 것도 이같은 의혹을 부추겼다.

정 전 의원은 당시 고용정보원이 연구직 5명과 일반직 9명을 함께 모집하면서 워크넷에는 '연구직 초빙 공고'라고 제목을 붙여 일반직 지원을 제한했고 '동영상 및 PT(프레젠테이션) 전문가'를 뽑는다는 사실도 공고문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용정보원이 시험 시행일 15일 이전 공고해야 한다는 인사 규정도 지키지 않고 원서접수 하루 전에 공고해 1주일만 모집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결과적으로 동영상 및 PT 분야엔 준용씨 혼자 지원해 합격했다.

JTBC는 지난 2012년 10월 권재철 이사장이 "문재인 아들 채용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권 이사장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준용씨 채용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이날 권 이사장은 당시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전체 채용 절차에서) 직원들에게 행정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랫사람에 책임을 묻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노동부도 준용씨를 채용하려고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황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고 행정상 미흡했던 부분만 지적했다"고 밝혔다.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지난 2007년 고용노동부 특별 감사에서도 이미 확인됐다는 것이다.

노동부 감사실 "문준용 자질과 경쟁력 충분, 부적격자 채용 아냐"

실제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는 지난 2007년 5월 국회 요구로 고용정보원 직원 채용 과정을 감사한 결과 채용 방식에 문제는 있었지만 특정인을 특혜 채용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마이뉴스>에서 확보한 당시 조사 보고서에서 노동부 감사실은 "워크넷 한 곳에 6일간만 모집 공고하고, 공고 내용과 형식도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고 외부응시자 2명이 경쟁 없이 채용돼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할 소지는 있다"면서도 "특정인을 채용시키려고 사전에 의도적으로 채용 공고 형식과 내용을 조작했다는 확증은 발견되지 않았고, (준용씨를 포함한) 외부응시자들도 전공분야 수상경력이나 회사 근무경력 등으로 보아 자질 및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부적격자를 채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7년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 감사실에서 한국고용정보원 대상으로 진행한 직원 특혜 채용 의혹 조사 보고서. 노동부는 고용정보원 채용 과정에 투명성과 합리성이 부족해 특혜 채용 의혹 빌미를 제공했다면서도, 부적격자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특정인(문재인 아들 준용씨)을 취업시키려고 조작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 감사실에서 한국고용정보원 대상으로 진행한 직원 특혜 채용 의혹 조사 보고서. 노동부는 고용정보원 채용 과정에 투명성과 합리성이 부족해 특혜 채용 의혹 빌미를 제공했다면서도, 부적격자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특정인(문재인 아들 준용씨)을 취업시키려고 조작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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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사장은 "당시 직원 80여 명 가운데 50명 정도가 비정규직이었는데 12월 31일 계약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해 12월에 서둘러 뽑았다"면서 "제목을 '연구직 공고'로 뽑은 것도 당시 주채용 목적이 연구직이었고, 일반직은 대부분 내부 비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이어서 시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당시 공채에 연구직 12명, 일반직 39명 등 51명이 응시했는데, 이 가운데 내부 계약직이 43명에 달했고 외부 응시자는 8명(연구직 6명, 일반직 2명)에 불과했다. 최종 합격자 14명(연구직 5명, 일반직 9명) 가운데 내부 계약직이 12명이었고, 외부 응시자는 준용씨를 포함한 일반직 2명에 그쳤다. 사실상 '내부용 공채'여서 대외 홍보에 소극적이다 보니 외부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부도 고용정보원이 연말 공채에서 내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외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투명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특혜 채용 의혹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동부는 고용정보원이 공고기간을 규정대로 지키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내부인원 채용비율도 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기관 주의' 조치했다.

박근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검증 카드로 '재활용'

이것으로 준용씨 특혜 채용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준용씨도 지난 2008년 3월 휴직한 뒤 세계 3대 디자인 학교로 꼽히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유학을 떠난 뒤 복직하지 않고 지난 2010년 1월 회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검증 카드로 아들 취업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당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준용씨 취업 특혜를 뒷받침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준용씨가 입사 14개월 만에 2년 가까이 휴직했다 퇴사하면서 휴직 기간까지 포함해 퇴직금을 받았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퇴직금 산정시 휴직 기간을 포함하는 건 '특혜'가 아니라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인사 업무 담당자는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선 모두 퇴직금을 정산할 때 휴직 기간을 포함하고 있고 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선관위 주관 첫번째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선관위 주관 첫번째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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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후 유학을 두고도, 공공기관 취업을 외국 유학 발판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준용씨는 애초 유학과 취업을 고민하다가 학교도 지원하고 취업도 지원했는데 취업이 된 뒤에 학교에서도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도 "준용씨는 평소 결혼한 뒤 부인과 같이 유학가고 싶다고 했는데 국회 일이 터진 뒤로 힘들어 해 유학을 떠나게 된 것"이라면서 "준용씨는 유학을 다녀온 뒤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어 했는데 (특혜 채용 논란으로) 본인도 힘들고 집에서도 그만두라고 권유해 스스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준용씨가 자기소개서에 동영상 제작 능력을 수차례 강조했다면서, 동영상 분야 모집 사실을 사전에 내부자에게 전해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재철 이사장은 "내부에 정보제공자가 있다면 나나 다른 임직원일 텐데, 나는 문재인 후보 아들 전공이나 학교도 몰랐고 임직원 가운데 준용씨를 알던 지인도 없는 걸로 안다"면서 "문재인 아들이 지원했다는 것도 최종 합격자 명단을 보고 알았다. 3급 이상은 내가 직접 면접하지만 4급 이하는 간부급이 면접하기 때문에 나는 지원한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권 이사장은 "준용씨가 평소 구직 활동을 하면서 워크넷을 자주 들어왔는데, 워크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서 나도 (그 일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은 당시 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 급여 수준이 연 3400만 원 정도로, 대기업 평균 연봉 3000만 원보다 높은 '꿈의 직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3400만 원은 성과급까지 포함한 것이고 5급 급여는 연 3000만 원 내외"라면서 "당시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대기업 대졸 평균 초임이 기본급+상여금 3000만 원 수준인데 같은 기준으로 보면 우린 2500만 원 정도여서 중견기업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직 5급을 종종 사무관급 공무원인 5급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고용정보원에서는 최하 직급인 6급보다 한 단계 높은, 대졸 신입 말단 호봉이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일반 5급은 공무원으로 치면 9급 수준에 해당하고, 민간회사로 치면 대졸 공채 신입사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준용 제작 동영상'은 해프닝... 7개월 뒤 동영상 분야 모집엔 26명 지원

당시 새누리당은 준용씨가 동영상 제작 관련 프로그램 자격증도 없고, 준용씨가 만든 동영상도 수준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에서 공개한 동영상은 외주 제작 영상으로 밝혀졌다.

권 이사장은 "준용씨가 만든 게 아니었다. 고용정보원에서 모든 동영상을 한 사람이 만드는 건 불가능해 동영상 제작은 모두 외주를 맡기고 있다"면서 "준용씨는 동영상 제작 경험자로서 동영상 품질과 제작 단가를 관리하는 업무를 했지 직접 동영상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2007년 2월 건국대 시각디자인과(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졸업 예정이던 준용씨는 이미 애경, CJ미디어, LG텔레콤 등 대기업에서 주최한 광고 공모전에서 3차례 수상했고, 실무영상 제작 능력과 각종 전시회 기획과 참가 경력을 갖추고 있었다. 새누리당에서 영어 능력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준용씨는 당시 300점 만점인 토플(CBT)에서 250점을 받았다. 677점 만점인 요즘 PTB 기준으로는 600점대 고득점이다. 기본 '스펙'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준용씨 채용 이듬해인 2007년 6월 공채 때는 동영상 분야에서 1명 모집에 26명이 지원했다. 이때는 '웹기획, 웹프로그래머, 웹마케팅'과 같이 모집 분야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만약 준용씨가 이들과 경쟁했어도 합격할 수 있었을까?

권 이사장 자신도 "그게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2006년 말에는 고용정보원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2007년, 2008년쯤 유명해졌다"고 밝혔다. 고용정보원 출범 초기인 2006년 3월부터 워크넷에 상시채용공고를 냈지만 1개월 동안 지원자가 2명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특혜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드러났어야"

권재철 이사장은 "2007년 노동부 감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도 특별감사를 진행했지만 (준용씨 채용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면서 "내가 채용 장사하고 지인 부탁으로 자격 없는 사람을 채용하려고 했다면 직원들부터 반대했을 거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거치면서 직원들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청년이 공공기관에 들어가고 싶어 했고 (워크넷에) 동영상이 가장 많아 지원하게 됐다. 누구나 어느 부분에 관심이 있으면 계속 찾아보질 않나. 이 일로 누가 피해를 봤나? 나나 문재인 후보가 피해를 봤나? 준용씨만 피해를 봤다."

문준용씨는 파슨스 스쿨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강사이자 프로그래머,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증강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브라질 FILE 페스티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등 국내외 행사에 전시됐다. 적어도 아버지를 둘러싼 '특혜 채용' 논란에서 자유로운 직업을 찾은 셈이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태그:#문재인, #문준용, #채용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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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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