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중이야> 영화 포스터

<녹화중이야> 영화 포스터 ⓒ 노가리필름


고3 때에 위암 판정을 받은 연희(김혜연 분)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캠코더로 남기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수리기사 민철(최현우 분)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죽음이란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둘은 지금 지나가는 소중한 순간을 캠코더로 계속 기록한다. 처음 만났던 사연, 같이 다닌 곳, 프러포즈 등 두 사람이 쓰는 영상일기를 영화감독 지망생인 친구 우석(서진원 분)은 촬영감독이 되어 힘껏 돕는다.

<녹화중이야>는 <러브스토리>(1971)와 <사랑을 위하여>(1991)로 대표되는 시한부 인생을 다룬 최루성 영화의 작법을 따른다. 영화는 사랑에 빠진 남녀, 불치병, 시한부라는 정해진 시간, 행복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모습, 죽어도 변치 않는 사랑 등의 코드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다만, 영화의 색채가 상당히 밝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박민국 감독은 <녹화중이야>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상영될 당시에 <맥스무비>와 나눈 인터뷰에서 영화의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인물은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다. 친구와 간호를 함께 했는데, 그때 느낀 건 그들이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영화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아픔만 보여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픔도 있겠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체로 밝았다. 그들의 밝은 모습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녹화중이야> 영화의 한 장면

▲ <녹화중이야> 영화의 한 장면 ⓒ 노가리필름


<녹화중이야>는 다른 시한부 소재 영화에 비해 예쁘고 화사한 톤이 강하다. 별다른 극적 갈등이 없고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벗어났기에 눈물샘의 강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에겐 추천하기 힘든 영화다. 우울한 분위기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때론 인물의 행동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무리수를 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형식이다. <녹화중이야>는 공포 영화에서 주로 차용되던 '페이크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가져와 페이크 다큐와 시한부 서사의 만남을 꾀한다. 처음에 보여주는 "고인에게 영화를 바친다"란 문구(이로 인해 영화제에서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인가 묻는 말도 받았다)는 현실감을 한층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파격적인 실험까지 기대해선 곤란하다. 일반적인 드라마의 형태를 벗어나 페이크 다큐를 연상케 하는 기록물의 형식을 취한 정도다. 내레이션이 빠진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라 연상하면 된다. <녹화중이야>는 페이크 다큐의 가능성과 한계성이 드러나는 시험대다.

영화 제목인 <녹화중이야>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극 중에서 연희는 매 순간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해"라고 말하며 영상을 찍는다. "녹화중이야"란 말은 일상의 기록 외에도 '진행형'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하면서 계속 힘을 내는 느낌도 들고,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는 사랑의 영원함을 뜻하기도 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활용, 최소의 등장인물로 경제적 영화를 만들었다"란 부산국제영화제의 소개를 참고한다면 제목 <녹화중이야>는 여건을 딛고 전진하겠다는 의지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페이크 신파'를 개척하려는 영화적 선언일지도 모르겠다. 3월 2일 개봉.

녹화중이야 최현우 김혜연 서진원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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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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