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날아라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랩몬스터,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10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규 2집 'WINGS'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데뷔 4년 차가 된 방탄소년단의 정규 2집 'WINGS'는 유혹을 만나 갈등하고 성장하는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10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정규 2집 < WINGS >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 ⓒ 이정민


"사실 3~4년 후엔 저희가 더 이상 '소년'이 아닐 텐데 하는 걱정을 한다. 그렇지만 저희와 대중은 동시대성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저희 안에 있고, 저희 옆에 놓인 이야기를 어떤 주제로든 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의 내게 닥친 고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가 뭔지 고민하고 그것을 해 나가면 많은 분들이 저희를 계속 주목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 랩몬스터, "방탄소년단 파죽지세 인기, 다 이유가 있다"(2016년 10월 10일) 중에서

지난해 10월 10일 만난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날은 방탄소년단이 2집 정규 앨범 <WINGS>를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연 날이다. 방탄소년단에겐 여느 아이돌그룹과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단 걸 비로소 알게 됐다. 이들에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간담회에서 랩몬스터는 이렇게 끝맺었다. "음악으로 단지 즐거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가치관을 전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작년에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곡은 '피 땀 눈물'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으며 생각 거리를 던졌다. 랩몬스터는 "앞서 <화양연화> 시리즈에서는 청춘의 아픔과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청춘들이 타인 및 외부 세계와 겪는 갈등과 이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한 장면. 철길에 귀를 대고 열차가 오는 소리를 듣는다.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한 장면. 철길에 귀를 대고 열차가 오는 소리를 듣는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돌아왔다. 지난 13일 0시 <윙스(WINGS) 외전: YOU NEVER WALK ALONE> 전곡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서 공개된 4개의 신곡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를 사는 청춘으로서 생각하는 바를 담았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소수의 희생'에 관한 질문이 담긴 듯하다.

이번 주제곡 '봄날'이 특히 그렇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봄날'에 대해 "방탄소년단이 데뷔 때부터 이야기해 온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비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함께 행동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중 '오멜라스'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띈다.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중 '오멜라스'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앞서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노래 안에 미처 담지 못한 타락과 유혹,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 조각상 등 여러 장치를 통해 풀어냈다. 이번 '봄날'에서도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흥미로웠다. '봄날' 뮤직비디오는 소수의 희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어슐러 르귄의 소설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린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차용한 것이 그 근거다.

영상 초반, '오멜라스'란 간판이 달린 집이 등장하는데 소설 속 오멜라스는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다. 단 하나 비밀이 있다면, 이 도시의 어느 구석 지하방에 갇힌 한 아이의 불행이 오멜라스의 행복을 담보하는 조건이란 사실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아이의 비참한 삶을 알고 있지만, 눈길 한 번 보내지 않고 쉬쉬한다. 이를 못 견딘 일부 '양심'들은 이 마을을 떠나기도 한다. 무급알바와 비정규직에 내몰린 우리나라 청춘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과연 소수의 희생이 다수의 행복을 위한 바탕이 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게 과연 '정의'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중 열차 신.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중 열차 신.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이미지.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이미지.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봄날'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은 설국열차에서 내린 멤버들이 설원을 걷는 모습이다.

'봄날'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은 설국열차에서 내린 멤버들이 설원을 걷는 모습이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세월호

온라인 상에선 '봄날'이 세월호에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란 주장도 꽤 있다.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라는 도입부의 노랫말이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는 것.

방탄소년단이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돈을 모아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1억 원을 기부한 사실이 지난 1월 알려지면서 이런 추측이 나오는 듯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관련 검색어에도 '세월호'가 등장하고, 뮤직비디오에도 이를 상징하는 듯한 장면들이 나온다. 랩몬스터와 슈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봄날' 가사에 녹여냈다고 밝힌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또래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봄날' 1절과 2절은 주고 받는 대화로 이뤄져 있다.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더 새워야/ 널 보게 될까/ 만나게 될까"(1절),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더 새우면/ 만나러 갈게/ 데리러 갈게"(2절).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건, 비록 청춘이 아닐지라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봄날' 뮤직비디오에서 지민은 바닷가에 놓인 누군가의 신발을 집어든다.

'봄날' 뮤직비디오에서 지민은 바닷가에 놓인 누군가의 신발을 집어든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유리천장 논란, 더 조심하고 더 성장하길

방탄소년단을 대단히 훌륭한 젊은이들로 미화할 생각은 없다.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며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보통의 청춘처럼 보인다. 이들은 최근에 '유리천장'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의 신곡 '낫 투데이(Not Today)'의 가사 중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라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기득권 남성인 방탄소년단이 이 말을 하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지적이 논란의 주였다. '유리천장'은 여성과 소수민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다. 이 용어를 일반적 '불평등'을 일컫는 단어로 확대하여 잘못 썼다는 비판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발표한 '호르몬 전쟁'과 '농담'의 가사에서 여성혐오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으로 질타를 받은 적이 있으므로 대중의 시선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음악 작업을 할 때 더 세심해야 했지 않나 아쉬움이 든다.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청춘의 공통된 모습일 것이다. 노래라는 도구로써 청춘의 아픔과 고뇌,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고, 주변의 아픔을 돌아보고자 하는 방탄소년단의 끊임없는 시도에 응원을 보낸다. 다만 타인에게 상처줄 수 있는 언행을 더이상은 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살피며 걸어가야겠다. 그들이 더 아름다운 청춘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봄날'을 기다리는 청춘들.

'봄날'을 기다리는 청춘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봄날 설국열차 윙스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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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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