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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씨

서른아홉의 김아무개씨는 경기도 '시화공단'의 중소기업에 다닌다. 반도체 관련 회사는 아직까지 신입사원이 들어오지 않아 5년 차 김씨가 막내다. 연봉으로 정한 3천만 원을 쪼개 매월 2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대부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잔업을 한다.

김씨가 다니는 회사의 이사는 매번 "경기가 안 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사는 올해 '제네시스'에서 신형 '에쿠스'로 차를 바꿨다. 정작 김씨를 비롯해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쉬는 회사 휴게실은 변한 게 없다. 여름에는 박스를 깔고 자고, 겨울에는 제 돈 주고 산 침낭을 덮어 한기를 막는다.

유일한 삶의 낙은 주말에 동호회 친구들과 다니는 백패킹이다. 그러나 주말을 온전히 쉬는 것도 여의치 않다. 특근 여부는 미리 공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처 주문 물량에 따라 금요일이 되어야 토요일 출근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때문에 김씨는 기회가 되면 가능한 원청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약 87%는 김씨처럼 중소기업에 일한다. 전체 기업 수로 따지면 100개 중 99개가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매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탄한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채용을 실시한 664개 회사 중 약 79%가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게다가 열에 아홉은 '새로 충원한 인력이 1∼2년 이내에 조기 퇴사'했단다.

청년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이유가 '눈이 높아서'?

공식적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청년실업률은 9.8%다. 취업준비생과 대학 졸업유예자, 군 입대를 앞둔 사람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까지 합하면 실제 청년실업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흔히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고 말한다. 지방 가서 일하고 중소기업에 가서 일하라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1월 SBS TV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나와 청년실업의 원인을 청년의 눈높이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청년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아니라서' 싫은 게 아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12년 청년(19~29세)들에게 물었다. 10명 중 8명은 '중소기업에 취업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대졸자의 경우에도 약 72%가 '중소기업에 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조사(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6 청년사회·경제 실태 조사)에서 청년들은 가장 필요한 고용위기 해결방법으로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를 첫 번째로 꼽았다.

"택시타고 도착했는데, 오마이 갓. 딱 건물에 들어가는 화장실이 바로 보이더라. 고등학교 분교의 느낌이 뭔지 아니? 그런 느낌의 낡은 건물에 완전 낡은 화장실. 냄새도 맡아지는 듯했어. 휴게실에 담배꽁초만 그득하고 담배냄새가... 휴게실은 즉 남직원이 담배 피는 곳. 즉, 걍 여자는... fail.."

매출액 800억이 넘는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던 구직자가 인터넷 커뮤니티 취업정보 코너에 남긴 후기 중 일부다. 이 구직자는 1차에서 불행하게 합격하고 2차 면접에서 되려 회사를 '깠'다(면접에 나가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 일자리 부족의 미스매치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구직자들이 느끼기에 중소기업은 여전히 매력과 비전이 없다.

황전원 전 한국폴리텍 학장은 중소기업에 호소한다. 그는 어느 보수신문에 칼럼을 통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청년구직자를 탓하기 전에 "작업공구 비치부터 샤워실, 화장실 등을 신경 써서 작업 현장을 깨끗이 하고, 업무 과정에서 비인격적 언사를 자제하라"고 충고했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원하청의 갑을 관계로 묶여있다. 원청 대기업이 쥐어짜면 가뜩이나 벌이도 시원찮은데 복지시설 확충이나 임금 인상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중소기업이 온전히 책임질 일은 아니다. 

진정으로 청년 실업을 고민한다면

청년들보고 "눈높이를 낮추라"고 훈계하던 MB정부보다 박근혜 정부는 눈치가 좀 빨랐다. 2012년 지방선거에서 '헬조선'에 치를 떠는 청년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고용율 70%를 외치며 중소기업에 청년을 채용하라며 당근을 던졌다. 2014년에 이른바 '청년인턴 취업지원금'이라고 하여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년 이상 고용하면 제조업 근로자에게 300만 원을 줬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박근혜 정부 4년 차 고용율은 60% 중반에서 꿈쩍 않았다. 300만 원을 줘도 큰 효과가 없었다. 올해부터는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이름으로 2년 이상 중소기업에 근속하면서 300만 원을 저금하면 기업과 정부가 지원해 1,200만 원을 모을 수 있게 해준단다.

기업에는 채용유지 지원금을 준다. 장기근속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인데 상담 사례로 보면 2년간 지원금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구직자가 불안한 동거를 하다 헤어질 것이란 불안이 앞선다. 실제 정부의 예산을 살펴보는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7년 예산안 평가에서 참여하는 기업이 "정규직 전환율이 낮고 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 2년 이후에는 고용이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 돈을 지방자치 단체에 풀어 여기저기 흩어진 공장을 정비하고, 산업단지 내에 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과 문화시설, 육아시설을 확충해 장기적 정주 여건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일하는 부천지역에는 테크노파크라는 아파트형 공장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평소엔 삭막한 산업현장이지만 부천시의 지원을 받아 계절에 따라 문화공연이 열리며 틈틈이 산재예방 캠페인을 펼친다. 임금이 체불되거나 부당하게 해고되면 시가 노동단체 위탁한 노동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수도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이미 청년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만큼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요한 건 노동자가 어떻게 취급받고 있는가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미디어오늘,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게재됩니다. 이동철 한국노총 법률원 부천상담소(‘노동OK’ 운영)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글을 제작했으며 이를 카드뉴스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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