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삼성과 모비스의 경기에서 김준일(왼쪽)과 이종현(오른쪽)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25일 오후 7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삼성과 모비스의 경기에서 김준일(왼쪽)과 이종현(오른쪽)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 울산 모비스


서울 삼성은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했지만, 올스타 휴식기 직전 열린 2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7일 창원 LG와 경기에서는 무려 22개의 턴오버를 범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후반기 일정이 울산 모비스(원정)-원주 동부(홈)-안양 KGC(홈)로 이어진다는 점은 삼성팬들에 큰 불안감을 안겼다.

그러나 올스타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온 삼성은 전반기 '1위' 다운 경기를 선보였다. 삼성이 25일 오후 7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모비스와 맞대결에서 87-71로 승리했다.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농구를 책임질 모비스의 '슈퍼루키' 이종현이 데뷔했지만, 삼성이 끈끈한 수비 집중력을 앞세워 '천적' 모비스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삼성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연패 탈출과 '천적' 모비스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슛이 들어가질 않았다. 선발 출전한 임동섭과 김태술,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 김준일이 차례대로 시도한 슛은 모두 불발됐고, 경기 시작 3분 58초가 지나서야 이날 경기 첫 득점에 성공했다.

반면 모비스는 늘 그랬듯이 초반부터 삼성을 압도했다. 찰스 로드가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골밑에서 손쉬운 득점을 만들어냈고, 전준범과 김효범의 3점슛까지 더해지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하지만 삼성이 라틀리프의 골밑 활약을 토대로 살아나기 시작했고, 마이클 크레익과 임동섭, 문태영과 김태술이 잇달아 3점슛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모비스의 양동근이 외곽슛을 터뜨리면 똑같이 외곽슛으로 응수했고, 김태술이 속공 득점과 함께 상대 반칙까지 얻어내며 점수 차를 벌려 나갔다.

이후에도 삼성은 김준일의 중거리 슛과 임동섭, 라틀리프의 골밑슛 등을 앞세워 점수 차를 17점 이상으로 벌리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김준일의 활약이 대단했다. 김준일은 대학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이종현을 의식했는지 이날 경기에서 22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무엇보다 2점슛 12개를 던져 11개를 성공하는 놀라운 야투 성공률을 선보였고, 이종현을 상대로 수비란 무엇인지 한수 가르쳐주며 '선배'의 위용을 뽐냈다.

삼성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도 눈에 띄었다. 삼성만 만나면 날아다녔던 로드의 득점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고, 1쿼터 초반을 제외하면 외곽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라틀리프가 골밑을 장악하며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지난 LG와 경기에서처럼 손쉬운 득점을 내주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25일 오후 7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삼성과 모비스의 경기에서 라틀리프(오른쪽)의 골밑슛을 로드(왼쪽)가 막아내려 하고 있다.

25일 오후 7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삼성과 모비스의 경기에서 라틀리프(오른쪽)의 골밑슛을 로드(왼쪽)가 막아내려 하고 있다. ⓒ 울산 모비스


팽팽했던 1, 2쿼터와 달리 3쿼터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모비스는 로드의 감정 기복이 가장 큰 아쉬움을 남겼다. 로드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짜증스러운 표정을 자주 드러냈고, 라틀리프와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구팬과 미디어의 큰 관심을 받았던 이종현의 활약도 아쉬웠다. 이종현은 경기 시작 4분 44초가 지난 상황에서 교체 투입되며 데뷔전을 치렀지만, 긴장한 탓인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라틀리프와 김준일을 앞에 두고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모두 불발됐고, 크레익에게는 슛블록까지 당했다. 수비에서는 투지를 앞세워 크레익의 볼을 스틸해냈고, 장기인 블록슛도 선보였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 데뷔전을 치른 만큼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그 후반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이종현이 남은 기간 팀에 얼마만큼 적응하느냐가 모비스의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슈퍼루키' 이종현의 데뷔전은 화려하지 않았다. 연패를 끊고자 한 삼성의 집중력과 '라이벌' 김준일의 맹활약이 이종현의 꿈같은 데뷔전을 막아섰다. 그러나 이종현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농구를 책임질 인재인 만큼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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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모비스 이종현 김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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