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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번 설에 해외 나가기로 했어."

"설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그러면 누가 뭐라 하지 않을까?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안 좋게 볼 텐데, 괜찮아?"

설에 고향에 가지 않고 여행을 할 거라는 고향 친구의 말이 믿기지 않아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벌써 재작년부터 명절이면 가족여행을 한다며 뭘 그런 걸 가지고 놀라느냐고 친구는 오히려 반문을 했다. 

명절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친구, 놀랐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인파로 가득한 모습.
 지난 추석,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이번 설날에도 공항이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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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경상도가 고향인, 50대 중후반의 남자다. 접빈객봉제사(接賓客奉祭祀)가 사람 사는 도리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부모님을 보고 자란 사람이다. 그래서 내 친구 역시 명절이나 제사 때는 불원천리 고향을 찾아 인간의 도리를 다 하려고 애썼다. 그랬던 그가 설에 고향에 가지 않고 해외여행을 할 거라니, 나는 믿기지 않아 묻고 또 물었다.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으로 공항이 붐빈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들었지만 내 근처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귀향행렬에 끼어 고생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차리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을까. 더구나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더더욱 부러웠다.

돌아보니 결혼을 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결혼한 그해부터 지금까지 매년 추석과 설이면 예닐곱 시간씩 운전해서 고향을 찾았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집으로 돌아왔다. 젊을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피로도가 크다. 우리도 이제는 예순이 내일모레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은 비단 우리 집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 해마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아들을 장가보낸 사람들은 한두 해는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가지만 며느리가 아기를 낳고 하다 보면 점점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시집을 간 딸의 경우 명절 당일은 시댁에서 보내고 오후에나 저녁 무렵에 친정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친정 부모님이 명절 쇠러 고향에 가버리면 딸은 친정에 가도 맞아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남편은 고향으로 가고 아내는 집을 지키며 찾아올 딸과 사위를 맞는 경우도 있다.

낀 세대 우리, 어찌 하오리까...

 차례상.
 차례상.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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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이제는 명절 풍속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일가친척들이 근처에 모여 살던 옛날에는 이런 것들이 문제될 게 없었다. 대부분 농사를 짓던 그 시절에는 설 무렵이면 농한기라 시간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며칠간 주어지는 연휴 기간에 맞춰 고향도 찾아봐야 하고 또 명절을 치르느라 힘들었던 피로감도 쉬면서 풀어줘야 한다.

명절만 되면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불효자 소리를 들을까 봐 애써 고향에 내려가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평균수명도 높아 팔십은 보통이고 100세를 누리는 시대다.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아 이런 문제가 자연적으로 해결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환갑이 지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생존해 계시니 복이 많은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도 생기는 것이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그리 문제될 게 없었지만 이제 하나둘 혼인을 시키자 애로점이 발생하고 있다.

내 친구는 이 문제를 잘 정리한 것 같다. 명절을 앞두고 보름이나 한 달 전에 미리 고향을 찾아 자식 된 도리를 다 하고 명절에는 자신의 직계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고 그랬다. 다행히 위로 형님들이 계시니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만 맏이인 우리의 경우는 그 역시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제사가 없는 집인 데다 형제 또한 많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가 못 가도 다른 형제들이 부모님을 챙겨드릴 수가 있고, 또 우리도 격년으로 찾아뵙는 등 방법을 도모할 수 있을 것 같다.

법이나 사회 규범도 다 형편에 맞춰서 만들어지고 정해졌을 것이다. 원래부터 규정되어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명절 역시 마찬가지다. 농경사회에 맞게 정해진 명절 풍속은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 사회인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듯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명절 풍속도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명절 문화도 바뀌어야

 명절 불화 이유
 명절 문화가 바뀌면 이런 갈등도 줄어들지 않을까?
ⓒ KBS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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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션을 하는 내 주변의 아는 이들은 명절 연휴 기간이 대목이라며, 한 달 전에 벌써 예약이 다 찼다고 하며 환호를 했다. 설마 명절 차례도 지내지 않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노부모를 모시고 삼대가 함께 여행을 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명절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관광지를 찾아 국내여행을 하는 것이 별일이 아닌 시대가 되고 있다.

"눈 딱 감고 그렇게 해버렸어. 마누라와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애들도 다 크니 자주 보기 힘든데, 명절에 고향 갔다 오느라 시간 다 보내고 정작 중요한 내 자식들은 챙기지를 못했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했는데, 참 잘했다 싶어. 고향에는 미리 다녀오고 말이야. 처음에는 서운하셨겠지만 어쩌겠나. 부모님도 내 처지를 이해해 주시겠지."

내 친구는 교통정리를 수월하게 잘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눈치만 보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은 걱정이 되는지 자꾸 묻는다. 자기가 결혼을 하고도 부모님이 계속 이렇게 고향으로 가면, 딸애는 찾아올 친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염려가 되나 보다.

자식을 챙기자니 부모가 눈에 밟히고 부모를 위하자니 자식들을 뒤로 돌려야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낀 세대인 우리들이 처한 딜레마다. 오늘도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데 전화가 온다. 언제 내려올 거냐면서 묻는 시부모님들은 자식의 이런 고민을 짐작이나 하실까. 멀리 고향을 둔 사람들만이 겪는 고민이자 혼기에 찬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들이다. 과연 명쾌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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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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