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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2016년 12월 17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 운현궁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탄핵무효 집회 참석한 서석구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2016년 12월 17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 운현궁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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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 국방부 앞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는 6일 오후 자신의 SNS에 이러한 글과 짤막한 영상을 올렸다. 한 무리의 노인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고, 연단의 사회자는 지속적으로 "계엄령"을 외쳤다. 최소한 "계엄령"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울림은 끔찍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휘날리는 태극기라니. '미디어몽구'의 영상 속 연단 위 사회자는 이렇게 발언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계엄령만이 살 길입니다. 계엄령을 선포하라. 계엄령만이 살 길이다. 1975년 4월 30날 계엄령을 선포하지 못해서 사우스 베트남은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탄핵을 기각하는 그 다음 토요일 날이 대한민국 엎겠다고 하는 문재인과 박지원의 반란일이다, 반란일이다, 반란일이 잡혔다. 계엄령을 선포하라."

이날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집회가 국방부 앞에서 열렸다.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 <한성주 시사브리핑>은 6일 오후 2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계엄령선포 및 탄핵기각 촉구 제1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만 5000명(경찰 추산 1500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러한 평일 보수단체 집회가 문제적인 것은 몇 가지 좌시하지 못할 이유 때문이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가 조직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던 서석구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공판의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을 맡으면서 이러한 '극우' 보수단체의 '스피커' 노릇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더더욱, 6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직접 인터뷰한 그의 15분간의 일성을 꼭 직접 들어보시기를 권하는 바다. 헌법재판소 출석 당시 변론을 전한 언론보도보다 확연히 더 센 서 변호사의 '극우'에 가까운 논조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변호하는 이가 가질 만한 자세인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지난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 날선 토론 자세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전원책 변호사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일 지경이랄까.

보수집회 연단에 섰던 바로 그 변호사, 서석구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박근혜 탄핵심판 2차 변론 참석하는 서석구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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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재판정에 갈 수 없는 우리에게 이 인터뷰는 귀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텍스트가 아닌 다시듣기로 들을시길 강추합니다. 서석구 변호사의 생생한 논리를 전달 받으실 겁니다."

방송 직후 김현정 앵커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실로 그러하다. 직접 목소리를 확인해야 한다. 재판정에 갈 수 없는 국민들이 서석구 변호사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어떤 자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임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으리라.

그 체험은 박사모 집회의 한복판에 있는 '공포'와 '경약'에 다를 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현정 앵커는 실제 방송에서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그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이 인터뷰는 서석구 변호사가 5일 오후 재판정을 나온 직후 15분 동안 이뤄졌다고 한다).

"그렇죠. 단두대를 설치하고 그리고 6.25 전범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 또 태극기와 애국가도 부정하는 이석기. 또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북한에 동조해서 내란 선동할 그런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면서 박근혜 정권 정치탄압 희생양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대형 조형물을 만들어서 그렇게 도심을 행진하지 않았습니까?"

김현정 앵커는 재차 물었다. "단두대를 설치했다고요?"라며 촛불집회에 등장한 일부 '이석기 석방' 구호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고자 했다. 요컨대, 법조인인 서 변호사는 '일부'를 '사실'로 등치시키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 변호사가 가리키는 그 사실은 빤한 '종북몰이'였다.

급기야 "그거 북한식 통일하자는 것 아닙니까?"라는 주장에 이르자 김현정 앵커는 "그러면 변호사님, 변호사님, 변호사님"이라고 세 번이나 서 변호사를 부르며 말을 끊고자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JTBC <신년 토론>에 참여한 전원책 변호사는 '양반'(?)이었다. 서 변호사는 굽히지 않고, 인터뷰어의 제지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닥치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래서 이런 민노총이 주도하는 이런 민중총궐기 그리고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왜냐 어떻게 대통령을 아직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단두대, 처형할 단두대를 설치하고 이석기 석방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이런 민중총궐기는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서석구 변호사)

"제가 국민들 입장에서 반론을 하겠습니다.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는데 그중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 일부가 이석기의 석방을 주장했는지 모르지만 이게 200만 촛불민심의 대변도 아니었고요." (김현정 앵커)

"아닙니다. 미국 국방부가 그때 100만 광화문 집회할 때 미국 국방부가 인공위성으로 찍어가지고 포함해서 11만 3374명이라고 공표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100만이라고 뻥튀기를 합니까? 11만 명을. 그렇게 언론이 선동하고 그리고..." (서석구 변호사)

"촛불은 민심이고 태극기 집회는 반란입니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2차 변론기일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자리에 앉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 서석구, 두 손 모아 '탄핵무효' 간절한 기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2차 변론기일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자리에 앉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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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범'들이 그래서 무서운 법이다. 자신이 본 '사실'은 침소봉대하고, 예컨대, 100만, 200만이 본 '사실'은 '선동'이 된다. 서 변호사는 "그리고 촛불은 민심이고 태극기 집회는 반란입니까?"라며 "변호사님... 현장에 나가보셨어요? 주말에 촛불집회에?"라는 앵커에 질문에는 "당연히 나가봤죠. 태극기 집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들었습니까?"라며 동문서답을 했다. "촛불집회에 나가 봤냐"고 물으니 "태극기 집회에 나가 봤다"고 대답한 격이다.

그리고는 "광화문 촛불현장? 그 사람들 봤죠. 내가 안 갑니까? 이석기 석방하라는 대형 조형물을 하고 억울한 양심수라는 걸 제가 봤죠"라며 서 변호사는 '촛불시민'은 못 봤고, '이석기 석방'이란 조형물만 보였고, 구호만 들렸다고 고백을 해 버린 셈이다.

실제로 서 변호사는 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으로 지정된 이후인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헌법재판소 부근 운현궁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집회 단상에 올라 태극기를 감싸안은 채 발언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 보수단체 집회의 단상에 올라 마이크까지 잡는 용기는 어디서 비롯될 수 있었을까.

'논리'를 보면 간단하다. 서석구 변호사가 재판정에서 한 변론은 이날 인터뷰의 축약판과도 같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리딩'하고, '극우' 단체가 따라서 주장하는 논리 그대로란 얘기다. '북핵'을 강조하고, 그러면서 '종북몰이'를 가동시키며, 최순실을 배려한 건 '인정'에서 비롯됐다는 터무니없는 논리에 이제는 '김대중', '노무현'까지 들러리로 등장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이런 '극우'인사가, 판사 시절 '부림사건' 판결은 잘못됐다고 기이한 반성을 하는 법조인이,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는 종교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는 것이다. 비극이 따로 없다. 

"특검법 수사 자체도 이것도 위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8조 원 퍼줘서 돌아온 것은 핵과 미사일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대통령을 탄핵하고 그 사람들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돌아온 이 위험을 사드 배치를 하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드 배치 반대한 게 야당이 아닙니까? 자기들이 위기를 초래해놓고. 국민을 지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쨌든 대통령은 이런 민원 처리 때문에 최순실이 들어간 게 아니고, 사실 대통령이 고립무원에 빠져서 모든 사람들이 곁을 떠나고 배신했을 때 그래도 그 곁에서 최순실이만 남아가지고 돌봐줬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그 인정 때문에 그 사람하고 관계를 가졌고, 우리가 대통령과 면담했을 때 대통령께서 그러셨어요. 내가 최순실에게 무슨 막강한 권력을 준 것처럼 그래서 국정을 농단한 것처럼 내가 그렇게 그걸 했다고 하는 건 너무나 터무니없다 그렇게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의도적으로 이런 것도 있잖아요. 민중총궐기가 주도하는 퇴진집회에 대한민국 운명을 맡기면 이건 예수님이 바라는 바가 전혀 아니라는 걸 아셔야 될 겁니다..."   

강남역 점령하라는 '박사모' 공지, 밥값는 누가 내쓰까? 

박사모에 올라온 강남역 해산 공지글 전문.
 박사모에 올라온 강남역 해산 공지글 전문.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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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후 SNS 상에서는 박사모의 내부 글이 화제(?)를 모았다. '[당부말씀] 1월 7일 집회, 강남역에서 해산하는 이유'라는 이 글은 "집회 이후 강남역 근처에서 식사를 하십시오"라며 "젊은이들에게 말을 일부러 걸지" 말고, "JTBC 손석희의 거짓말 등 우리 이야기를 나누고, 그냥 듣게만 하면 성공입니다"라며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 글은 "구전보다 더 강력한 홍보는 없습니다"라며 "이제... 진정한 태극 전사님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라고 끝맺고 있다.

또 다른 문자 메시지도 화제다. 지방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아침점심저녁 식사 다 제공합니다"라며 버스를 대절했으니 서울에서 열리는 일명 '태극기 집회'에 참석할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문자다. 결합해서 유추해 보면, 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식당에서는 식사비용을 제공받은 보수 집회 참가자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보수 집회 참가자들의 논리를 대변하는 이가 바로 서석구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6일 같은 방송에 사회원로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출연한 한완상 전 국무총리는 서석구 변호사를 비롯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을 향해 "그런데 대리인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나는 좀 정신이 이상해졌다 생각이 듭니다"라며 직언을 날렸다. 사회원로로서, 종교인으로서 판단하기에 촛불민심을 "두려워하고", 진정한 기독교인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쯤 되면, '촛불포비아'에 가깝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그들이 따르는 박 대통령을 비롯한 '극우'에 가까운 시각을 탑재한 극우인사들이 가진 정서가 딱 그 정도다. 그리고 박 대통령과 대리인의 지령(?)에 가까운 메시지를 받들어,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돈을 대는 세력'들에 의해 "계엄령" 운운하는 집회를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극우 세력들이 재출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과 함께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 촛불민심에 대한 공포를 '종북몰이'로 치환시키는 이들 보수집회 단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밝혀내야 할 때다. 이들이 일으키는 사회적 피로감과 국론의 왜곡과 분열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이들의 출몰이야말로 탄핵 심판의 지연과 보수 재집결을 바라는 세력이 간절히 원하는 바 아니겠는가. 그래야만 "계엄령"을 촉구하는 끔찍하고 천인공노할 주장을 그치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태그:#서석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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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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