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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홍성군 은하면 내남마을 회관 뒷편의 한 시골집 앞이다. 지난 봄 구조된 강아지 모이가 부쩍 자라있었다.
 지난 27일 홍성군 은하면 내남마을 회관 뒷편의 한 시골집 앞이다. 지난 봄 구조된 강아지 모이가 부쩍 자라있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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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서울에서 충남 홍성으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장인 장모님과 함께 밭에 나갔다가 도랑에 빠져있던 강아지 한 마리를 구했다.(관련 기사 :  구조 강아지 모이, 새주인 찾았어요 )

강아지의 사연은 <오마이뉴스>의 '모이' 어플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 인연 때문에 필자는 이 강아지의 이름을 모이라고 지어주기도 했다. 

당시 구조신고를 받고 출동한 홍성군 갈산 소방서 측에서는 고심 끝에 강아지 '모이'를 유기견 보호 센터로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아지 모이는 그렇게 갈산 소방서 서해동 센터장의 본가인 홍성군 은하면 내남 마을로 보내진 것이다. 현재 모이는 서해동 센터장의 어머님이 돌보고 있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모이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모이를 만나러 가지 못한 이유는 바빠서도 아니고, 모이를 잊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모이는 가끔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 나의 마음을 송곳처럼 찌르곤 했다. 사실 구조 당시 모이를 직접 맡아 키우고 싶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여건상 모이를 직접 맡아 키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막상 모이를 볼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살아 있기는 한 것인지, 아픈 곳은 없는지, 어디 다른 곳으로 간 것은 아닌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27일 오전, 모이가 살고 있는 은하면 내남 마을을 찾았다. 잠깐이라도 모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이는 아직 성견은 아니지만 부쩍 잘 자라 있었다. 구조 당시보다 세 배 정도는 크게 자란 듯 보였다. 자신이 모이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가의 점도 그대로였다.

모이는 낯선 나를 보고 짖기는커녕 꼬리를 치며 반길 정도로 순했다. 그래서 더 짠하다. 물에 빠져 졸지에 '고아'가 되었던 녀석이다. 그 고비에서 모이를 구했지만, 녀석과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녀석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서일까, 마음에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다.


태그:#구조견 모이, #모이 , #홍성 , #은하면 , #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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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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