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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제346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제346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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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만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국회표결 직전 탄핵여론이 78%(리얼미터 12월 8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 탄핵찬성도 300석의 78%인 234표였다. 오묘한 민심의 힘이 여의도를 휘감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탄핵 가결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위대한 승리지만 아직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특검에 의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인적 청산,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장이 마련되기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지체없이 퇴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안이 통과됐는데도 청와대는 변호인을 통해 특검수사를 지연시키면서 어떻게든 정국 반전을 노릴 것이다. 수구보수가 다수인 헌재 재판관들이 시간을 끌지 않도록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그리고 특검을 통해 박근혜뿐만 아니라 삼성-국민연금간의 커넥션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삼성-국민연금 문제는 한국 사회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재벌의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한국사회 개편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둔 9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가명 길라임) 감옥'을 만들어 놓고 탄핵안 가결을 요구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국회앞에 등장한 '박근혜(가명 길라임) 감옥'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둔 9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가명 길라임) 감옥'을 만들어 놓고 탄핵안 가결을 요구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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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헌재에 대한 압박을 하면서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체제, 멀게는 박정희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87년 6월 항쟁 직후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할지 모른다. 당시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뒤 국민들이 이제는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놓자 야권분열로 수구세력에게 권력을 빼앗겼다.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해방 이후 4.19혁명과 6월 항쟁 등으로 정권이 바뀐 적은 있어도 변혁의 주체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국가 체제에 반영된 것은 거의 없다. 우선 이명박-박근혜 체제 하에서 철저하게 망가진 공공성 회복과 검찰, 재벌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된다 해도 권력의 얼굴만 바뀐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촛불혁명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단순하고 선명한 데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정도로 진입 문턱이 낮고 축제 형식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 이후에는 정파적 이해와 요구, 재벌과 보수언론의 여론 갈라치기 등으로 국민들의 분열과 반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혁명의 의제를 수렴해 국가체제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던 시민의회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 물론 주관하는 측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정교하게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했어야 하는데 명망가들이 주목받는 방식이 되면서 시민들은 또 다른 완장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비록 시민의회가 무산됐지만 정치권에서 촛불혁명을 담겠다는 의지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 탄핵 가결 후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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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더민주당 정당연설회'에서 "역사에서 혁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죽쒀서 개주지 않도록 과거의 낡은 경제, 낡은 정치, 낡은 사회가 아닌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야 한다"면서 ▲박근혜정부 적폐청산 ▲분권형 정부 추진 ▲대통령 집무실 정부청사로 이전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대표는 11일 입장문에서 촛불혁명의 끝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의 '3불'이 청산된 대한민국이라며 비리·부패 공범자 청산 및 재산 몰수, 재벌개혁, 권력기관 개조 등을 위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개혁기구의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 강화와 징벌제 배상제도를 통한 재벌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통한 검찰개혁 ▲관료사회의 전관예우, 현관범죄 척결 등을 통한 관료개혁 등을 주장했다.

정치권이 광장의 외침을 어떻게든 받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한 달여간 진행된 촛불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이 수많은 적폐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민사회도 개혁과제를 정치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의제를 수렴하고 제도화 시킬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혁명의 모든 과실을 정치권이 가져가면서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민사회의 과제를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위한 지속적인 촛불시위 ▲특검을 통한 재벌, 특히 삼성-국민연금간 커넥션 철저 수사 촉구 ▲정치·사회개혁을 위한 시민사회-정치권의 공동개혁기구 구성 등이다. 이 같은 과제는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되어야 촛불혁명은 성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중복게재없음



태그:#촛불, #광장, #정치, #시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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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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