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탤런트 김보성이 10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샤오미 로드FC 035 경기에서 일본의 곤도 데쓰오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기 위해 게이지 안으로 입장하며 고유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의리!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탤런트 김보성이 10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샤오미 로드FC 035 경기에서 일본의 곤도 데쓰오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기 위해 게이지 안으로 입장하며 고유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XIAOMI 로드FC 035 대회가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다. 이번 대회는 '의리'라는 코드로 유명한 영화배우 김보성(50·압구정짐)이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전 개그맨 이승윤·윤형빈의 데뷔전 때보다 더욱 많은 시선이 쏟아졌다.

김보성이 많은 나이에 케이지 무대에 오른 이유는 딱 하나다.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를 위해 자신의 대전료 전액을 소아암 환자 수술비로 기부한다. 주최 측도 이에 화답하듯 입장 수익 전액을 함께 기부할 예정이다. 단순히 격투기가 치고받는 거친 스포츠만이 아니라, 사회 약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아쉬운 패배' 김보성, 열정과 뜨거운 가슴 보여줬다

경기를 복기해 보며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탤런트 김보성이 10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샤오미 로드FC 035 경기에서 일본의 곤도 데쓰오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던 중 눈 부상을 당해 경기를 포기하며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경기 모습이 나오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경기를 복기해 보며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탤런트 김보성이 10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샤오미 로드FC 035 경기에서 일본의 곤도 데쓰오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던 중 눈 부상을 당해 경기를 포기하며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경기 모습이 나오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만 놓고 보면 김보성은 곤도 데츠오(48·일본)에게 패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절대 나쁘지 않았다. 단순히 연예인치고 잘 싸운 게 아니라 진짜로 경기력이 좋았다. 상대인 데츠오 또한 많은 나이의 노장이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10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 파이터다. 유도 역시 10년 이상 수련했다. 50줄에 넘어선 일반인 김보성이 견줄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예전부터 김보성은 주먹이 강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본인 자신도 여기에 자부심을 가졌다. 이날 깜짝 해설자로 나온 윤형빈 역시 "김보성 선배의 펀치력은 선수들마저 인정한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펀치가 세다 해도 어디까지나 일반인 레벨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합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한 김보성은 자신의 매운 펀치를 전문 파이터를 상대로도 보여줬다. 타격 전에서 만만치 않은 핸드 스피드와 정확성을 보여주며 외려 데츠오를 당혹스럽게 했다. 실제로 데츠오는 여러 차례 정타를 맞았고 휘청거리며 다운까지 당했다.

김보성 입장에서는 경험이 아쉬웠다. 보통의 파이터같으면 상대가 충격을 받고 넘어지면 침착하게 빈틈을 노려 마무리 짓는다. 더욱이 상대가 그래플러 타입이라면 들어가는데 있어서도 어느 정도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선 김보성은 너무 급하게 경기를 끝내려다가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그라운드로 끌려들어 갔다.

그 순간 김보성에게는 해답이 없어 보였다. 전문 파이터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타격보다는 이런 그래플링이다. 타격에는 깜짝 '한 방'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그라운드는 기술과 경험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배운 자와 안 배운 자의 격차가 현격히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김보성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데츠오는 암바를 시도하며 경기를 끝내려 했지만 김보성은 이를 버티어내고 외려 사이드포지션에서 파운딩을 날렸다. 좀 더 정타가 제대로만 들어갔으면 역전 녹아웃 승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련한 데츠오는 이를 버티어냈고 경기는 다시 스탠딩으로 재개됐다.

여기서 변수가 생겼다. 펀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스치듯 눈에 충격을 받은 김보성은 순간적으로 시야에 이상이 생겼고 더는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본래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멀쩡한 다른 쪽 눈에 충격이 가해지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실명에 대한 두려움'까지 잠시 느꼈다고 한다.

결국, 아쉽게 경기는 거기서 끝날 수밖에 없었지만 50세의 일반인 김보성이 보여준 경기력은 충분히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다. 김보성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밝힌 가수 뮤지는 로드FC의 매력에 대해 "무도인들의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확인사살에 성추행 논란까지, 아쉬운 일부 선수들

반대로 이번 대회에서는 여러 차례 팬들의 눈살을 찡그리게 하는 장면들이 나오며 우려를 샀다.

김형수(29·김대환 MMA)와 박형근(30·싸비 MMA)은 XTM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출연 당시부터 라이벌 구도를 이룬 관계다. 그래서 시합을 앞두고 독설을 주고받으며 으르렁거린 바 있다. 그런 가운데 계체량 현장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계체량이 끝나고 서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과정에서 박형근이 김형수의 뺨을 때린 것이다.

장난치듯 건드린 게 아닌 짝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일종의 신경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많다. 계체량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뺨을 때리는 행동은 해외 단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중국의 왕더위 선수는 경기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과격한 플레이를 펼치며 지켜보던 팬들에게 빈축을 샀다. 왕더위는 타격공방전 중 상대인 강연수의 머리에 하이킥을 정확히 꽂아 넣었다. 큰 충격을 받은 강연수는 그대로 고목처럼 쓰러져 실신했다. 워낙 크게 쓰러진지라 누가 봐도 경기는 끝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왕더위는 미동도 못 하는 강연수의 안면에 무지막지한 파운딩을 마구 때려댔다. 심판의 말리는 속도도 한참 늦었던지라 자칫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장면이었다.

 박대성 선수가 경기 후 로드 걸 최설화를 억지로 자신에게 잡아끄는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성추행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대성 선수가 경기 후 로드 걸 최설화를 억지로 자신에게 잡아끄는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성추행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MBC스포츠플러스


이 불편할 일의 정점은 '크레이지 독' 박대성(23·TEAM MOB)이 찍었다. '영건스 31' 라이트급 경기에 출전한 그는 김경표를 상대로 스플릿 판정승을 거둬 군 전역 이후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박대성은 포토타임에서 옆에 선 로드 걸 최설화의 허리를 깊숙이 감싸면서 끌어당겼다.

보통의 파이터들은 로드 걸이 옆에 서면 가볍게 닿는 정도로 포즈를 취한다. 짓궂은 정도라고 해봐야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해서 함께 웃는 정도다. 옆에선 라운드걸의 허리를 잡아당기는 등의 행위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최설화가 받아준 것도 아니라 난감해하며 허리를 빼려고 했지만, 힘으로 재차 잡아당겼다는 점에서 팬들의 빈축을 샀다. 말 그대로 '강제성'이 다분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경기 후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후 박대성이 소속된 팀 코치는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경기 후 직접 "사과하러 찾아갔으나 자리에 없어 관계자에게 대신 사과를 전한 상태"라고 했다며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로드 걸 최설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승리에 대한 표현도 좋지만 하루종일 고생하시는 로드 걸분들 배려해주셨으면 더 진정한 챔피언 되셨을 것 같아요"라고 남겼다.

이렇듯 좋은 일 못지않게 사건·사고가 많았던 이번 대회인지라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보성 출전, 소아암 어린이돕기 행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넘버시리즈에 비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안 좋은 모습들이 나오면 더욱 많은 이가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격투기에 대해 여러 가지 편견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러한 일들이 터져 나와 아쉽다는 반응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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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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