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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인 기업인 모임 백두회 창립 22주년을 기념한 2세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인 모임 백두회 창립 22주년을 기념한 2세들과 함께
ⓒ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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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자카르타의 Fairmont hotel 3층 사파이어 홀,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인의 모임 백두회(白頭會)가 창립 22주년 기념행사 겸 송년 행사를 했다. 흔한 것이 기념일이고 12월이면 어디서나 많은 것이 송년 행사다. 그러나 눈에 띄게 다른 것이 있다. '2세 경영인과 함께'라는 부제다. 
"오늘 이 자리는 백두회가 2세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자리입니다. 백두회 회원은 18명입니다. 그중 11명의 2세가 현재 부친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타국 인도네시아에서 선대가 일군 일을 이어받기 위해 운영 일선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지요. 생각할수록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백두회, 그동안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 창립 22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백두회가 일군 사업 현장에서 젊음을 사르며 땀 흘리는 2세들과 함께 한자리에 앉았습니다."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수건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수건
ⓒ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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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회 2016년 회장인 김유만 사장의 인사말은 울림이 컸다. 느리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행사장은 그 흔한 현수막 하나 걸려 있지 않아서 좋았다. 행사의 활력을 위해 1인 밴드가 초청되어 있을 뿐이다. 백두회 회원들은 항상 부부동반이 원칙이라 했다. 이에 초대받은 2세들 또한 이에 따랐다.

3세에 해당하는 어린이도 두 명 참석, 그중에는 간난아이도 있다. 현재 아이를 셋 낳은 2세가 두 집이라 했다. 연이어 이집 저집에서 한국인 새 생명의 고고성이 울릴 것이라 했다. 국내에서는 참 드문 일이라 그런지 참 반갑고 참 고맙다.

김영욱 회원 2세 형근 씨의 자기 소개
 김영욱 회원 2세 형근 씨의 자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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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들의 자기 소개를 경청하는 좌중
 2세들의 자기 소개를 경청하는 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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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하시는 모습을 처음 봅니다. 정말 진행을 잘하시는데요. 아버님 존경합니다."

마이크를 든 68세 아버지 모습, 40세 아들에겐 참 새로웠을까? 자기를 소개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아들이 대뜸 그 부친께 찬사를 바쳤다. 좌중에서 폭소가 일었다.

9명의 장남, 1명의 차녀와 1명의 사위가 자기소개를 위해 부모를 모시고 차례로 단상에 섰다. 2세를 가운데 세운 부모의 모습에서 흐뭇함이 넘쳤다. 한 걸음 뒤 부(副)가 된 아쉬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부모의 호위를 받은 2세에게서는 전면에 나서는 떨림이란 없다. 당당함 속에 해학도 넘쳤다. 순서마다 웃음과 박수가 크게 이어졌다.

최정남 회원의 뜻을 이어 받고 있는 사위 임한수 씨의 자기 소개
 최정남 회원의 뜻을 이어 받고 있는 사위 임한수 씨의 자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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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안고 나온 문응국 회원 2세 영환 씨의 자기 소개
 아이를 안고 나온 문응국 회원 2세 영환 씨의 자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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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종 회원 2세 환영 씨의 자기 소개. 부인은 아이 셋을 돌보느라 함께 하지 못했다.
 제경종 회원 2세 환영 씨의 자기 소개. 부인은 아이 셋을 돌보느라 함께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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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회원 2세 종헌 씨의 자기 소개
 김우재 회원 2세 종헌 씨의 자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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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창립을 할 때 백두산의 백두를 본떠 명칭을 정했어요. 22년 전 열여덟 명의 회원으로 출범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탈퇴한 회원도 있고, 새로운 회원의 입회도 있었어요. 다만 창립 때 숫자 18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요. 내 나이 일흔 셋인데 위로 세 분이 더 있어요. 모두 현역입니다. 최고령자가 77세의 이진호 선배신데, 여전히 팔팔한 모습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계시지요."

백두회 창립회원으로 22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김영주 회원께서 지난 세월을 더듬듯 담담히 회고했다. 옆에 앉은 동갑내기 창립 멤버 장임 회원께서도 거들었다.

"처음엔 모두 개척자의 입장이었어요. 어디나 그렇겠지만, 특히 타국인지라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기기 위한 친목이 필요했고 정보교환도 필요했어요. 계속해서 진출해오는 후발주자들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보자는 뜻도 있었어요. 회원들이 종사하는 업종은 처음부터 다양했습니다.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기금을 모았고 어려운 현지인을 돕는 일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1999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함께 여행도 다니며 오랜 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백두회 내조자들
 백두회 내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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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회 내조자들
 백두회 내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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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회 2세의 아내들
 백두회 2세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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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인사회 구성원들의 종사 업종은 참 다양하다. 교민 4만 5천이란 숫자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한국에 있는 직업은 다 있다'고 하는 말이 과히 틀리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투자를 통한 한인 기업의 면모는 세계에서도 단연 손꼽힌다. 인력을 찾아 투자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기업에서부터 전자와 자원 관련 기업들까지 교민사회 전체가 기업군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인도네시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국제학교(JIKS)가 있고, 교민들의 문화 활동도 여러 방면에서 매우 활발하다. 교민들의 삶의 질과 문화적 수준이 어느 해외 교민사회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필자처럼 예술가 직업을 가진 작가가 순수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찾으려 들면 아름답고 활기찬 이야기, 즉 사람 사는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다. 
2부 여흥의 시작
 2부 여흥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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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회 회원들의 종사 업종 또한 신발제조 관련 산업과 가발과 의류 제조 수출, 건설업과 유통업 등 각양각색이다. 백두회 연륜만큼이나 충실하게 각자 특기를 살리며 탄탄하게 기업을 일구고 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이제 어느덧 70대 회원이 7명에 이른다. 1세대 기업인들의 현역 은퇴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2세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박헌식 회원 2세 정효 씨의 명곡 마이웨이 열창
 박헌식 회원 2세 정효 씨의 명곡 마이웨이 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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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의 화음으로 존경과 사랑을 표시
 고부간의 화음으로 존경과 사랑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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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에게 바치는 2세들의 합창
 1세에게 바치는 2세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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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아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2세란 이름으로 함께 모이고 보니 모두 형제 이상의 정을 느낍니다. 저희 선대의 정신과 뜻을 새기며 열심히 노력해서 닦아놓으신 길을 더욱 넓혀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신 모습으로 계속해서 저희를 지켜봐 주실 것을 바랍니다. 그리고 매년 이런 자리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부는 2세들의 시간이었다. 2세 중 가장 먼저 일선에 나서 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김종헌 사장이 진행자로 나서 인사말을 했다. 며느리도 딸도 사위도 함께 나섰다. 활기차고 재치 넘쳤으며, 보기에 아름다웠다. 1세들의 환호 소리가 컸다. 2세들의 다양한 순서마다 1세와 2세들이 폭소와 박수로 하나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누구의 2세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는 그 나름의 1세가 된다. 2세, 참 특별한 단어다. 곱씹어볼수록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단어다. 2세란 단어가 이 밤처럼 아름답게 새겨지기도 드물 것이었다.
형제애를 다지며
 형제애를 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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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2세들의 동향은 참 다양했다. 주목할 부분이 많았다. 국내는 물론 미국의 명문대학 출신들이 다수라는 것 때문이 아니다. 맹위를 떨치는 국내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2세들이 많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지닌 생각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선대가 일군 인도네시아 사업체에 대해 충분히 자신을 걸 만하다는 생각이 있어 도전하고 있음을 당당히 밝혔다. 이들의 전공은 약속이나 한 듯 경영이 대부분이었다. 언어능력 또한 선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능력을 지녔다. 바로 그들이 경험이 출중한 백전노장 선대와 함께하고 있음이니 무슨 무기가 더 필요하랴. 
백두회 회원들의 활력
 백두회 회원들의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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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를 기념하는 큼지막한 하얀 수건 하나의 의미는 매우 컸다. 많은 것을 감쌀 것이었다. 그 하얀 바탕에 2세들이 가진 새로운 꿈을 맘껏 새길 것이었다. 백두회 맏형님 이진호 회원의 격려사가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우리 모두는 독립군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에게 희망을 겁시다. 고된 과거가 있었기에 즐거운 오늘이 있고, 오늘이 멋졌으니 내일은 더욱 행복할 것을 믿습니다. 우리의 든든한 2세들과 함께 행복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도네시아 한인 경제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백두회, #인도네시아한인기업인, #교민, #2세, #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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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2015년 5월 인사동에서 산을 주재로 개인전을 열고 17번째 책 <山情無限> 발간. 2016,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현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산마을에 작은 서원을 일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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