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너무나 오래걸렸다. 하지만 그 명예가 한 순간에 추락하는 것은 너무나 빠르다.
 
동계올림픽에 무려 6회 연속으로 출전했고 한때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을 잇달아 석권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규혁(스포츠토토빙상단). 그는 빙상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데 그가 온 나라를 분노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거짓말로 시작된 최순실 관련 의혹

이규혁이 연루된 것은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와 관련이 있다. 장시호는 현재 동계스포츠의 우수 유망주를 육성한다는 명목아래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세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규혁은 이 단체의 전무이사를 맡아 활동해 왔고 장시호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가 누리꾼들의 의심과 공분을 사게된 것은 거짓말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규혁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당시에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장시호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의 개인 SNS 계정 등에 과거 장시호와의 친분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진 등이 여럿 포착되면서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규혁은 장시호의 지인들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누림기획 회사의 주식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누림기획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같은 시기에 설립된 것도 확인됐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의 11개 신설 경기장 가운데 철거하기로 예정돼 있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존치로 바뀌면서, 역시 장시호를 비롯한 측근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의심 받는 빙상단과 충격의 불법 빙상장

현재 이규혁은 스포츠토토 빙상단의 감독을 맡고 있다. 올해 1월 창단된 이 빙상단은 현재 빙속여제 이상화와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인 박승희 등이 소속돼 있다. 이규혁은 과거 선수시절 당시에 올림픽 메달만 없을 뿐 월드컵,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선 다수의 메달을 획득해 선수로서의 경험과 능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감독은 처음인데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불과 2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검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순실 측근과의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의심의 눈초리도 커지고 있다. 
   
추락위기에 놓은 명예, 결국 청문회로

현재 국회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청문회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청문회에 나온 장시호는 "이규혁에게 김종 문체부 차관보다 최순실이 더 위에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시호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역시 최순실이 주도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규혁은 오는 15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그는 SBS SPORTS의 스피드스케이팅 해설도 중단했다. 올 시즌이 시작했을 때만해도 계속해서 방송중계를 이어온 그는 지난 2차 월드컵을 끝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규혁은 학생시절부터 빙상계에서 꾸준한 유망주로 꼽혀왔다. 그는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에선 유일무이하게 무려 6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비록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메달은 따지 못헀지만, 많은 이들은 그가 24년이나 올림픽에 끊임없이 도전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냈고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그가 스피드스케이팅계의 전설로 불리기까진 10대부터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쌓아온 '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이번 사태로 크게 무너저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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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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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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