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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가르쳐 주었다> / 지은이 오쓰카 아쓰코 / 옮긴이 유은정 / 펴낸곳 돌베개 / 2016년 11월 14일 / 값 12,000원
 <개가 가르쳐 주었다> / 지은이 오쓰카 아쓰코 / 옮긴이 유은정 / 펴낸곳 돌베개 / 2016년 11월 14일 / 값 12,000원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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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부럽습니다.

10여 년 이상 개를 두 마리 키우며, 개를 끔찍이 좋아했던 입장이라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고 스스로에게 반문해 봤습니다. 아닙니다. 그 과정이 감동이고 그런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계획해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데서 갖는 부러움입니다.

<개가 가르쳐 주었다>(지은이 오쓰카 아쓰코, 옮긴이 유은정, 펴낸곳 돌베개)는 감옥에서 제소자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이 돼줄 안내견을 육성해 내는 과정이자 결과를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1999년에 <개가 살아갈 힘을 주었다 - 도우미견과 사람들 이야기>를 썼습니다. 책의 내용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 '프리즌 독'의 선구자가 되고 있는 도우미견 훈련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센터 초대 총책임자가 된 우타시로 다다시씨는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습니다. 다다시씨는 책에서 받은 감명을 감명으로 묻어주지 않고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형무소에서 동물을 이용한 재소자 교정 프로그램으로 계획해 실천으로 옮깁니다.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센터는 'PFI 형무소'입니다. 일본에서는 교도소를 형무소라고 합니다.  PFI는 Private Finance Initiative의 머리글자로, 민간의 자본과 노하우를 활용해 시설을 짓고 유지 관리와 경영을 하는 형무소입니다.

안내견을 보살피고 교육시키는 과정은 정원이 2000명인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센터에 60명 정원의 기숙사(6C 유닛)에서 재소자 중 지원자들에 의해 진행됩니다.

적합한 자질을 가진 부모 견 사이에서 강아지가 태어나면 생후 2개월간은 어미견이 키웁니다. 그 후 약 10달 동안은 '퍼피워커'가 보살핍니다. 재소자들의 역할이 바로 '퍼피워커'의 역할입니다.

안내견들은 퍼피워커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란 후 전문교육시설에서 6개월 내지 1년간 전문교육을 받아 적합판정을 받으면 안내견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주인에 대한 개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분명 죄를 지은 인간의 마음에도 호소하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무엇보다도 오쓰카 씨의 이 저서에도 재소자가 도우미견을 키우면서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이 커지고 개선 갱생의 효과가 현저히 나타난다는 사실이 오랜 취재에 기반해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 - 42쪽

천방지축인 강아지들과 더불어 사는 형무소 생활

재소자들이 '퍼피워커'가 돼 새끼 강아지들을 보살피는 과정은 시시각각 우여곡절입니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강아지, 보이는 족족 먹으려는 강아지, 아무것이나 물어뜯는 천방지축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한 마디로 좌충우돌입니다.

재소자들이 강아지만을 보살피거나 키우는 건 아닙니다. 한 사람이 강아지를 한 마리를 맡아 키우는 것도 아닙니다. 일과 시간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역작업을 하고, 강아지 한 마리를 여러 명이 보살피는 공동 사육입니다.

재소자들 중에는 마음을 닫고 사는 이도 있고,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없지 않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는 이도 없지 않게 마련입니다.  

재소자들은 누군가로부터, 사회로부터 받은 외면과 상처를 강아지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위로받고 치료받게 됩니다. 배려할 줄 아는 마음도 생기고,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도 갖게 됩니다.

강아지들은 교도소라는 제한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주말이면 재소자가 아닌 또 다른 봉사자들 집에서 보내게 됩니다. 교도소 내에서는 볼 수 없는 버스도 타보고, 거리도 활보하며 사회성을 익혀갑니다.

형무소에서 동물을 이용한 재소자 교정 프로그램은 일석다조

강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는 수첩을 통해 재소자들과 봉사자들 사이에 또 다른 소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재소자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으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여름이 지나면서 고지마 씨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고 가끔 웃기도 했다. 그에게 이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니 "개 덕분에 밝아졌습니다."라며  엷은 미소로 답한다. "고지마 씨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을 발견해서 청소하고 있네요." 하고 칭찬하자, "나는 개를 키워 본 적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만족합니다. 주 담당은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맡는 게 좋으니까요."라며 부끄러운 듯이 눈을 내리깔았다. -150쪽

강아지들은 어느 환경에서 자라는 것 보다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랍니다. 배변훈련도 받고, 안내견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들도 교육받지만 무엇보다도 우선인 것은 교감 하려고 노력하고,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생활 자체입니다.

재소자들 또한 어떤 물리적 치료나 제도적 갱생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위안과 위로, 치료와 회복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키워진 강아지들 중 실제로 안내견이 되는 건 30∼40퍼센트 정도입니다. 하지만 천방지축인 강아지에게 물리며 재소자들이 받는 위로, 따뜻한 촉감과 함께 전해져 주는 강아지들 마음에서 느끼는 존재감은 출소 후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자양분이 됩니다.

안내견으로 커가는 개, 안내견이 필요한 시각장애인, 마음을 의지하거나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뭔가가 필요한 재소자, 좀 더 따뜻한 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할 사회 모두에게 1석4조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읽는 이에게도 분명 어떤 위로나 감명으로 다가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개가 가르쳐 주었다> / 지은이 오쓰카 아쓰코 / 옮긴이 유은정 / 펴낸곳 돌베개 / 2016년 11월 14일 / 값 12,000원



개가 가르쳐 주었다 - 감옥에서 키운 안내견 이야기

오쓰카 아쓰코 지음, 유은정 옮김, 돌베개(2016)


태그:#개가 가르쳐 주었다, #유은정,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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