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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 모친에 대한 분노, '얼음신사'가 된 이유

"부모는 자녀를 잘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똑깍인형의 아빠는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아동기 시절 어머니에 대해 가진 무의식적 갈등을 왜곡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똑깍인형의 아빠는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아동기 시절 어머니에 대해 가진 무의식적 갈등을 왜곡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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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깍인형의 아빠는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계속해서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똑깍인형의 할머니)에 대해 가졌던 소망과 관련된 아동기 시절의 무의식적 갈등과 전위(Displacement, 예 :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투사(projection-자신에게서 나타나는 분노, 공격성, 편견 등 부정적인 모습들로부터 야기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러한 것들이 타인에게서 나타난다는 식으로 나타남)를 하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 지금 쏟아놓은 말들이 결국 본인의 응어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과 불쾌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것도 지금 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룰 경우 똑깍인형의 아빠는 상담소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더 이상 상담을 받지 않게 되면 똑깍인형 또한 못오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똑깍인형이 자유로운 나비로 변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아빠 : "그렇게 살면 안되지요. 선생님과 어머님은 무슨 죄예요"
나 : "무슨 죄라시면?"
아빠 : "아니 자기 자식을 안키우니까 엉뚱한 사람이 고생하잖아요. 자식은 부모가 살아있으면 부모가 키워야지~"
나 : "예~ 저 또한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바로 이어서 말을 하지 않고 조금 뜸을 들이자 똑깍인형의 아빠는 급하게 나에게 물어온다.

아빠 : "무슨 생각이 든다는 겁니까?"
나 : "오죽하면 또 자식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일까~"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에 힘을 주고 주먹을 쥐면서 다시 말했다.

아빠 : "오죽하면! 선생님 그건 아니지요. 부모가 오죽해서 애를 못키운다면. 어린 아이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눈치만 봐야 하는 그 애는 어떻겠어요. 그 애 심정은 말로 다 못하지요."
나 : "애의 심정은 어떨 것 같으신가요?"
아빠 : "불안하고 두렵고 무섭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서 엄마 눈치만 보면서 엄마가 눈에 안보이면 '나 버리고 가버렸나, 안오면 나 혼자서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엄마니까 남들에게 엄마에 대한 안좋은 얘기도 못하겠고 미칠 지경인 거죠."
나 :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엄마가 자기를 떠나 다른 곳으로 재가라도 하는 것을 눈치채면 아이는 어떨까요?"
아빠 : "못가게 별 짓을 다하겠지요. 아파서 밥도 못 먹는 척 하거나 또는 엄마가 찾아다니게 숨어서 나오지 않거나 또는 미친 짓을 하겠지요."
나 : "미친 짓요?"
아빠 : "애가 자기만 남게 될게 뻔한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요. 시커먼 연탄에 얼굴, 손, 옷들을 비벼서 엄마가 자기를 닦아주면서 '애를 두고 가면 안되겠구나'라고 여기게 별짓을 다 하겠지요."
나 : "혹시 엄마가 재혼을 해서 새로운 아빠와 함께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빠 : "그건 안되지요. 저는 그런 집을 어려서 봤는데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요. 그럴 거면 힘들더라도 자식을 끼고 열심히 살아야지요. 그게 부모니까요."
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자기를 놓고 재혼을 계획하는 것 같을 때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빠 : "그거야 뻔하지 않겠어요. '죽어버릴까, 아니면 엄마와 같이 죽어 없어져 버릴까' 그러다 그것이 더 무섭고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점점 자라면서 엄마 속을 긇어놓겠지요. 그리고 엄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통해서 쾌감을 느끼고 그때야 직성이 풀리겠지요.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괴롭히고 말도 막하고 하다가 엄마와 떨어지면 엄마한테 한 말 때문에 후회하고 혼자 울고 그러겠지요. 그 애가 얼마나 마음이 괴롭겠어요. 또 내 얘기를 하기 싫으니까 친구들 만나는 것도 싫어지고 사람을 피하고 필요한 것이 있어도 낮에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밖에 안나가고 깜깜해진 밤이면 돌아다니게 되고 늘 슬프고 우울하겠지요."
나 : "똑깍인형의 아버님 말씀을 듣고 보니 고모인 저와 할머니는 조카를 위해서 잘 한다고 해도 조카의 부모님에 대한 빈 자리는 채워줄 수 없겠군요."
아빠 : "누가 그 자리를 채워줄 수 있겠어요."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대상은 조카가 아닌 바로 내 앞에 앉아계신 똑깍인형의 아빠였다. 내 머리는 쉼없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해진 상담시간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때 바로 똑깍인형의 아빠와 모친의 관계에 대하여 들어가볼까, 아니면 진정이 되고 차분한 상태에서 저절로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나.'

아무래도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후유증 없이 도울 수 있겠기에 계속 조카 이야기와 관련지어 진행했다.

나 : "그러고 보니까 제 조카가 마음 고생이 많겠는데요. 할머니나 고모인 저에게 엄마, 아빠 얘기를 마음놓고 못하고~ "
아빠 : "못하지요. 눈치만 보겠지요."
나 :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조카가 부모님에 대한 궁금증, 그리움 등을 저에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빠 : "직접 조카에게 물어보세요. 조카가 자기 심정을 제일 잘 알 거예요."

내가 오른손을 펴서 손바닥을 위로 하고 똑깍인형의 아빠쪽으로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손짓으로 질문했다.

나 : "제 조카를 만나셨다면 어떻게 물어보시겠어요?"
아빠 : "저라면~~  음~~ '엄마 보고 싶니?'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사실은 보고 싶으니까~ 그런 질문은 하나마나일 것 같구~~ '너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괜찮을 것 같네요."
나 : "네~ 혹시 아버님은 똑깍인형의 할머님과 함께 살기를 원하시나요?"

자동으로 튀어나온 그의 대답

아빠 : "아뇨, 절대 아니죠."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든 얼음신사.


태그:#얼음신사, #연탄, #재혼, #엄마,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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