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의 한장면

<펫>의 한장면 ⓒ 영화사 선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세스(도미닉 모나한 분)는 우연히 버스에서 고등학교 후배 홀리(세니아 솔로 분)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세스는 홀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고 꽃을 보내는 등 구애 작전을 펼치지만 홀리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홀리를 향한 세스의 호감은 집착어린 스토킹으로 발전하고, 자신이 일하는 보호소 지하 철창 속에 홀리를 감금하기에 이른다. 혼자 버려진 채 공포에 빠지는 홀리와 하루 한번씩 찾아와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세스. 이들이 숨겨온 진실을 하나하나 드러내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영화 <펫>은 욕망의 끝까지 내달리는 치정의 추악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오직 나만이 널 구원할 수 있다"는 말로 대변되는 홀리에 대한 세스의 비뚤어진 애정. 그리고 동물을 길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은 그의 비인간적 '사육' 방식은 타인이 배제된 사이코패스의 심리 그 자체다.

 <펫>의 한장면

<펫>의 한장면 ⓒ 영화사 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스가 공포와 더불어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로 그려진 점은 퍽 인상적이다. 원하는 걸 가져본 적 없이 살아온 그가 홀리의 존재로 인해 순식간에 마음에 불을 지피는 전개가 불편하게 다가오면서도 일정부분 공감을 자아낸 덕분이다. 자존감을 내던져가며 짝사랑을 인정받고자 하는 개인의 보편적인 비참함은 그렇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여기에 중반 이후 드러나는 홀리의 충격적인 본색,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재정립되는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기 쉬운 사랑의 속성을 더없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시한다.

관심에서 집착으로, 나아가 막무가내의 구애와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세스의 급격한 태도 변화는 영화 초반부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주요 동력이다. 그리고 이는 '철창'으로 대표되는 감금의 이미지와 특유의 연출이 만나면서 정점을 찍기에 이른다. 귀를 찌르는 듯 날카로운 금속성 효과음,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회색 톤의 영상은 '사랑'과 '구원'이란 미명으로 포장된 세스의 광기를 더욱 공포스럽게 그린다. 할리우드 스릴러의 선구자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싸이코>(1960)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펫>의 한장면

<펫>의 한장면 ⓒ 영화사 선


마음만 먹으면 특정 개인의 온갖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SNS 환경의 부작용은 <펫>이 꼬집는 또 하나의 현실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특히 영화 초반 세스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홀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정보를 입수하는 전개는 짧지만 굵직하게 남는다. 홀리의 취미나 기호는 물론, 연애 상태나 동선까지 파악해 치밀하게 그를 추적하는 세스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 요소로서 유효한 이유다.

결국 <펫>이 말하고자 하는 건 강자와 약자, 갑과 을 따위로 계급화될 수밖에 없는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해서인지 모른다. 누군가가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결정되는 계급, 많은 로맨스 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랬듯 이들은 대개 약자이고 을이다. 사랑하는 이는 언제나 약자고, 소유하는 대신 소유당할 따름이다. 설사 짝사랑 상대를 철창에 가둬둔다 해도 말이다. 12월 2일 개봉.

감금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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