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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權不)은 십년(十年)이요, 화무(花無)는 십일홍(十日紅)'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막강 권력이라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피울 수 없다는 뜻이다. 권세와 부귀영화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순실 게이트, 아니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빚어진 국기 문란과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권력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수갑을 찬 채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권력무상, 인생무상을 느낀다. 어쩜 그들은 가진 권력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온갖 갑질을 해대며, 그동안 부귀영화를 누려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선 왕조에서도 왕과 왕비를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과 비슷한 이들이 있었다. 연산군 때 장녹수, 명종 때 정난정, 광해군 때 김개시 그리고 숙종 때 장옥정(장희빈) 등이 그들이다. 이들 모두 왕과 왕비의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쥐락펴락 농단하고 갖은 패악 질을 저지르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져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공황상태다. 어떻게 한 일반인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막강한 세도를 부리며, 온갖 이권에 개입해 사리사욕을 취하고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과 검찰도 있고 청와대 민정실도 있는데, 모두 한통속으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그런데 이들 중 한 기관만이라도 공복(公僕)으로서 부정 비리 발본색원(拔本塞源)에 눈을 부릅뜨고 제 역할을 충실히 했더라면, 오늘날 이 같은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지금 침몰 일보 직전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함께 부화뇌동하거나, 애써 모른 채 방기(放棄)함으로써 결국 불도저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전국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촛불 민심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세월호 사고, 피폐해지고 있는 경제 그리고 반칙과 불법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사회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심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한 것이다. 광우병 파동이나 세월호 때와는 그 궤가 전혀 다른, 성난 민심이자, 하늘같은 국민의 뜻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혹자는 4.19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은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을 완전히 저버린 채,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는 물론 국민적 신뢰, 리더십 모두를 잃었다. 이미 식물 대통령, 식물 정부가 됐다. 국격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국민은 세계인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대구·경북에서마저 대통령을 버렸다. 5%대의 국민적 지지로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아직도 대통령으로서의 절대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들을 얕잡아보고 우롱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처사다. 특히 박사모를 주축으로 한 맞불 집회로 대응하면서 시간끌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이번 게이트에 대한 가감 없는 양심고백은 물론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모두를 내려놓는, 결단을 국민들 앞에 보여야 한다. 특히 국민에게 본인 스스로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화려한 수사(修辭)적 화법으로 검찰 수사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번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로서 검찰에 자진 출두해 진실을 말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옳다.

이것만이 더 큰 재앙을 막는 길이자,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대한민국을 올곧게 세울 수 있는 최선책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짓말을 밥먹듯 하면서 법을 무시하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그때는 불명예 '하야(下野)'나 '탄핵' 밖에 다른 방도는 없다. 국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윤배님은 조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입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탄핵,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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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저는 중앙 주요 일간지 및 지방지에 많은 칼럼을 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신문들의 오만함과 횡포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터넷 신문이란 매체를 통해 보다 폭넓게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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