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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철도노조는 파업 50일차를 맞았다. 철도노조와 철도공사는 7일, 3일간의 집중교섭을 선언했다. 지난 5월 27일 이후 164일만에 집중교섭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교섭은 결국 결렬되었다. 노사협의 중에 이사회를 통하여 '성과연봉제 실시'를 강행한 철도공사가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보면 교섭은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성과연봉제'는 결코 타협할 수 있는 근로조건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철도노조는 박근혜 하야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7일 대전에서 진행된 '내려와라 박근혜 대전 촛불행동'에도 많은 철도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지난 7일 그 중 운수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윤병철씨를 만났다.

왼쪽이 윤병철씨, 오른쪽이 김혜림씨다,.
▲ 파업투쟁에 나선 노동자들 왼쪽이 윤병철씨, 오른쪽이 김혜림씨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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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업무는 지금은 사무영업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어요. 매표업무, 수송원 업무, 일반사무 업무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요. 매표는 생각하시는데로 역에서 표를 파는 업무고요, 수송원은 열차의 조성을 하는 일이에요. 발차나 도착역이 아닌 중간에 있는 역에서 열차를 이었다가 붙였다가 하면서 필요한 형태에 맞게 만드는 업무지요. 그리고 일반 사무 업무도 있고요."(윤병철)

우리가 역에 가면 제일 처음 만나는 이들이 바로 운수노동자들이었다. 표를 팔고, 안내를 하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물론 수송원을 만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무영업이라는 이름으로 직종을 변경한 게, 지금 공사에서 이야기하는 멀티업무의 시작이 아닐까 해요. 운수에서 이름을 바꾸고, 일반 사무 업무를 포함시키면서 이 일 저 일을 하게 만드는 거죠. 전문성도 없이. 그러면서 비용절감, 효율화 운운하며 매표 업무를 외주화한 곳도 많아요."(윤병철)

매표 업무 외주화? 그러면 우리가 역에서 만나는 이들이 철도 직원이 아니라는 말인가. 직접 시민들을 상대해 표를 팔고 안내를 하는 이들이 철도 직원이 아닌 다른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전역, 천안역 등 큰 역을 중심으로 외주화가 이루어졌어요. 코레일네트웍스라는 자회사로요. 2013년 경으로 기억하는데요, 매표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업무가 변경되기 2일 전에야 통보를 받아서 인수인계 업무 등이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매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안내 업무 등으로 바꾸고, 매표는 외주화한거죠."(김혜림)

이미 상당수의 역에서 매표업무와 일부 업무가 외주화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수익이 날 수 있는 큰 역을 중심으로. 조그마한 역도 외주화하려 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든다. 철도노조가 그렇게 반대해왔던 '민영화'가 우리가 모르는 새 이미 많이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매표 직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는 것은 결국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거라고 봐요. 어르신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창구를 많이 이용하는 게 현실인데, '성과'라는 이름 아래 판매수만을 강요하면 그런 분들에 대한 업무는 배제하려고 노력하게 되겠죠. 직원들이... 시간이 오래걸리니까요."(김혜림)

결국 역 창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성과는 '표 판매수'로만 강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가 되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운수 업무의 특성 상, 개별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매표 창구에서도 그렇고, 수송원 업무도 결국 1~2명이 일하는 거라서. 그래서 이번 파업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다른 직종에 비해 서로 단결되어 있지 못해서. 그래도 지금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윤병철)

협업이 중심인 다른 업무에 비해, 개별 업무 위주인 운수 노동자들은 지금껏 파업 투쟁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성과'라는 이름 아래 공공성을 깍아 내리고, '저성과자 일반해고'까지 예상할 수 있는 이번 성과연봉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기류가 이번 파업에 함께 한 계기가 아닐까 추측한다는 것이다.

"결국에 직접 시민들을 만나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매표 직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는 것은 민영화의 일환이 아닐까 싶어요. 공공부문인 철도의 직원들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삼성이나, 현대같은 민간기업과 철도공사의 차이가 뭐가 있을까요? 이윤이라는 '성과'를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순간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차이는 없어진다고 생각해요."(윤병철)

공기업은 공공부문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이 이윤을 남긴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의 혜택을 국민으로부터 정부가 빼앗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공공부문에 '이윤'이라는 성과가 도입되는 것은 결국 민영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송원 업무도 문제가 있어요. 예전에는 2인 1조로 본로, 보조로의 전, 후방에 대하여 진로 확인과 후방 확인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그런 업무도 혼자 하는 경우도 있죠.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지는 것인데. 사고의 위험을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관리자들은 '혼자해도 문제 없네'라며 1인 업무를 더욱 늘리려고 하죠. 안전보다는 이윤을 훨씬 우선시하려는 풍조라고 봐요. 이미 철도공사 내에도 어느 정도 도입된 것 같고요. 그런 부분까지 다 바꿔내야 하는게 노동조합의 역할이죠."(윤병철)

철도공사의 인원감축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허준영 사장 당시 5115명의 직원을 감축하려는 등, 지속적으로 인원 감축을 추진해왔다. 인원 감축은 2인 업무를 1인 업무로 바꾸는 방법 등으로 진행된다. 노동자들은 이런 방향이 심각하다고 본다.

"성과연봉제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성과를 평가할 명확한 지표도 없고, 기준도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매표 업무만 보더라도 그래요. 표 판매량을 평가지표로 삼으려 해도, 서울역과 옥천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거잖아요. 또 판매량이 많다고 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것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순간, 철도는 더 이상 공공부문이 아니게 되는거죠."(김혜림)

성과연봉제는 결국 공공부문이 자기역할을 포기하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공부문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이는 결국 적자를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윤이 아닌 손해가 목표인 기업, 그것이 바로 공기업이 아닐까. 실제 철도의 경우, 교차보조를 통하여 적자노선도 운영하고 있고, 이 적자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있는 것이다.

철도노동자들 또한 함께 하고 있다.
▲ 분노한 대전시민들의거리행진 철도노동자들 또한 함께 하고 있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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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리는 게 너무 죄송하지요. 불편해도 괜찮아 라고 지지해주시고 계신데, 저희가 보답할 수 있는 건 결국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서 시민들이 더욱 편하고, 안전하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사회공공성 강화! 국민의 발 철도! 그렇게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김혜림)

'공공부문의 흑자는 국민의 적자다'라고 한다. 공공부문에서 이윤을 남기려 하는 것은 결국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독과점 형태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피치 못하게 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국민들로부터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는 생각 자체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철도노조 파업 50일차. 50일간 철도 노동자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파업 투쟁을 진행하고 있을까.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현실에서 그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월급도 뒤로 한 채,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사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 서 있다. 정부에서는 담화문을 통해 현장 복귀를 요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 노동자들에게 현장 복귀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태그:#철도_파업, #민주노총, #나가라_박근혜, #성과연봉제, #불편해도_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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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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