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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정권이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그토록 폐지하고자 했던 국가보안법은 안보라는 명분으로 아직까지 살아 있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나 그 목적과는 달리 이 법은 최근까지도 지난 통진당 해산,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들에서 본 것처럼 권력을 독점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수구정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는 대표적 악법이다. 그런데 그 법에 기술된 법 조항들을 찬찬히 읽으면, 이 법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심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닌가 착각이 든다.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검찰의 기소 가능성도 없고 설사 기소한다 해도 그간의 법원의 판단과 판례들을 보면 법원이 이 법으로 이들을 처벌할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법의 적용이나 판결은 사법부가 할 일이고 필자 역시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국가보안법을 읽어 가면 이들에게 적용할 법률들 중 국가보안법만큼 안성맞춤인 법도 없기 때문이고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린 무리들에게 적용할 수도 없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할 악법이기 때문이다.

마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위해 마련한 것 같은

국가보안법 법1조 1항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월호 비극을 필두로 그간 박근혜 정권들어 발생한 사건들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사전들의 면면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들이고 이 첫 번째 조항에 따르면 이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반국가활동'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가의 안전이 위태롭게 되었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과 그 측근들도 지금까지 거듭 주장하고 있으니 사실 여부를 따질 필요 없고 대통령의 사과를 통해 대한민국을 이렇게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한 주체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그리고 그 주변에 모여 권력을 좇던 이들이라는 것도 고백했으니 달리 따질 필요가 없어 보인다.

민간인 최순실도 벗어나지 못하는 촘촘한 법망

제2조와 제3조는 이 법을 적용할 대상과 범위를 규정하는데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국내외의 결사 및 집단들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했던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정부인 박근혜 정부를 '참칭'한 집단이라 규정하는 것이 모순이고 법률적 논쟁거리지만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를 두고,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회의를 구성하며 17가지의 국가 중대사는 무조건 국무회의에서 심사하도록 하도록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대통령 스스로 무시했으니 이건 대통령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헌정을 교란한 국가 변란 행위로 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헌법에 열거한 17가지 국가 중대사를 공식적인 정부기구가 아닌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적어도 최순실을 정점으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비선조직을 통해 국정을 농단했으니 이 무리들은 본질적으로는 이 법이 말하는 '반국가단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보안법은 이런 목적으로 갖고 '반국가단체'를 구성한 것이 입증되기만 해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순실과 그 측근들의 축재한 재산도 몰수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제2장은 이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범죄 행위들을 규정하고 그에 따른 구형 정도를 규정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조항들을 읽다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이들의 범법행위들을 다 모아 놓으면 국가보안법이 이들의 범죄행위를 예견하고 열거하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협박해서 재물을 빼앗고 국가기밀에 속하는 서류 또는 물품을 손괴·은닉·위조·변조하고,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 국가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사람만이 알 수 있게 하는 사실, 문서, 지식 등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거나 이런 과정에서 보수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몰수하고 추징할 수 있다는 조항들도 있다. 이 말은 달리 말해 국가보안법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들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그물망을 갖추고 있다.

이장의 법률 조항들에서 눈에 띄게 거듭 언급되는 문장이 하나 있는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 그것이다. 이 문구는 그간 사법당국이 국가보안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해석해 기소권을 남발할 때 쓰이는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문구다. 피의자 삼고자 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국가 변란의 '목적'을 갖고 '반국가단체' 구성하고 해당 범법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때 써먹는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당연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들도 평등하게 이 문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하게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할 것이나 검찰은 이 문구를 근거로 이들을 기소할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사법고시를 통과하거나 국내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고학력자들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데에 가장 첨병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찰 출신의 법률가들이고 여당이자 거대정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혹은 그 보좌관 출신들이며 대학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소위 대한민국의 사회지도층이라 자처하는 엘리트들이다. 이런 이들이 스스로 가담하고 공모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헌정중단,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소하기에 충분한 법률적 근거가 된다.

국가 공권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본연의 자세로

이 글은 그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자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규정하는 대부분의 범죄 행위들은 형법을 원용한 것들이고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형법만으로도 국가보안법이 목적하고 기술하는 범법행위들을 법률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그 목적과는 달리 사사로이 권력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정권들이 악용하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하는 악법이다. 이들 때문에 나락 떨어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 세우는 국민들의 순수한 열망과 노력에 이런 악법을 사용하자 말하고 싶진 않다.

단지 국가보안법을 거론한 것은 이들이 행했던 행위들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인지를 명확히 하고 싶고,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국민들을 위해 공정하게 행사해야 하는 검찰이나 경찰, 국가권력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추잡한 일들이 다신 벌어지지 않게 각성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기를 요구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들의 여망,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고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그간 정권 창출을 위해 정쟁만 일삼고 서로 눈치보기에 바빴던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다시 제정하고 이런 사태에도 적용 못하는 누더기 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것임을 상기하라는 것이다.


태그:#박근혜퇴진, #국가보안법폐지, #세월호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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