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잘하는 일을 꼭 즐기리란 법도 없다. 보통의 경우에 말이다. 많고 많은 연기하는 아이돌, 작곡하는 아이돌. 하지만 연기하고 노래하고 작곡까지 하는 아이돌은 흔치 않다. 진영은 이 모든 걸 잘하고, 즐긴다. 그런 의미에서 진영은, '보통의 경우'가 아니다.

진영은 <구르미 그린 달빛>(아래 <구르미>)에서 모든 걸 다 가진 명문가 자제 김윤성 역을 연기했다. 주인공 이영(박보검 분)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촬영 틈틈이 직접 작사/작곡한 <구르미> OST '안갯길'과 I.O.I의 신곡 '잠깐만'을 프로듀싱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다시 B1A4 멤버로 돌아가 컴백 준비에 한창이라는 진영.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진영(24)을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W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 잡았다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음악 작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묻자 "다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며 밝게 웃었다.

"(힘들기는커녕) 복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OST 작업도 꼭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의뢰받고 즐거웠죠. 게다가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잖아요. '힘든데 언제 하지?' 이런 생각보다 '어떻게 잠을 덜 자고 시간을 쪼개야 할까?' 생각했죠. 체력이요? 많은 분들의 예상과 달리 저 체력 좋아요! 나름대로 (체력에) 자신 있어요. (웃음)"

사실 진영의 시작은 연기였다. 학창시절 무턱대고 서울로 올라와 이런저런 오디션을 봤고, 여러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가수 데뷔 후에는 tvN <우와한 녀>, MBC <맨도롱 또똣>, 영화 <수상한 그녀> 등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얼굴도장을 찍기도 했지만, 주연급 역할은 <구르미>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기성 연기자들도 쉽지 않다는 사극 장르. 그 자신도, 시청자도, 우려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제 연기에 대한) 걱정은 스스로도 많이 했어요. 드라마가 잘 되면 될수록 '더 많은 분들이 보실텐데 그분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실까' 부담도 됐고요. 하지만 다행히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덕분에 용기를 얻고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허무한 죽음? 윤성으로선 여한 없었을 것"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김윤성은 왕마저 쥐락펴락하는 세도 정치 권력의 정점, 영의정 김헌(천호진 분)의 하나뿐인 손자다. 학식도 출중하다. 집안 사람들의 전횡을 조금만 눈감아 준다면, 그의 앞날에는 그저 비단길, 꽃길만 펼쳐져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의욕도, 욕심도 없다. 그래서 진영은 "윤성은 외로운 아이였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무런 의욕도, 욕심도 없던 윤성이는 라온(김유정 분)을 통해 의욕과 생기를 느끼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윤성에게 라온이는 사랑이기도 했지만, 삶의 의욕 그 자체였겠죠. 그러니 한 번도 반항한 적 없던 할아버지(김헌)에게 반항도 하고,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던 여인에게, 윤성이는 아무것도 아닌 거죠."

진영은 윤성이가 되어 그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윤성이의 마음에 공감했기에 "일찌감치 윤성의 죽음을 예측했다"고 말했다. "영(박보검 분)과 라온이의 사랑이 너무 애틋해 윤성이 낄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윤성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허무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진영에게 "김헌이 보낸 자객이 김헌의 하나뿐인 손자를 죽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하자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처음에는 저도 똑같이 생각했어요. 왜 갑자기 거기서 죽지? 하지만 윤성이가 돼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라온이가 사람들을 부르러 가려고 할 때 붙잡잖아요. 생각해보면 윤성이는 칼을 맞고도 살 수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윤성이는 원래부터 별로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어요. 그 모든 의지는 라온이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그런 라온이를 지키고 죽을 수 있다면, 윤성이로서는 여한이 없는 죽음인 거죠."

그는 "살았더라도 많은 아픔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윤성에게는 의미 있는 죽음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해석한 윤성 캐릭터와 죽음 신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죽는 장면 연기하면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윤성이는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깊어요. 칼에 맞아 아픈데도 상처를 보고 놀란 라온이를 걱정해서 손으로 스윽 상처를 가리잖아요. 그런 윤성이가 죽으며 눈물을 흘린다면 그 죽음이 라온이 탓으로, 울지 않고 참는다면 그건 윤성이의 의지라고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가, 감독과 이렇게 디테일한 감정까지 상의했느냐"고 묻자 "혼자 생각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캐릭터에 대한 진영의 이해와 공감 능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배우 진영에 대한 놀라움은 곧 뮤지션 진영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가수 진영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음악을 만들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에 "주로 경험에서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영의 대답에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답변"이라고 말해줬다. 아이돌이 본인 연애 경험으로 가사를 쓴다고 하면, 팬들은 노래 가사가 알고 싶지 않은 '오빠의 연애사'로 들려 스트레스받는다고 이야기하자 '빵' 터지기도 했다.

"'잘 자요 굿나잇'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여자친구가 재워두고 남자친구는 나가 바람 피운다는 내용이에요. 그건 정말 경험이 아니었는데 오해하는 팬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곡은 정말 제 경험 아닙니다. (웃음)

저만의 경험이 아니라 누군가의 경험이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 연애사를 많이 물어보거든요. 저 하나의 연애사만으로 모든 음악을 만들기엔 경험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저만의 연애관을 대중에게 공감해달라 강요하는 것 같잖아요."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출연은 배우 진영의 경험치인 동시에, 뮤지션 진영에게 영감이 되는 간접 경험이기도 하다. 연기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이니 말이다.

"맞아요. <구르미>를 찍으며 영감을 얻어 OST를 쓰기도 했잖아요. 대본을 보면서 눈물 흘린 적도 많고, 캐릭터 모두가 애틋하고 좋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안갯길'은 꼭 라온이만을 위한 노래는 아니었어요.

저는 윤성이의 인상이 참 기구하고 별나다고 생각했어요. 얽힌 게 너무 많은 친구잖아요. 그만큼 풀 것도 많죠. 친구 관계도, 권력관계도, 사랑도 복잡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친구 고작 19살이에요. 이 나이에 올바른 생각으로 권력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목숨을 걸만한 사랑을 한다는 거,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이 친구에게는 어떤 노래를 붙여도 슬플 것 같아요"

배우 진영이 가수 진영에게 영감을 준 것처럼, 가수 진영도 배우 진영에게 도움을 줬다. 특히 액션신을 찍을 때는 "춤을 춘 덕에 몸을 가볍게 쓸 수 있었다"고. 물론 "액션이 춤추는 것처럼 보여 고치려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지만 말이다. 진영은 "노래와 연기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호작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천호진 선배님께서도 너는 가수니 알 것 아니냐시면서 대사에도 운율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대사할 때 노래처럼 음을 타면서 해라, 말투에도 리듬이 있다고 가르쳐주셨는데 이해가 됐죠."

가수 진영이 배우 진영으로 오롯이 서기까지는 "디테일한 조언과 가르침을 많이 알려준" 천호진은 물론, 또래 동료 배우들의 도움도 컸단다.

"<구르미>는 처음부터 부담이 많이 됐던 작품이에요. 사극도 처음이라 말투부터 모든 것이 생소했죠.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어요.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됐던 건, 어리지만 선배인 친구들이었어요. 제가 형이고 오빠라고 자존심 세울 때가 아니었죠. (웃음) 친구들의 조언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후회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2016년 11월 2일 B1A4 진영 인터뷰 제공사진. ⓒ WM엔터테인먼트


많은 이들이 <구르미>를 통해 진영을 알게 됐다며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이는 연기력 논란이 없었다는 칭찬일 수도 있겠지만, 데뷔 6년 차 아이돌 B1A4 멤버인 그로서는 속상할 법도 한 반응이다.

"전 좋았어요. 원래 팀 내 인지도가 높지도 않았고요. 뒤늦게 저를 알게 되시고, 저를 통해서 '아이돌이었어? 어느 그룹이지?' 하고 검색 한 번 해보시면 우리 팀을 더 알릴 수 있는 거잖아요. 제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뜨면 그룹명도 같이 뜨고요. 저희 팀 이름을 더 알릴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잖아요."

진영에게는 '야망돌'이라는 별명이 있다. '야망'이란 단어는 대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은 그에게 붙은 '야망돌'이라는 별명은 분명 찬사다.

"예능도 해보고 싶고, 라디오 DJ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도 어느 역할이 오든 제 옷 입은 것처럼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안 해본 역할도 아직 너무 많잖아요. 멋진 액션물도, 유머러스한 로맨틱 코미디도, 암살자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잘하든 못하든 부딪쳐보고 싶어요. 해보고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다 제게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못할 것 같으니까 안 해' 이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잘 할수도, 못 할수도 있지만 뭐든 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후회하지 않는 사람. 그게 제 목표예요."


진영 구르미 그린 달빛 구르미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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