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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퇴출제 저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한달을 넘어 이어지고 있다. 10월 31일 파업 35일차. 한달이 넘는 긴 파업에 지쳐 힘이 들텐데도 씩씩한 얼굴로 농촌 연대활동에 나선 철도노동자들. 그 현장에서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김종필씨를 만났다.

"23년차 기관사입니다. 무궁화호, 화물차 등을 운전하고 있고요, 서민들의 발로 일하고, 국가물류를 수송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요."

10월 31일 철도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농활 현장에서 만났다.
▲ 철도노동자 기관사 김종필씨 10월 31일 철도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농활 현장에서 만났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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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기관사로서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는 이 땅의 평범한 노동자였다. 자신의 노동이 가치있고,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야말로 노동자가 살아가는 원동력 중의 하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을 하면서 특히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이번 성과연봉제는 이러한 노동자의 의식을 없애버리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인지 이야기하는 표정에 어두움이 흘러간다.

"사실 성과급은 지금도 시행되고 있어요. 사업소별로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사업소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현재 구조는 사고도 은폐하고, 평가에 저하되는 요소들도 은폐하고, 감추기에 정신없는 그런 평가제도 밖에 안되지만요. 사실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되고 등급이 매겨지는 지도 직원들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철도공사는 이미 성과급을 통하여 철도노동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각 사업소를 하나의 평가단위로 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감점하는 방식 등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평가에 저하될 수 있는 요소들은 은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제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 좁은 기관실에서 운행 하고 있는 기관사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제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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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소가 100명이고, 내 사고로 인하여 1인당 성과급이 100만원이 인하되면, 전체 1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라고 이야기해요. 사업소에서.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다른 조합원, 비조합원들에게도 전달되고, 그러면 사고를 은폐하고, 부상도 은폐하기에 급급해지는 거죠."

이미 지금도 철도공사 내부에서는 '성과'를 의식해 은폐하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인식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평가를 개인별로 진행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될지는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철도공사 측은 노동조합과의 합의도 없이 이사회를 통하여 성과연봉제를 의결했고, 이에 반대하며 철도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이 가장 문제죠. 지금은 사측에서 수서발KTX 기사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기관사들 사이에서. 공사 직원이 아닌 외부인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몰래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들을 하죠. 대체인력들만 아니면 벌써 파업이 마무리 되었을 것인데.....아쉽죠...."

파업이 장기화되어가고 있는 이유를 물으니, 조심스럽게 주변 동료들과의 분위기를 전한다. 철도노조는 "노동자의 단체행동이 '사회재난'이라는 국방부, 군인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라며 대체인력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 측은 '대체인력' 모집 공고를 내고, 지속적으로 기간제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지난 9월 721명, 10월 424명 등 1145명의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했고, 10월 31일까지 500여명의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조합원으로 많은 투쟁에 참여했었는데요, 지난 2013년과 이번 파업은 정말 신나는 파업이에요."

파업의 심정을 물어보니 '신나는 파업'이라는 조금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파업을 하고 있다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선전전이나 행진을 하고 있으면, 지나가시는 분들이 '불편해도 괜찮아요', '수고하십니다', '고생하세요', '지지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지나가요. 일부러 유인물을 받으러 오시기도 하고, 그런 분들이 모두 우리의 큰 힘이 되지요."

'신나는 파업'의 배경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에 있었다.

파업중인 김종필씨도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콩을 수확하고 있다.
▲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 파업중인 김종필씨도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콩을 수확하고 있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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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지난 2013년 파업보다는 응원이 조금 적은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 때는 민영화저지가 중심이었고, 이번에는 성과퇴출제 저지라 그런가 싶기도 한데. 결국 본질은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한마디 덧붙이기도 했다.

이미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철도파업 해결을 위하여 사회적 중재에 나설 것을 정부와 새누리당에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전, 그리고 철도노동자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즉각적인 대화와 중재가 절실한 시점이다. 



태그:#철도 파업, #민주노총, #나가라 박근혜, #대전,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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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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