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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 책표지 〈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 작은것이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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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와 겨울철에 조심해야 할 게 감기와 천식입니다. 혹시 기침 감기에 좋다며 '혜경궁 홍씨'가 즐겨했다는 '오과차'(五果茶)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호두 10알, 은행 15알, 대추와 생밤 각 7알, 그리고 생강 1덩어리를 달여 먹는 게 그것이죠. 꿀이나 설탕을 더해 먹어도 좋다고 하죠.

요즘 그 '오과차'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환자마다 똑같은 기침감기나 천식을 앓고 있다 해도, 한의사가 동일한 처방전을 내리지는 않겠죠. 몸의 체질과 생활습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것은 일반 의사들도 마찬가지겠죠. 동일한 환자의 질환이라도 의사는 저마다 다른 진단과 처방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 근육염'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스트레스나 피로누적 그리고 면역성의 이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섬유화'와 관련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이른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과 화학물질로 인해 생기는 '활성화산소'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 말이죠.

그런데 그런 상황들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정환경이나 식생활과 직업환경까지 두루두루 살피고자 한다면, 환자를 보다 가까이에서 밀착하며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환자의 몸 상태만 아니라 마음 속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 말이죠. 그야말로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이 들어오기 전 그 옛날 '동네 점방'이 있었던 것처럼, 동네에서 친숙하게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동네의사'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2000년도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나는 환자이다. 주치의가 있어 이 환자의 특성을 잘 알고, 직장 선택이나 생활습관 교정 같은 건강관리를 받았더라면 이런 일이 또 생겼을까. 직장에서 또 생활현장에서 여러 위험요소에 노출되면서도 환자들은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다. 특히나 현재 의료체계에서는 치료 중심 진료 서비스만을 받기에 사전에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예방의학서비스를 받긴 더욱 힘이 든다."(157쪽)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하는 의사 34인이 쓴 <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 중 1996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인천평화의료협동조합'을 창립한 임종한 교수의 말이죠. 그 당시 30대 초반의 환자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아왔는데, 입원한지 6개월 만에 사망했다고 하죠. 만약 그때 '동네 점방'처럼 계속적인 삶을 나누며 그 분에게 '생활처방'을 펼쳐나갔다면 결코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그런 '생활처방전'과 관련하여 재미난 내용도 있습니다. 이른바 '항문'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이 그것이죠. 이 책의 조언에 따르면, 똥은 될 수 있는 한 2분 내로 끝내고, 똥은 앉아서 누더라도 모든 뒤처리는 '머리는 최대한 낮추고 엉덩이는 최대한 올린 자세'로 해야 한다고 하죠. 그래야 항문의 모세혈관다발에 집중된 압력을 낮춰 울혈로부터 시작되는 염증반응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울혈이 점점 커지면 치질로 발전하게 되겠죠. 솔직히 나도 치질 수술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내용이 더욱 크게 다가왔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항문에 뭔가 튀어나온 경우에 대해서도 '생활처방'을 알려주죠. 만약 그게 튀어나온다면, 좌욕이나 비데처리 다음에 '항문 누르기'를 10초 정도 하라고 말이죠.

"진료실에서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음식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분들을 진료할 때면 알레르기가 해마다 심해진다고 호소한다. 본인과 배우자는 알레르기가 없는데 아이들은 왜 아토피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보호자도 있고, 어렸을 때는 분명히 없었던 알레르기 비염이 왜 30세가 넘어 생기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47쪽)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의사 추혜인씨의 말입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살림의원'에 동네 어르신들이나 학부모들이 찾아와 자녀의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그런 하소연을 한다고 하죠. 그럴 때면 그는 동네 아줌마처럼 차분하게 그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면서, 어떤 식습관을 가져야 할지 스스로 생각토록 하게 한다고 하죠.

첫째는 세계 기후변화 차원으로 꽃가루가 예전과 달리 일찍 시작해 늦게까지 지속되고, 남부지방에만 서식하던 식물들이 점차 북상하여 새로운 알레르기 항원으로 작용하고 있고, 둘째는 외래종 동식물들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되는데, 꽃가루와 곰팡이 같은 전통 알레르기 항원들이 미세먼지나 공기 중 중금속물질 같은 대기오염 물질과 결합해 새로운 알레르기 항원으로 작용하고 있고, 마지막 세번째는 MSG로 대표되는 여러 식품첨가물들이 새로운 음식물 알레르기 항원성을 높여 두드러기나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알레르기 항원성의 원인에 대해 설명해 준 다음에는 각자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식습관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항문'이나 '알레르기 질환'과 관련된 '생활처방'만 봐도 너무나 살갑지 않나요?

그만큼 의료협동조합은 '동네점방'처럼 '동네의원'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그 어떤 병원이나 의사보다도 살갑고 따뜻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진료수가가 높지 않아 환자를 많이 봐야만 운영이 가능하고, 종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환자를 볼 수 있고, 환자가 많으면 많은 대로 몸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또 적으면 적은 대로 매출 걱정에 마음이 쓰인다는 게 그것이죠.

하지만 의료협동조합은 오늘날 기업화되고 있는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들처럼 무한경쟁시대에 내 몰린 의료경쟁사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람을 돈의 가치로만 바라보는 의료사회와는 달리, 진정한 '몸과 마음의 돌봄' 곧 '사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가치를 지닌 곳으로 말이죠.

물론 그런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의료협동조합원들의 마음이 한데 통해야 하고 서로가 조화를 이뤄야 하겠죠. 더욱이 의료협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의사들도 적은 수익으로도 자족하며 감사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들의 '생활처방'이 그 동네와 지역민을 살리는 길이자, 실은 우리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이끄는 척도임을 알고 자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겠죠.

그래서 이 책에는 '안성 농민 의원'을 비롯해 '서울 우리네한의원', '순천생협요양병원', '안양 행복한마을한의원', '전주 무지개한의원', '원주 밝음의원', '오패산마을 건강의집' 등 다양한 의료협동조합에 관한 소개와 더불어, 그 예방과 진료에 관한 '생활처방전'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1994년 경기도 안성에서 최초로 시작된 우리나라 의료협동조합은 현재 전국 21개 지역에서 의원과 한의원, 치과, 검진센터, 운동센터, 재가장기요양센터, 요양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죠. 2013년엔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로 전환했는데, 곳곳의 의료협동조합에서 질환별 환자모임인 '자조모임'도 형성하고 있고, 조합원들 각자가 '분야별 소모임'과 '마을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의료협동조합에 관심이 있거나, 각 지역이나 동네에 그와 같은 의료협동조합을 설립코자 한다면, 아래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보다 더 확실한 안내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우리 사회 온 누리에 더 많은 의료협동조합들이 생겨나서, 마을과 지역이 살아나고, 정말로 따뜻하고 살가운 의료체계가 올바르게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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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 내 안의 의사를 깨우는 마을주치의들의 건강 길찾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하는 의사 34인 지음, 작은것이아름답다(2016)


태그:#생활처방, #동네점빵, #의료협동조합, #똥고 알레르기 질환 MSG, #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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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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