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음가는 베스트셀러, 영어 원판을 한글로 번역한 첫 외래소설이기도 한 <천로역정>이 600여회 연극무대 끝에 26곡에 이르는 노래가 들어간 뮤지컬로 올려진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귀에 익은 성경구절이 뮤지컬 넘버로 새로 태어난다. 창덕궁 옆 북촌아트홀이 세계적인 고전소설 존 버니언(1628-1688)의 <천로역정>(天路歷程, Pilgrim Progress)을 연극에 이어 뮤지컬로 볼 수 있다.

 뮤지컬 <천로역정>이 지난달 13일 창덕궁 옆 북촌아트홀에서 시작해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 이어진다.

뮤지컬 <천로역정>이 지난달 13일 창덕궁 옆 북촌아트홀에서 시작해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 이어진다. ⓒ 조이피플


<천로역정>은 영국 작가 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이 종교탄압으로 12년 간 투옥된 옥중에서 쓴 작품으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널리 번역되어 읽힌 베스트셀러다. 1678년 첫 출판한 이래 우리에게는 1895년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James Gale, 1863년-1937)이 한글로 번역한 첫 소설이기도 하다.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온 만큼 범접하기 힘든 이같은 고전 원작이 뮤지컬 무대로 올라간다는 데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천로역정>은 이미 지난 3년 동안 무려 600회가 넘는 연극무대로 올려졌다. 작은 소극장 공연이 입소문을 타고 부산, 강원, 전라 등 각지에서 보러오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연극 <천로역정>을 바탕으로 해 인상깊은 안무와 호소력 있는 26곡의 뮤지컬 넘버(곡)를 탄생시켰다.

타락의 도시에 살고 있는 순례자 필그림(pilgrim, 순례자라는 뜻)은 이 도시가 곧 멸망한다는 경고를 받고 하늘의 성(城)을 향한 여행길에 나선다. 필그림은 낙담(落膽)의 수렁에 빠지고, 지배자 아볼로온과 결투를 벌이며, 허영(虛榮)의 시장을 지나 생명이 있는 천성(天城)으로 향해 나아간다.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한 무대에 의상과 조명, 안무 또한 화려하다. 대사와 노래로 별도의 수정이 없이 책에 기록된 그대로의 명언들이 쏟아진다.

"형제여 내가 가야할 그 길 당신이 먼저 걸어가네. 형제여 내가 밟아야 할 땅 당신이 먼저 가고 있네. 가시밭길 험한 길 함께했지만 천국문 좁은문 당신이 먼저가네. 죽어도 죽음이 아니라오 살아도 산것이 아니오."

<날개 잃은 천사> <비하인드 유> <애기똥풀>을 연출하기도 한 서은영씨는 "뮤지컬 천로역정은 원작의 방대한 줄거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서도 원작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것이 특징"이라며 "종교적인 내용인데 오히려 전혀 종교적이지 않고 내 자신과 우리들의 삶을 가만히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극중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대단한 파격과 긴장 그리고 흥분을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상주 극단 조이피플의 엄기영씨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음악감독은 김은지, 필그림에 오승헌, 소망 정소리, 믿음 박경훈, 이쪽저쪽겸 해석자 강호성과 아볼루온, 전도자 역에 최현덕과 황모아, 세속현인과 여인에 이시안, 배혜진이 열연한다.

북촌아트홀에서 열리며 관람연령10세 이상으로 북촌 회원은 할인된다. 매주 화, 목, 금 오후 8시와 토요일 오후 3시, 6시에 공연한다. 상연은 2016년 9월 13일부터 2017년 1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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