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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현재까지 가장 주목받은 의원이 됐다. 보통 국정감사는 야당 의원들의 독무대로 여겨진다. 송곳 같은 질의로 장관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의원들이 '스타'로 떠오른다. 여당 의원들은 아무래도 행정부를 감쌀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 의원은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비록 다소 황당한 질문이 이슈가 됐지만 말이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교문위 이은재 의원과 조희연 교육감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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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내에서 손꼽히는 '큰 목소리'

이 의원이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한 질의가 계속 회자되고 있다. 이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소프트웨어 구매방식도 모른 채 엉뚱하게 답변했다"라며 "황당질의라며 인터넷에 유포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선학교가 집행해야 할 학교운영비로 교육감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배포한 것은 지방재정법 4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지적은 일면 타당했고, 조 교육감의 답변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관련기사 : 이은재 'MS 구매' 황당 질문, 알고 보니...) 그럼에도 이 의원을 향한 비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전후 맥락이 어땠던 간에 이 의원의 질의는 쉽게 알아듣기 어려웠다. 조 교육감의 답변으로 질문이 막히자 막무가내로 "사퇴하세요"라고 고함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 장면은 불과 얼마 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과정에서 이 의원이 야권 의원들을 "멍텅구리"라고 비난했던 것과 겹친다. 지난 8월 30일 이 의원은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들을 놓고 "이해를 못 하는 멍텅구리 같은 사람만 모여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상임위원회에 참석해서는 유성엽 위원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고함쳤다.

지난 7월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이 의원은 큰 목소리를 자랑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정부의 인사편중을 질타하자 이 의원은 "질문만 해라"라고 소리쳤다. 여기에 김 의원이 "간섭하지 말라"라고 응수했고, 싸움은 김 의원과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사이로 번졌다. 이은재 의원과 이장우 의원은 국회 교문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이로, 두 사람 모두 새누리당 내에 '해비 스피커'(목소리가 큰 사람)으로 통한다.

이 의원은 또 지난 10월 6일 교문위 국감에서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 증인 채택 과정에서 최순실·차은택씨를 증인으로 세우려는 야당의 공세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섰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실체는 아무 것도 없고 의혹뿐이다. 왜 이렇게 최순실을 사랑해?"라며 야당의 증인채택 의사를 조롱했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8월 31일 오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개회를 선언하려하자,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유 위원장 사퇴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있다.
▲ 청문회장에서 고성 지른 이은재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8월 31일 오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개회를 선언하려하자,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유 위원장 사퇴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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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 무단사용, 국회의원 겸직... 각종 논란 몰고 다녀

사실 이 의원은 이번에 '유명인사'가 됐지만, 그동안에도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이력이 있다. 주로 앞뒤 분간하지 않고 나오는 막말과 과격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그가 처음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지난 2009년에 일어난 '용산참사'를 "용산 도심 테러"라고 규정하며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법 질서를 무시한 시위대"라고 맹비난하면서부터다. 그는 용산참사 당시 민주노동당을 배후라고 지목했고 "(경찰보다) 폭력시위장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진실화해위원회를 놓고도 "좌편향 돼 있다"라며 예산편성에 적극 반대했다.

이 의원은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2010년 12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 예산안 통과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을 때 이 의원은 의장석을 점거한 여성 의원들을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다. 특히 당시 최영희 민주당 의원에게 발길질을 하고 끌어내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던 이 의원은 상임위 소관 부처에 부탁해 자신의 남편이 운영하는 공장 앞 도로 개선 사업비로 정부 예산 7억 원을 지급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의원은 "공장 건립 인·허가 문제로 상주시와 자주 접촉하다 보니, 도로가 휘어 있어 사고가 잦다는 얘기를 들고, 행안부에 특별교부세 교부를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18대 국회 임기를 마치고 2012~2015년 국무총리 산하 기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장으로 재직하는 기간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법인카드로 방울토마토, 호박고구마, 유기농 오이 등의 식재료와 명품 넥타이, 향수 등을 구입했다가 국무총리실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그 일로 연구원 예산집행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징계를 받았다. 이 의원은 "전임 원장도 그렇게 써서 (나도) 해도 되는 줄 알았다"라고 해명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문제는 계속됐다. 이 의원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강남병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이후에도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의 이사직을 겸직했다. 국회의원과 사립학교 이사를 겸직할 수 없게 한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2013년 9월부터 2017년까지 4년 임기로 이사직을 맡으면서 지난 5월과 지난달 법인 이사회에 참석해 학칙 개정·예결산 등 교내 주요 사안에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 앞에서 이종구 강남갑, 김종훈 강남을, 이은재 강남병 합동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강남 개발 공약을 열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 앞에서 이종구 강남갑, 김종훈 강남을, 이은재 강남병 합동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강남 개발 공약을 열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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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모른다' 비난 받았지만, '온라인 정당' 주창하기도

경기 용인 출신인 이 의원은 서울여고를 나와 건국대 행정학과와 서울교대를 졸업했으며, 건국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고, 미국 클레어몬트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건국대학교 행정대학 교수와 행정대학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총선에 앞서 이 의원은 당 중앙인사위원을 지냈다. 당시 소위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친박학살'이라는 말이 나왔고, 이 때문에 이 의원은 '비박' 의원으로 분류된다.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한 2012년 총선에서 경기 용인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에서 탈락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강남병에 공천된 이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강남지역 지원 유세에서 "우리 이은재 동생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18대 국회에서 야당의 여성의원들이 얼마나 우리를 못살게 굴던지 우리 가면 다 맥을 못 춘다"라며 "그런데 유일하게 딱 앞장서서 그 많은 야당 여성의원 다 물리치고 백전백승한 사람이 우리 이은재"라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비박'을 대표해 여성최고위원에 출마했다가, '친박'으로 분류되는 최연혜 의원(초선, 전 코레일 사장)에게 패했다. 재밌는 것은 'MS 황당 질문'으로 '컴퓨터 용어도 모른다'라는 비난을 받은 이 의원이 당시에 '온라인 정당혁신'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출사표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중앙당 중심의 기존정당과는 다른 조직이 필요하다"라며 "30만 온라인 당원 확보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탈리아의 '오성운동(M5S)'이나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등과 같이 당의 주요 정책결정에 온라인을 통한 참여를 활성화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이은재, #새누리당, #조희연, #김무성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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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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