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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자전거의 타이어를 산악용으로 바꾸었다. 정비와 청소가 잘 되지 않는 시골 도로의 특성상 일반 로드용 타이어는 쉽게 펑크가 나는 경향이 있다.
 접이식 자전거의 타이어를 산악용으로 바꾸었다. 정비와 청소가 잘 되지 않는 시골 도로의 특성상 일반 로드용 타이어는 쉽게 펑크가 나는 경향이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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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가 전무하다시피한 시골 중소도시에서는 자전거 타는 일조차도 녹록지가 않다. 최적화된 자전거 도로에나 어울리는 로드용 타이어는 툭하면 펑크가 나기 일쑤다.

길가의 낮은 턱을 지날 때 날카로운 모서리에 살짝만 부딪쳐도 바퀴는 금방 펑크가 나고 바람이 빠져 버린다. 자전거를 험하게 타서일까. 지난 3월 말에 충남 홍성으로 이사 온 뒤로 자전거를 딱 다섯 번 탔다. 그리고 다섯 번 모두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불운을 겪었다.

그 뒤로 두 달간 펑크가 난 자전거를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었다. 이쯤 되면 주말마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누비던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울 지경이다. 나의 이런 고민을 들은 지인은 "로드용 말고 산악용 타이어로 바꿔 보는 건 어때?"라고 조언했다.

사실 그런 생각을 전혀 안해본 것은 아니다. 조그만 접이식 자전거에 산악용 타이어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가뜩이나 바퀴가 작아 속도감이 떨어지는 데, 산악용 타이어를 달면 무겁고 답답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타이어를 산악용으로 바꿔 보니 생각보다 훌륭했다.

곳곳에 돌멩이와 모래가 나뒹구는 시골의 도로를 달리기에는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튼튼한 느낌이다. 자전거 타이어도 바꿔 달았겠다, 내친 김에 홍성 인근의 화양역을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홍성읍 남장리로부터 최단 거리로 7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도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자전거로 20-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화양역까지는 21번 국도의 갓길과 농로를 번갈아 이용하며 20여분 만에 도착했다. 화양역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역이다. 역사로 진입하는 출입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인 화양슈퍼에 들러 생수 한 병을 사 마셨다.

주인 아주머니는 "냉장고에 넣어 둔 생수는 없다"며 "차갑지 않은 건 있는데 그거라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또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 보니 물건을 제대로 갖춰 놓을 수가 없다"며 "불과 7-8년 전까지도 역에 기차가 섰는데,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끝을 흐리는 아주머니에게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물을 한 모금 들이킨 후, 문득 홍동의 마을활력소가 생각났다. 자동차로는 화양역에서 홍동까지 대략 11km 정도이지만 자전거는 그보다 더 멀리 돌아가야 한다.

농로 활용하면, 자전거도 훌륭한 교통수단

화양역 주변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 80년대 풍의 오래되고 낡은 작은 가게가 마치 화석처럼 그곳에 있었다.
 화양역 주변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 80년대 풍의 오래되고 낡은 작은 가게가 마치 화석처럼 그곳에 있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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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홍동으로 갈 생각을 한 이유는 시골에서도 원거리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유용한지를 따져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서울은 한강변 자전거 도로만 잘 활용해도 20km 이상 떨어진 먼 거리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 서울처럼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에서 자전거는 꽤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다만 서울은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타기에 공기가 지나치게 나쁘다는 게 흠이다.

어쨌든 시골은 자전거 도로가 열악할 뿐더러 자전거로 원거리를 이동할 때는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로 차도를 달리는 것은 여간 위험한 게 아니다. 그러나 조금 돌아가더라도 논과 논 사이에 있는 농로를 이용한다면 자전거로도 비교적 안전하게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시골의 농로는 여전히 비포장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콘크리트 포장이 잘 되어 있다.  

물론 봄가을 농번기 때는 농로도 농기계 출입으로 번잡하다. 그러나 농번기가 아닐 때는 농로는 거의 텅 빈다. 실제로 삽교천 제방 주변 농로를 따라 홍동까지 가는데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화양역에서 홍동을 가려면 일부 구간은 21번 국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산과 홍성을 잇는 21번 국도의 갓길을 이용할 때는 과속하는 차량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농로에 접어들면서 한적한 시골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농한기에는 농로만 잘 활용하면 시골에서도 자전거가 꽤 유용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그:#자전거 , #홍성 , #내포 , #삽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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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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