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어느 순간부터 '중독성 있는 멜로디'란 말이 흔하게 쓰이고 있다. 신곡 소개 글을 읽다 보면 늘 이 표현과 마주하지만 사실 난 중독성 있는 노래가 왜 좋다는 건지 아직도 의아하다. 확실히 그 중독성 때문에 금방 사로잡히지만 그만큼 금방 식어버리는 마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개인 취향이지만, 중독성을 내세운 음악 중에 내 곁을 오래도록 지켜준 노래는 많지 않았다.

 볼빨간 사춘기는 보컬 안지영과 기타, 베이스, 서브보컬, 랩을 맡고 있는 우지윤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 그룹이다.

볼빨간 사춘기는 보컬 안지영과 기타, 베이스, 서브보컬, 랩을 맡고 있는 우지윤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 그룹이다. ⓒ 쇼파르뮤직


최근에도 중독성을 느낀 노래가 있다.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란 곡인데 이 곡이 주는 중독은 달랐다. 금방 사로잡힌 건 맞지만 금방 식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중독을 느낀 지점이 다른 곡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많은 곡의 경우 훅 부분에서 중독증상(?)이 나타나지만 '우주를 줄게'는 어느 특정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독성 짙었다. 3분 33초간 우주를 여행한 기분이랄까. 이런 참신한 중독이라면 환영이다.

"어제는 내가 기분이 참 좋아서 / 지나간 행성에다가 그대 이름 새겨 놓았죠 / 한참 뒤에 별빛이 내리면 / 그 별이 가장 밝게 빛나요."

"Cause I'm your pilot / 네 곁에 저 별을 따 네게만 줄게 my Galaxy." - 안지영, '우주를 줄게' 중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스케일을 크게 할 수 있을까. 지구에서 흔히 쓰는 '별을 따다 주겠다'는 낡은 표현도 우주에 직접 가서 별을 따주겠다고 하니 진부함 대신 신비로운 분위기가 맴돈다. 빛으로 가득한 우주를 여행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가사가 인상 깊은데 두 멤버 안지영 우지윤이 직접 작사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볼빨간 사춘기는 직접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밴드로 이번 앨범의 수록곡 10곡 중 9곡을 직접 만들었다.

볼빨간 사춘기는 지난 2014년 Mnet <슈퍼스타K6>에 출연해 '경북 영주 시골밴드'로 얼굴을 알렸다. 2년 후인 지난달 29일에 정규 앨범 < RED PLANET >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앨범의 주제곡 '우주를 줄게'가 멜론, 네이버 뮤직 등에서 10위권 안에 머물며 사랑받고 있다. 다른 이슈가 아닌 음원의 힘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인가수를 보는 건 언제나 뿌듯한 일이다.

노래가 줄 수 있는 갖가지 중독성 중에서 가장 반가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음색'일 것이다. 보컬 안지영의 따뜻하면서도 통통 튀는 음색은 '공기 반 소리 반'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안지영은 1995년생 다운 풋풋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성을 보여주는 보컬이다.

첫 귀에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훅을 위해 음원 시장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지만, 자신만의 감성과 분위기로 신선한 중독을 선사하는 볼빨간 사춘기 같은 팀이 반갑다.


우주를줄게 볼빨간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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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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