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며 한 번쯤 겪게 되는 '대입'의 고통. 그 통과의례를 이 불량소녀는 어떻게 헤쳐갈까.

성장하며 한 번쯤 겪게 되는 '대입'의 고통. 그 통과의례를 이 불량소녀는 어떻게 헤쳐갈까. ⓒ 글뫼


인생에 있어 대학 입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행복이 성적순이라거나 대학 간판이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입 시험이야말로 어른의 문턱에 선 개인이 난생처음 겪는 '공식적인 도전'이란 점에서 그렇다. 비슷한 또래의 많은 학생이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며 같은 미션을 부여받는다. 서바이벌 게임처럼 좁은 구멍을 통과해 '커트라인'에 들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지극히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뒤, 누군가는 살아남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태된다. 그렇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열린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누구보다도 극적인 대학 입시를 겪는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하위 2% 성적의 고등학교 2학년생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 분)가 명문대 게이코 대학을 목표로 상위 2%에 도전하는 과정이 큰 줄기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그가 엄마의 제안으로 입시학원에 등록하고, 거기에서 만난 선생 츠보타(이토 아츠시 분)의 도움을 받으며 우등생으로 환골탈태하기까지. 영화는 사야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한 층위에서 그의 '도전'을 그린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앞서 도전 자체의 의미에 주목하는 츠보타의 태도는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지점이다. 그는 특유의 '초 긍정'마인드로 불가능해 보이는 사야카의 도전을 응원하고, 수업에 앞서 학생 개개인의 기호와 개성을 파악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들인다. 초등학교 4학년의 상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야카를 위해 만화로 된 역사책을 건네는가 하면 게임, 아이돌, 패션 등 학생들의 관심사를 대화거리로 삼으며 그들의 '동지'가 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사야카의 담임 교사에게는 "안되는 학생은 없다, 무능한 선생이 있을 뿐"이라고 결연히 맞받아친다. 그렇게 영화는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공허한 구호를 넘어 동기 부여와 긍정이 지닌 힘에 주목한다.

아빠와 엄마, 두 동생 사이에서 겪는 사야카의 에피소드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그의 도전에 의미를 부여한다. 극 중 아빠는 자신이 못 이룬 야구선수의 꿈을 아들 류타에게 투영하며 아내와 두 딸은 뒷전에 두는데, 이는 사야카가 "엄마의 편에서 아빠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게이코 대학을 목표로 삼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아빠의 기대 속에 강박적으로 야구를 하던 류타가 결국 운동을 그만두는 모습은 사야카가 학원 생활을 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전개와 대비되며 시사점을 남긴다. 넉넉잖은 형편에 사야카의 학원비 마련을 위해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가 "입시에 실패해도 괜찮다. 학원 생활이 즐겁다면 그걸로 좋다"며 딸의 행복을 응원하는 장면은 긴 울림을 준다.


획일적인 고등 교육이나 입시 제도의 한계를 살짝만 건드리고 지나가는 영화의 결은 다소 아쉽다. 대학 진학을 최선이자 최고의 목표로 두다 보니 정작 사야카의 부모나 츠보타의 가치관을 깊이 다루지 못한 점 또한 한계로 다가온다. 그런데도 1년 만에 성적을 하위 2%에서 상위 2%로 올려 게이오대 입학에 성공한 사야코 코바야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스스로 긍정의 힘을 든든하게 증명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면서도 '길'이 아닌 '뜻'에 방점을 찍는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커다란 목표에 도전한 경험', 그리고 그 위대함일 것이다. 오는 21일 개봉.

불량소녀너를응원해 대학입시 수능 입시학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것에 의미를 담습니다. 그 의미가 당신에게 가 닿기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