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직위원장 신장열 울주군수와 박재동 추진위원장, 최선희 프로그래머

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직위원장 신장열 울주군수와 박재동 추진위원장, 최선희 프로그래머 ⓒ 성하훈


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 8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개막작을 비롯한 올해 주요 상영작을 발표했다. 지난해 예행연습 차원의 프레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끝낸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올해 공식적인 첫발을 떼면서 세계 3대 산악영화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에서 산악을 주제로 한 영화제가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을 선언했지만, 첫걸음을 시작하는 새로운 영화제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만 커지는 모습이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장열 울주군수가 영화제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산악영화제와 케이블카 추진의 상관관계

핵심은 산악영화제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안인 케이블카 추진에 대한 의견이다. 신장열 군수는 영화제 행사장 주변으로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의 상징처럼 돼 있는 케이블카 문제는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고, 지난해 프레 페스티벌에 참가한 영화인들도 영화제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이용될 수 있는 우려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었다. (관련 기사 : 영화제가 환경파괴 불쏘시개?... 울주군의 줄타기)

하지만 영화제를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신 군수의 인식은 변하지 않은 채 오히려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자칫 친환경적인 산악영화제가 아닌 반환경적인 영화제를 통해 개발논리를 정당화시키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지난 1일 기자회견은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제대로 된 행사가 될 수 있을지 의문만 커지게 했다.

신 군수는 "친환경적으로 건설하면 문제없다"거나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말로 케이블카 추진을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상영작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채워져 있는 울주산악영화제의 특성과 비교해 봐도 조직위원장인 울주군수의 케이블카 추진은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방향과 어울릴 수 없는 사안이다.

국내의 다큐멘터리 카메라들은 사회 비판적 입장에서 정치 사회적 문제에 앵글을 맞추고 있고, 개발에 의한 환경파괴 논란은 독립다큐멘터리가 아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프레 페스티벌에서 상영된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투쟁을 담은 박배일 감독의 <밀양아리랑>은 이런 다큐멘터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화제에 대한 인식 부족해 보이는 조직위원장

 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직위원장 신장열 울주군수와 박재동 추진위원장, 최선희 프로그래머, 제작지원을 받은 영화감독들이 손으로 산모양을 그리며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직위원장 신장열 울주군수와 박재동 추진위원장, 최선희 프로그래머, 제작지원을 받은 영화감독들이 손으로 산모양을 그리며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 성하훈


또한, 최근 부산영화제 사태로 볼 수 있듯 정치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도 의문으로 남았다. 신장열 군수는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통해 "문화가 대세인 시대 문화를 통해 도시가 발전하고 행복을 찾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문화행사로서 영화제"를 강조했으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에 대한 질문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짤막한 말로 형식적으로 넘기는 모습이었다.

이는 부산영화제 여파로 최근 국내 영화제 개최도시의 시장들이 분명하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과도 대비되는 사안으로, 영화제에 필수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만을 남겼다.

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하는 울주군수가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특성이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케이블카 추진을 강조하는 모습은 프로그램 자율권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에 지어지는 골프장이나 케이블카 반대 투쟁을 담은 작품들은 영화제의 외면을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오는 9월 30일~10월 4일까지 개최되는 1회 울주산악영화제에서는 모두 21개국 7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산과 관련된 국내외 작품들이 선보이고 특색 있는 산악 관련 영화들이 제작지원을 받아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지만, 신 군수의 케이블카 추진입장은 공들여 준비한 프로그래머의 노력을 빛바래게 하였다.

첫 회를 시작하는 영화제가 독립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더 커 보였다. 울주군수가 개발논리를 앞세워 영화제를 이용하려 한다는 의문이 불식되지 않는 한 영화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울주군의 한 관계자는 군수와 영화계의 인식이 맞지 않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행사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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