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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6일 오후 8시 15분]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 마련된 빈소. 8월 13일 오후에 방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 마련된 빈소. 8월 13일 오후에 방문.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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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모 지역 농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 뒤 2달여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으나 관련 수사가 뒤늦게 진행되는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태국 출신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참난씨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 것은 지난 6월 6일. 참난씨는 코 밑이 완전히 찢어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고, 그의 숙소 화장실과 거실에선 적지 않은 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참난씨를 발견한 친구는 119에 신고해 급히 지역 병원으로 후송했고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그날 밤 다시 경기도 남양주시의 대형병원으로 후송됐다.

참난씨를 후송한 119 관계자는 "최초 신고자가 '낙상 같다'는 말을 했고 코가 찢어지고 팔에 찰과상으로 의심되는 흔적 외에는 폭행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주시의 병원에서 장시간 수술을 받은 참난씨 가슴에선 폭행으로 의심되는 멍 자국 등이 발견됐다. 이에 담당 의사는 남양주 지역 경찰에 자문을 의뢰하고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외국인복지센터 직원이 통역과 함께 참난씨를 만났으나, 뇌수술 후유증으로 동문서답하는 등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사고 당시 상황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외국인복지센터 관계자는 "관할 경찰서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사건을 신고하지 않았고 스스로 넘어진 뒤 피가 났을 수도 있으므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며 "코 밑이 크게 찢어지고 몸에 피멍 자국이 있는 등 폭행 의심 흔적이 있는데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참난씨가 지난 8월 11일 혈압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사망하자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측은 경찰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경찰서 측은 뒤늦게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나섰다.

이 경찰서 형사팀 관계자는 "형사팀에 사건신고가 된 것은 8월 12일이며 그 전까지 관내에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을 들은 바가 없다"며 "아마도 최초 발견자와 119에서 폭행 사건으로 판단하지 않아 내용을 전달받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 지병으로 인한 낙상이 의심되지만 명확한 결과를 위해 부검을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나 현장이 이미 훼손된 상태이고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시신을 부검해도 사인이 정확히 밝혀질지 의문이다.

이정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신부는 "참난씨는 중환자실에서 간병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2개월간 사투를 벌이다 유명을 달리했다"며 "내국인이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 경찰이 수사를 미뤘을까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연고도 없고 유가족도 없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라고 수사를 차일피일 미룬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는 참난 씨의 빈소를 마련하고 6개월 전 전라도 완주에 일하러 온 것으로 알려진 참난씨의 조카와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참난 씨의 조카는 사고 소식을 뒤늦게 듣고 8월 11일 밤 참난씨가 사망한 직후 병원에 도착해 오열했다. 머나먼 타지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 그의 빈소에는 적막만 감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외국인 근로자 사망,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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