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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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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전통시장 방문 말고 좋아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개그다. 박 대통령의 이른바 '썰렁 개그'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도 박 대통령의 개그가 작렬했다고 한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 좀 비켜주세요'란 말을 경상도에서 세 글자로 뭐라고 줄이느냐고 묻고 자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답은 "할매 쫌!". 연이어 두 글자로는 "할매!", 한 글자로는 "쫌!"이란 답을 내놨다고 전해진다.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알려졌고, 특히나 이 농담에 대해 참석자들이 폭소를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그 개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먼저 준비했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짠해진다. 게다가 그 특유의 코드가 참으로 요즘 말로 '아재' 아니 '할매'스럽지만, 눈길이 가는 대목은 사실 '화기애애'했다는 그 분위기와 대통령의 현실 인식 그 자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참석 사진도 마찬가지고, 요즘 박 대통령의 심기가 참으로 화평하신 듯하다. 언론에 비친 얼굴만 보면, 그야말로 태평성대가 따로 없다. '머슴'을 자처하는 이정현 의원이 여당 당 대표로 당선돼서일까. 만약 그렇다면, 유감을 넘어 분노가 치미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과연 지금 정국이 여당 관계자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화기애애하게 격려나 할 시기인가 말이다.

뒤에 더 살펴보겠지만, 지도부 오찬 회동과 이어진 이정현 신임 대표와의 독대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의 안일한 현실 인식은 별다를 바 없었다. 그저 '친박의 재구성'만을 목격해야 했을 뿐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할매 쫌!" 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12일 또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광복절 대사면이다.

박근혜가 재벌을 응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CJ이엔엠의 음악페스티벌인 MAMA(2014년)의 축하사를 남기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CJ이엔엠의 음악페스티벌인 MAMA(2014년)의 축하사를 남기는 모습
ⓒ 유투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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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가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2013년 6월, CJ E&M은 케이블 채널은 물론 주요 계열사 홍보 블로그까지 동원해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앞선 5월 자택 압수수사를 비롯해 CJ 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었다.

CJ의 낯 뜨거운 친정부 광고가 한창이던 6월 26일, 그 전날 17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현 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였다. 그리고 한동안 국내 최대의 미디어엔터그룹 CJ의 창조경제 응원은 지속됐다. 정권이 재벌을 손(?)보면 그 재벌이 정권에 읍소하는 후진적인 시스템이 21세기 한복판에 재현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2016년 8월, 그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항소에 항소를 거치고 거듭된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끝에, 2014년 2월 이 회장이 받은 징역 4년 및 벌금 260억 원 형은 2015년 12월 2년, 6개월 및 벌금 252억 원으로 줄어 있었다. 실제 수감 기간은 4개월여. 그리고 그는 한화 김승연·SK 최재원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딱히 이재현 회장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보다 '친박' 체제의 유지와 함께 재벌과의 밀월도 능한 박근혜 대통령의 변치 않는 뚝심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친 정권 시위에 동원됐던 어버이연합에게 뒷돈을 대준 정황이 드러난 전경련의 활약이 대표적이다.

또 특사 규모만 놓고 봐도 개운하진 못하다. 3년째 정치인은 제외됐다고 하지만, 경제인 등 14명을 포함해 총 4876명이 이번 특사에 포함됐다고 한다. 운전면허 행정제재 감면 등을 포함하면 총 142만여 명이 이번 특사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취임 후 최악의 지지율을 찍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잃어버린 민심을 특사와 같은 꼼수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게 원칙은커녕 꼼수와 회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국정운영 능력은 정부와 여당이 지난 11일 발표한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7~9월) 완화'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돼지'도 모자라 국민을 원숭이 취급하는 박근혜 정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마다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뿜으며 작동하고 있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각 가정에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마다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뿜으며 작동하고 있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각 가정에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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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돼지'다. 게다가 국민은 호구요, 봉이다. 이미 과도한 혜택이라 지적받아온 기업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놔둔 채 6단계 누진제 요금 구간의 폭을 50㎾h씩 높이겠다는 정부여당의 완화책을 보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가정당 월 6천원 가량의 혜택이 예상되는 일시적 누진제 완화책만 내놓은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없다. 국민들을 조삼모사 고사 속 원숭이로 보는 꼴이다.

그것도 유례없는 폭염이 최절정에 다른 8월에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 아닌가. 이 정부가 얼마나 무대책으로 일관했는지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오찬 회동 중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도 더없이 볼썽사납다.

다시 오찬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박 대통령은 변한 게 없다. 아니, 지지율 하락은 이제 레임덕이라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중국발 사드 배치 후폭풍 등도 관심이 없는 투다. 추가경정예산이나 노동 4법 등을 여전히 당면 현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성난 성주 군민들이 외치는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전형적인 '너희는 짖어라, 나는 내 갈 길을 가련다'는 '마이웨이' 행보다. 여전히 시장이나 방문하던 지난 여름휴가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허나, 친박과 재벌만 양손에 쥐고 가겠다는 의중은 물길을 들여다보듯 투명해 보인다.

유례없는 폭염에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진짜 분노는 국민들에게 고작 한달에 6천 원씩 안겨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게 향한 지 오래라는 것을. 그러니까 제발, "할매 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후 당 지도부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후 당 지도부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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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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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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