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06 19:01최종 업데이트 17.06.07 11:01

덴마크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의 열린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는 톰. 열린교도소 내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 안홍기


"금요일 저녁엔 피자를 배달시켜요."

재소자 톰의 대답에 '꿈틀비행기' 5호 탑승객들이 일제히 빵! 터졌다.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재소자들이 식사를 알아서 준비해 먹고 가끔씩은 바깥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다.


지난 7월 29일 안데르센의 고향 남덴마크 오덴세로부터 남쪽으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å Søbysøgård)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덴마크를 배우고자 찾아온 한국 사람들에겐 이 곳 생활 하나하나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교도소 정문 밖에서 일행을 맞이하고 본관 건물 앞까지 안내한 이가 바로 톰이었다. 팔뚝에 새긴 굵은 문신을 보면서도 '교도관은 아닌 것 같고, 행정직원 쯤 되겠지'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재소자일 줄이야.

남덴마크 오덴세로부터 남쪽으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의 입구. ⓒ 안홍기


제복 입은 사람만 교도관이라 확신할 수 있을 뿐, 누가 재소자고 누가 교정직원인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죄수복을 입은 사람이 없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본관 문을 열고 나와 한국에서 온 일행들을 발견하곤 "치아오!", "앗살람 알레히쿰!" 등 자기들이 아는 외국어로 인사를 건넨 3명의 활기찬 남자들도 알고 보니 이곳 재소자였다. 반면에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던 3명의 남녀는 알고보니 교도소 직원이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의 교도소에 사는 이들이라면 절도나 소액 사기와 같은 가벼운 죄를 지었거나, 형기가 얼마 남지 않아 특별대우를 받고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도 아니었다. 톰의 경우엔 마약을 밀매하다가 적발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5년째 복역중이다.  

그래도 감방은 좀 감옥 같겠거니 했지만 예상은 또 빗나갔다. 교도관들이 상시 근무하는 사무실을 지나자 넓은 거실과 공동 주방이 나타났다. 작은 TV와 영화 DVD가 있는 거실 한편에는 어린이용으로 보이는 레고블록과 퍼즐도 있었다. 창밖으론 알록달록한 그네와 미끄럼틀, 모래놀이 상자가 보인다. 재소자와 가족들은 통유리로 나누어진 좁은 접견실이 아니라 바로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이 거실에서 면회를 한다. 가족 면회는 자유롭다. 매달 셋째 주말에는 재소자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외박을 할 수 있다.

공동 욕실이 있고 복도 양 옆으로 1인실이 다닥다닥 붙어선 모습은 딱 호스텔 분위기다. 서울의 고시원보다 넓은 방에 침대와 책상, 냉장고와 세면대가 있고, 톰의 경우엔 노트북 컴퓨터와 복합기, 캡슐커피 기계까지 갖춰놨다. 톰은 책상 앞에 아이들과 애견 사진을 여러 장 붙여놨다. 창밖에 철창이 없다.

덴마크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 열린교도소 생활관에 있는 재소자 톰의 방. 서울의 고시원보다 넓은 방에 책상, 냉장고, 수납장, 세면대가 갖춰져 있고, 노트북PC와 캡슐커피기계 등이 갖춰져 있다. ⓒ 안홍기


인터넷뱅킹이나 홈쇼핑 등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다. 카메라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도 소지 가능하다.

외출은 쉽다. 재소자들은 인근 마을의 수퍼마켓으로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학교나 자격증 과정을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바깥으로 나갈 때 교도관이나 직원들이 동행하지 않는다니 놀랍다. 재소자들은 자기가 하기로 한 일들을 마치고 알아서 교도소로 돌아온다. 학교를 간다고 외출을 했다가 학교에 가지 않았을 경우, 복귀시간에 늦거나 술을 마시고 돌아왔을 경우 등 규정 위반 땐 20주의 외출·외박이 금지된다.

교도소 내에서 일을 하는 이들은 바깥에서 적용되는 주 37시간의 노동시간을 똑같이 적용받는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오후 3시까지 농사·철공·목공·정원사 등의 업무를 하고 1시간에 16유로의 임금을 받는다. 이후 시간은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감금생활'은 오후 9시 15분부터 오전 7시까지다. 이 시간 동안 화장실을 가려면 교도관을 호출해야 한다.

죄를 짓고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유로워도 되는 걸까. 이미 법을 어긴 사람들인데, 이렇게 도주가 편리하게 자유롭게 풀어놓는다면 도주 위험은 없을까.

[꿈틀비행기 5호 열린감옥을 가다 ②] 에서 이어집니다.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의 열린교도소 생활관 내 거실. ⓒ 안홍기


덴마크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의 열린교도소 생활관 거실. 이곳에서 가족 면회가 이뤄지고 거실 바로 밖에는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놀이터가 갖춰져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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