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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두 건의 기자회견
 7월 21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두 건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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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부산시 교육청은 노동·시민사회 단체들과 기자들로 북적였다. 두 건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부산교육시민사회단체의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성폭력 은폐한 교사의 장학사 임용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에 이어 11시 30분, 학교비정규직노조부산지부의 '강제전보 철회 촉구 무기한 집단 단식 돌입' 기자회견이 있었다.

[장면 ①] 성폭력 은폐 교사를 장학사에 임용한 부산시교육청

뭣이 중헌디! 행정이냐, 아이들이냐!
 뭣이 중헌디! 행정이냐, 아이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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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시 S여고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교사는 징역 1년, 학교장은 해임되었다. 당시 S여고의 성폭력 사건을 담당했던 생활지도부장 A교사는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 사건을 담당한 교사가 사건을 은폐했지만 징계를 받지 않고 경고 처분만 받았다. 또한 A교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학생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교육청을 찾아 피해학생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피해학생은 전학가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산학교성폭력대책협의회'가 생겼다. 이후 부산시교육청은 A교사를 교육청 장학사로 합격시켰고 올해 9월 1일 자로 임용하려 하고 있다.

김은주 부산교육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사회 김은주 부산교육네트워크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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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집행위원장은 "단체들이 함께 교육청에 항의했으나 교육청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해당 A교사가 장학사로 취임한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부터 줄곧 불거진 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부산시교육청의 태도는 옹호로 일관되어 왔다"라면서 "이런 부산시교육청을 강력히 규탄하고 A교사의 임용철회를 위해 급히 기자회견을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서지율 부산학교성폭력대책협의회, 정한철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김조정임 부산여성상담소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서지율 부산학교성폭력대책협의회, 정한철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김조정임 부산여성상담소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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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우 큰 논란이 되었던 S여고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A교사가 장학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너무나 놀랍고 어이가 없었다. 더 놀란 것은 그 사실을 김석준 교육감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현장실사 마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모든 행정절차의 중심은 학생들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제도와 매뉴얼 대로 했다는 답변만 반복한다. 그렇다면 그 매뉴얼은 잘 못된 것이다. 피해학생은 전학을 가면서 2차 피해를 당했다. A교사의 장학사 임용은 2차 가해라 할 수 있다. 이런 부당한 일이 선례가 되면 안 된다. 부산시교육청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해하고 A교사의 장학사 임용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 서지율 부산학교성폭력대책협의회(부산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어제 부산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흡연학생을 보건소에 신고해 과태료를 물게 한 일이 있었다. 교사의 역할을 포기한 일이다. 참담하다. 경찰로부터 학생들을 지켜야 하는 시대다. 학교로부터 학생들을 지켜야 하는 시대다.

교육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많은 일 중 성폭력은 으뜸이다.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은 공직 자체를 막아야 한다. 이번 A교사 장학사 임용 건은 첫 단추부터 잘 못 뀄다. 은폐가 드러났을 때 징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경고로 그쳤기 때문이다.

최근 제일 잘 못된 조직은 경찰이라 생각한다. 경찰에서는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을 조사해 구속 등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은 경찰 수준도 안 된다. 성폭력을 은폐한 교사를 오히려 승진시키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학교전담경찰관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경찰청장이 교육청을 찾아 사과를 했고 김석준 교육감이 그 사과를 받아 준 것이다. 사과해야 할 사람이 왜 사과를 받나? 김석준 교육감이야 말로 학생들과 학부모, 국민들께 엎드려 사과해야 할 당사자 아닌가? 사과받고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성폭력을 방기하고 있다. 교장 한 명 해임으로 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사과가 우선이다." - 정한철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김조정임 대표는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피해학생이 올린 글을 봤다"라면서 "'전쟁나면 위안부나 가라'는 발언도 들어다고 했다, 성폭력은 없어져야 한다, 또한 성폭력을 은폐하고 비호하려는 시도도 없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산교육시민사회단체는 "교육이라는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행정은 폭력이 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김석준 교육감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여 경고 받은 교사에 대한 장학사 임용을 철회하라
둘. 김석준 교육감은 이번 채용에 대한 원인규명 및 장학사 채용 매뉴얼을 수정, 보완하라
셋, 김석준 교육감은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채용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실시하라

[장면 ②] 부당 강제전보로 비정규직 노동자 단식에 돌입케 한 부산시교육청

학교비정규직 강제전보 철회 촉구와 집단 단식농성 긴급 기자회견
 학교비정규직 강제전보 철회 촉구와 집단 단식농성 긴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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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민주노총은 전국 동시다발로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부산은 오후 3시 시청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졌으며 교육공무직과 학비노조 조합원들도 참여했다.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이 퇴근시간 직전에 '강제전보' 기습 공문을 보냈다. 수요일은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공문을 시행하지 않는 날이다.

학교와 직종에 따라 업무환경의 차이가 많기 때문에 전보를 희망하는 사람부터 우선 전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고쳐가기로 약속했다. 서울과 충북, 세종시교육청도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교육청과 학비연대회의는 전보에 대한 협의를 할 예정이었고 전보 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할 업무표준화를 위해 노사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려 진행 중이었다.

교육공무직과 학비노조 조합원들은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 중 기습공문에 대한 연락을 받고 교육청으로 달려가 100여 명이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했다.

이기윤 학비노조 부산지부 정책국장
▲ 사회 이기윤 학비노조 부산지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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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윤 정책국장은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매주 수요일은 '공문없는 날'로 정하고 시행중인데 어제 갑자기 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려 강제전보를 하겠다고 한다"라면서 "전보에 대한 업무 매뉴얼을 8월 4일 만나서 결정하기로 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 어제 기습적으로 공문 발송한 뒤 담당자는 퇴근하고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석준 교육감은 출장 중이고 다음 주부터 휴가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를 사람취급도 안 하는 것"이라면서 "인간이 인간에게 어찌 이럴 수 있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필선 학비노조 부산지부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효정 과학실험실무원
 이필선 학비노조 부산지부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효정 과학실험실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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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없는 날 공문을 보냈다. 논의중인 전보에 대해 미리 앞당겨 강제로 시행했다. 부산시교육청이 더위 먹었나 보다. 우리는 교육청의 일방적인 전보기준에 동의한 적 없다. 8월 4일이 전보업무에 대해 논의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그런데 김석준 교육감은 아랫돌 빼서 웃돌 괴는 짓을 하고 있다. 원점에서 합의하고 전보를 이행해도 늦지 않다. 지금 이 시간부로 학비노조 부산지부는 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 김석준 교육감이 나와 사과하고 전보에 대해 다시 협의할 때까지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 - 이필선 학비노조 부산지부장

이필선 지부장은 지난 4월, 10일간의 단식과 삭발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교육감이 출장에 이어 휴가를 떠난다고 하는데 휴가 중이라고 업무처리 못 하나?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일이다. 이것은 공문시행 담당 실무자의 결정이 아니다. 김석준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 아마도 부산시 교육청은 '적당한 수준에서 투쟁하다가 말겠지'라는 심정으로 강제전보를 시행하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식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빠지는 이 한 여름에 우리 조합원들 굶게 한 부산시교육청의 처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부산시교육청이 부산시민사회단체들과의 '정책설명회'를 가지려 했었는데 취소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관하려 하니 취소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시민사회단체들께 부탁드린다. 부산시교육청의 갈라치기에 놀아나지 마시라. 언제부터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따로 놀았나? 우리는 한몸이다. 갈라치기 놀음으로 일관하는 부산시교육청에 엄중히 경고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기를 바란다.

성폭력을 은폐한 장학사 임용 건도 단순한 행정절차의 문제는 아니다. 임명권자는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장학사를 임용하지 않으면 된다. 부산시교육청은 강제전보 공문 시행 당장 철회하고 담당자를 엄중히 문책하기 바란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1996년 채용되어 21년째 과학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부산의 모 대학 실험실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다. 실험실은 그만큼 위험한 곳이며 그 곳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 과학실험실무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생소한 다른 학교에 가서 과학실험 업무 뿐 아니라 교무, 전산, 행정업무까지 하라고 한다. 이것은 학생들의 안전보다 행정편의를 우선하는 것이다.

20~30년을 한 학교에서 과학업무만 했는데 갑자기 다른 학교에서 다른 업무를 하라 하고, 행정업무를 보던 사람에게 과학업무를 시킨다. 과학실에는 천개가 넘는 시약, 시료와 소품들이 있다. 손에 익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해내지 못한다. 지금도 과학수업 중 인터폰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안 되니 와서 고치라'는 업무지시가 종종 있다. 부당한 일이다.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한 전보라고 하는데 우리 과학실험실무원들의 업무도 보장해 줘야 하지 않나? 업무 경감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부산시교육청은 2012년 공문을 통해 '업무통합으로 과학수업에 지장이 많으니 과학실험실무원들은 과학업무에만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김석준 교육감은 지난 6월 '노동조합과 협의 후 전보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었다. 스스로 한 그 약속 지키기 바란다. 김석준 교육감이 진짜 교육자라면,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협과 전보 협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김효정 과학실험실무원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거의 대부분의 단체들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김석준 교육감을 지지했고 직접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했었다. '개혁교육감이 아니라 보수교육감도 이럴 수는 없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단체 성원들은 물론 일부 언론 노동자들도 "부산시 교육청이 갈 데 까지 간게 아니냐"라면서 술렁거렸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현재 출장 중이다. 이어 다음 주부터는 여름휴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태그:#학교비정규직, #부산시교육청, #학교성폭력, #강제전보, #과학실험실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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