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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 게임에 몰중인 로렌과 크리스. 포켓스탑인 이 곳이 고정 산책로가 될 것 같다.
 포켓몬고 게임에 몰중인 로렌과 크리스. 포켓스탑인 이 곳이 고정 산책로가 될 것 같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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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일요일 오후, 미국 뉴저지 파울러스 후크 페리 선착장 주변은 평소보다 많은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맨해튼이 건너다 보이는 멋진 전경이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스마트 폰에 눈을 박고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이곳은 지금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증강 현실 게임, '포켓몬고' 아이템의 모여 있는 '포켓스탑'이다.

"너네들도 포켓몬고 해?"

선착장 둔덕에서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커플에게 다가가니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로렌과 크리스는 맞벌이 부부다. 일요일 산책 중에 포켓스탑에서 열심히 아이템을 수집하는 중이다. 앞으로 이 선착장은 부부의 필수 산책 장소가 될 것 같다면서 다시 각자의 스마트폰에 코를 박는다. 이들의 레벨은 각자 19, 18. 매우 높은 점수다.

북부 뉴저지에서 일부러 포켓스탑을 찾아 왔다는 토바는 이 게임 때문에 약혼자와 다퉜다.

"내 피앙세(약혼자)는 내가 이 게임 하는 게 못 마땅하대. 지금도 삐쳐서 저기 혼자 가네. 곧 다시 오겠지 뭐."

애완견을 끌고 가는 약혼자의 위치를 확인한 그녀는 얘기 중에도 '잠깐'을 외치며 아이템 수집에 열심이다. 지난 수요일에 처음 스냅쳇에서 알고 시작한 게임인데 중독성이 보통 강한 게 아니란다. 지금은 약혼자보다 더 좋을 정도인데 오늘 이곳 포켓스탑에 널린 100개 넘는 아이템 때문에 정신이 없다.

"어제는 택시를 타고 가는데 포켓몬 알이 부화되는 거 있지. 와 너무 신기했어."

그녀는 자신의 레벨이 17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장 큰 사건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파울러스 후크는 포켓스톱 중 하나.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파울러스 후크는 포켓스톱 중 하나.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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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피플
 포켓몬 고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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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열풍이다 싶다. 지난 6일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 증강현실 게임 앱 포켓몬고(Pokémon Go). 1일 활동 사용자수가 트위터를 추월한 건 출시 닷새만인 11일, 하루 뒤엔 캔디 크러쉬 사가의 기록인 2천100만 명을 깼다. 전 세계에서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만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워진 기록이다. 이는 2007년 애플사의 아이폰이 처음 판매됐을 때 이후로 가장 큰 사건으로 불린다.

방송에선 연일 포켓몬고 현상을 다룬 뉴스가 나온다. 발매 초기만 해도 방송 앵커들끼리  멘트를 하면서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역력했는데 이젠 직접 시연해보고 설명해주기에 이르렀다.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앱 게임 소식을 보노라면 히트 노래나 대박 영화처럼 최신 유행을 넘어 '사회적 현상'이 된 느낌이다.

포켓몬 GO의 게임화면. 플레이어 주변에 있는 동그란 표지판 모양의 설치물이 포켓스탑이다. 이용가능한 포켓스탑은 하늘색, 이미 이용해서 당분간 쓸 수 없는 포켓스탑은 보라색으로 표시된다. 화면 중앙의 3층짜리 설치물은 체육관이다.
 포켓몬 GO의 게임화면. 플레이어 주변에 있는 동그란 표지판 모양의 설치물이 포켓스탑이다. 이용가능한 포켓스탑은 하늘색, 이미 이용해서 당분간 쓸 수 없는 포켓스탑은 보라색으로 표시된다. 화면 중앙의 3층짜리 설치물은 체육관이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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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 게임은 비교적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무료인 포켓몬고 앱을 다운 받은 후, 자신이 원하는 머리 모양, 옷차림, 성별 등을 선택해 아바타를 만든다. GPS 지도를 켜서 주변에 나타나는 포켓몬을 아바타가 잡으면 점수가 올라간다. 지도에는 포켓스탑과 포켓몬 체육관도 나타나는데, 포켓스탑은 알이나 포켓볼 같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야생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체육관이라 불리는 장소에선 자신의 포켓몬으로 다른 팀들과 배틀이 가능하다.

꼼짝 않고 하는 다른 게임과 달리 포켓몬은 거리나 공원 등 외부에 나가야 찾을 수 있다. 포켓몬 알을 부화시킬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 약 30km 속도로 2.5km를 걸어야 한다. '체육관'이라 불리는 장소에선 트레이닝을 하고 포켓몬끼리 만나 배틀을 한다. 이곳은 같은 게임을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공식 장소이기도 하다.

포켓스탑인 파울러스 후크 선착장에서 만난 로라는 포켓몬고가 기존 게임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을 '사회성'이라고 했다.

"우선 집 밖을 나가야 하잖아. 덕분에 운동도 하고 개도 산책시키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친해져."

이 게임이 부모들에게 환영 받는 이유도 비슷하다. 발매 초기인 지난 주, 한 주부 사이트에 게임에 대한 댓글은 대부분 칭찬이다.

"방학이라고 매일 늦잠 자던 아들이 요즘은 일찍 일어나 나가요. 포켓몬 잡으면서 운동했대요."

"기사 읽기 전엔 이젠 정신차리고 규칙적 생활하는 줄 알고 좋아했네요. 안 가던 공원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머리 컸다고 엄마 안 따라다니던 애들이 요즘 장보러 갈 때마다 같이 가자네요."

"저녁마다 아이들과 공원 가서 몇 시간 걷고 운동 하고 와요. 초면인 게이머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던데 이 게임의 장점은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과 동감하며 같이 건전히 즐길 수 있다는 거 같아요. 가족들이 총 출동하는 통에 우리 동네 피자집 매상이 오르고 있대요." 

"캐릭터와 기술의 완벽한 결합"

요즘 흔한 풍경, 포켓몬고 피플
 요즘 흔한 풍경, 포켓몬고 피플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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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하루 만에 1억 건이 다운로드 돼 24시간 만에 전체 앱다운로드 순위를 1위를 기록한 포켓몬고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4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유명 토크쇼에선 이 게임의 잠재 가치가 75억 달러(8조 520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모 게임사 닌텐도의 주가가 지난 11일 기준 25%나 뛰었고 다음 날엔 13% 상승했다. 뜻밖의 호재를 접한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포켓몬고가 가져온 주가 급등 현상을 '포케모노믹스'로 명명했다.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인 증강현실(Argmented Reality, AR)은 구글의 스마트 안경 등에 사용됐었지만 실패했었다. 하지만 게임과 결합해 새로운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는 포켓몬고의 성공을 보며 관련 업계들은 다시금 심기일전하고 있다.

지난주 인디애나 유기견 센터에선 수십 명의 사람이 개 산책 자원봉사를 자원했다. 포켓몬 게임을 하며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온 이들이었다. 포켓몬 고 게임의 열기는 직접적으론 충전 관련 업체나 데이터 제공하는 통신 회사, 타이어, 신발 회사 등이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켓스탑 지정 공모나 아이템 교환, 여행 등 지역과 관련 산업 등의 연계가 가능해지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20년 전 포켓몬 만화를 만들고 10년 전 닌텐도 게임기를 만들던 업체가 전 세계적인 대박을 터트린 이유에 대해 주식시장의 분석은 이렇다. "수십 년간 이어진 꾸준한 기술 개발, 그리고 강력한 캐릭터의 완벽한 결합"이라고.

요즘 흔한 풍경, 포켓몬고 피플 2
 요즘 흔한 풍경, 포켓몬고 피플 2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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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가 미국을 들썩이게 하는 현상에 대해 파울러스 후크에서 만난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한다.

"난 지금 서른 둘인데 열두 살 때 처음 포켓몬 만화를 접했어. 난 지금도 100개 넘는 캐릭터의 이름을 다 외울 수 있어. 이렇게 친근한 포켓몬이 20년 후에 이렇게 게임으로 나왔는데 어떻게 애정이 가지 않겠니?"

게임과 만화에 대한 터부 없이 한 우물을 팠던 닌텐도의 승리라는 소리다.  


태그:#포켓몬 고, #닌텐도, #포켓스탑, #만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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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뉴욕 거주중.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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