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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차가 정말 중요하다.
 호주에서는 차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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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상대적으로 차량 운전 규정이 까다롭다. 레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레지 안하면 벌금이 2000호주달러야. 빨리 옮겨."

호주에서 2년간 워킹홀리데이를 했던 친구의 조언이다.

"레지 안 하고 타다가 사고 나면 큰일 나. 중고차 사고 14일 이내에 해야 해. 여기서 사람 치면 돈이 엄청나게 깨진다."

레지는 일종의 증명이다. 이 차가 보험으로도 기능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증명. 그 사실을 등록하는 절차다. 이것이 없으면 사고시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 호주에서 레지는 그린슬립과 핑크슬립으로 구성된다. 그린슬립은 보험 증명이다. 이 차가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보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보험사에서 발급받는다. 핑크슬립은 기능 증명이다. 이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 라이트가 켜져 있지 않은 차도 벌금을 무는 이 나라에서 기능 증명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등록이 아닌 '레지 이전'에 해당됐다. 따로 그린슬립이나 핑크슬립을 발급받진 않는다. 이전에 레지를 받은 사람들이 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나 정비소를 찾아갈 필요는 없다. 이전을 위해 갈 곳은 service NSW(구 RTA, 최근 이름이 바뀌었다)이라는 공공기관이다.

영어의 향연, 멍 때리고 있었다

service NSW는 버우드 집 근처에 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 다만 혼자 가기에는 영어가 수월하지 않아 두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고, 레지 이전이 안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다. 이때는 친구만큼 좋은 게 없다. 미리 친구와 약속을 잡고 만났다.

service NSW는 빨간색 로고와 하얀 벽으로 된 건물에 있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상담을 하고 있다. 안에는 각종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동문이 열리고 바로 앞에 모니터가 반긴다. 모니터는 처리해야 할 업무를 선택할 수 있었다. 레지 이전을 선택하자 번호표가 나온다.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중국인이 많은 곳이라 동양인이 많았다. 상담을 해주는 공무원 중에도 동양인이 제법 보인다. 다행히도 우릴 반겨준 공무원은 동양인.

"짜증낼 수도 있어. 제대로 좀 쓰고."

위 종이는 파는 사람이 아래 종이는 사는 사람이 가져간다. 각각 적어 공공기관에 등록한다. 차 가격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진다.
▲ 레지 등록증 위 종이는 파는 사람이 아래 종이는 사는 사람이 가져간다. 각각 적어 공공기관에 등록한다. 차 가격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진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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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작성하면서 친구가 말했다. 워낙 내 손글씨가 괴발개발이라 핀잔 겸 충고를 한 듯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동양인은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

공무원이 뭐라뭐라 하지만 거의 못 알아 들었다. 그런데 친구는 이내 뭐라고 답한다. 영어가 허공을 수놓는다. 나는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워홀러에게 거주지역 설정은 필수

"여권 줘."

친구가 말했다. 여권을 주니 이런저런 정보를 입력한다. 미리 적어놓은 서류를 보면서 나를 상담하는 그녀가 슬쩍 사진과 비교 대조해본다. 이후에는 척척 진행된다.

"은행 서류 내."

워홀러는 따로 거주지를 증명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 발급 기록을 가지고 거주지를 확인한다. 서류는 해당 은행 홈페이지에서 발급할 수 있다. 공공기관 내에 컴퓨터와 프린터가 마련돼 있어 미리 준비하지 않고 가도 된다.

"어... 이거 이상한데?"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발급처.

'맨리.' 이전에 살던 곳이다.

"너 이전 안했어?"

알고보니 거주지를 이동하면 은행 거주처도 바꿔야 했다. 특히 워홀러는 신분증이나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라고 한다. 결국 다시 컴퓨터로 뛰어간다. 홈페이지에서 바꾸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친구의 핀잔이 이어졌다.

"미리 알아보고 왔어야지."

그렇게 처리를 하니 금방 끝났다. 20여 호주달러를 수수료 명목으로 냈다. 이제 내 차가 됐다.

어려운 벽 하나를 넘었더니 산을 넘어야 한단다

또다른 과제가 눈앞에 놓여졌다.
 또다른 과제가 눈앞에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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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레지 이전을 끝내니 마음이 놓인다. 이제 보험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자차랑 대물 보험은 따로 들어야 하는 거 알지?"

친구가 이전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특히나 대물은 '풀 프로텍트 보험'이라는 상품에 가입해야 한단다. 일단은 이전이라는 큰 벽을 넘었으니 안심이다. 레지 이전은 등록된 기간을 이전자가 인수받는 것이다. 이전 레지는 대략 10월. 10월 이전에 레지 연장을 해야 한다. 따라서 혼자 그린, 핑크 슬립을 받으러 다녀야 한다.

"연장은 알아서 해."

벽을 하나 넘었는데 이번엔 산이 나왔다. 아직은 멀리 있는 산이니 바라만 보는 수밖에. 이렇게 벽 하나를 넘었다. 호주에서 온전히 차를 소유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중고차, #시드니, #레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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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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