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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들이 한 여성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들이 한 여성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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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려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항상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 택배가 오면 문을 열어줘야 하나 망설이게 돼요."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여자로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게 힘들게 느껴지지만, 최근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엔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느낌이다.

그만큼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안전대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모든 사건과 범죄들을 완벽하게 막아내긴 어렵지만, 지난 2013년 '여성안전특별시'를 선포한 이후 서울시에는 이미 상당히 촘촘한 여성안전 대책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떤 대책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알아보자.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어두운 밤길 집까지 함께 가드려요~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늦은 시각 귀가하는 여성들이 자택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도착 30분 전에만 '120'을 눌러 다산콜센터에 전화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의 집이 속한 구청 야간상황실로 연결해주고 안심귀가스카우트를 신청할 수 있다.

노란 제복을 입은 2인1조 스카우트들이 반갑게 맞이한 뒤 도보나 차량을 이용해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 서울시내 25개 전 자치구에서 주중(월~금)에만 운영한다. 서울 시민이 아니어도 서울 권역에서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스카우트들은 여성 안전과 관련된 일인 만큼 선발과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특히 성희롱 발언이나 개인정보 누설을 금지하는 서약서도 작성한다. 작년 3월 선발한 420명의 스카우트들 가운데 85%가 여성이며, 40-50대가 많다.

양천구에서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이현희씨(49)는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안전에 평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는데 구청 홈페이지에서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 것을 보고 신청하게 됐다"며 "매일 밤 지구대에 출근해 2인1조로 지역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지 전화신청이 늘어 하루에 3-5건이나 동행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 번은 동행한 여성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오다 뒤돌아보니 웬 낯선 남성과 함께 있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다시 가봤는데 역시나 계단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맞닥뜨려 쫓겨내려온 것"이었다며 "그때 만약 스카우트 제도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는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해서 연결된 구청 상황실에 다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 달 스마트폰 전용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여성이 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안심택배 보관함에서 물건을 찾고 있다.
 한 여성이 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안심택배 보관함에서 물건을 찾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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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심택배] 택배 받을 때 문 열어주기 부담스럽다면...

독신여성이나 주부들이 혼자 있을 때 택배가 오면 문을 열어주기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종종 택배기사를 사칭한 강도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안심택배'는 이럴 때 대비해 낯선 택배기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의 무인택배보관함을 통해 물건을 받는 서비스다. 2013년 서울시내 50개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호응이 좋아 매년 보관함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는 160개소까지 늘어났다.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53만 명을 돌파했다.

주로 여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다가구·다세대 주택가와 범죄취약지역인 원룸촌을 중심으로 설치돼 있고, 최근엔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1인가구 밀집도와 택배주문량 다수지역에도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이용자 설문 결과, 사용 이유로 '택배기사와 직접 대면하기 두려워서(13%)'보다는 '출근 등으로 택배를 받거나 대신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69%)'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 바쁜 직장생활로 낮에 택배를 받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택배 주문시 여성안심택배가 설치된 보관함을 물품수령장소로 지정하면 된다. 보관함이 있는 장소는 서울시 홈페이지(http://woman.seoul.go.kr) 혹은 '스마트서울맵'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협약을 통해 홈쇼핑사 홈페이지에 여성안심택배함 주소를 바로 클릭, 지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정한 보관함에 물품이 배송되면 배송일시와 보관함번호, 인증번호가 휴대폰 문자로 전송되고, 문자를 받은 뒤 48시간 내 물품을 수령하면 된다. 이용료는 무료지만 48시간이 지나면 하루 1000원씩 과금된다.

한 편의점에 '여성안심지킴이집' 표지판이 붙어있다. 서울시는 이같은 지킴이집을 연내 10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 편의점에 '여성안심지킴이집' 표지판이 붙어있다. 서울시는 이같은 지킴이집을 연내 10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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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심지킴이집] 다급한 여성, 근처 편의점으로 피하세요

'여성안심지킴이집'은 주택가에 산재한 24시간 편의점을 활용해 다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대피를 돕는 제도다.

지킴이 집으로 선정된 673개의 편의점들은 112와 핫라인 신고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필요한 경우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에 설치된 비상벨과 무다이얼링(전화기를 내려놓으면 112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이용해 경찰이 신속 출동하게 된다. 희망하는 점포에는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에 있지 않을 때를 대비해 호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는 무선비상벨도 지원한다.

2014년 2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지킴이 집들이 작년까지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한 것은 모두 171건. ▲낯선 남자나 취객이 쫓아오거나 ▲만취한 여성이 성폭력 위험에 처하거나 ▲취객이나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할 경우, 편의점 안으로 대피시키고 경찰에 신고한 경우다.

실제로 작년 9월 GS25 신림은하점 신준식 점주는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사장님,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들어온 잠옷 차림의 20대 여성을 창고 안으로 숨기고 무다이얼링 전화기를 내려놓아 경찰에 신고해 피를 흘리며 쫓아온 남성을 경찰이 체포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당황했지만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편의점을 운영하며 사회공헌 활동에 조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4시간 편의점 '여성안심지킴이 집'을 올해 1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안심특별시2.0] 더욱 세심하게, 더욱 촘촘하게

서울시의 이같은 여성 안심대책은 타 시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안심택배는 대구, 제주, 부산, 광주광산구, 성남시 등이 벤치마킹해 운영하고 있고, 여성안심지킴이집 역시 광주, 용인 등 8개 시도가 도입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안심특별시 2.0'을 발표하고 여성안심대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9월을 목표로 개발중인 '안심이'앱에 큰 기대가 쏠리고 있다. 기존의 인프라에 스마트기술을 접목해 여성의 위험을 감지, 구조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귀가시 두려움이 느껴질 때 이 앱을 실행하면 여성의 위치가 자치구 CCTV통합관제센터 상황판에 24시간 실시간 표출된다. 실제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음량버튼을 누르면 영상이 촬영돼 센터로 바로 송출된다. 센터에선 경찰 출동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CCTV의 스피커 기능을 통해 가해자에게 경고방송도 할 수 있다.

올해는 5개 자치구에서 시범운영하고 성과 분석이 끝나면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시행한다.

최근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데이트폭력을 상담하기 위한 전용콜도 오는 7월 신설할 예정이다. 상담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 인력 3명을 채용해 폭력 진단부터 대응방법까지 상담한다.

7월에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몰카'를 추방하기 위한 '몰래카메라안심점검단'도 뜬다. 구별로 2명씩 50명의 점검단을 선발해 전문장비를 가지고 지하철역 화장실, 탈의실, 수영장 등에 설치된 몰카를 찾아 제거에 나선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권진영 주무관은 "강남역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안전이 취약한 만큼 서울시에는 여성 안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여성안심특별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여성안심택배, #여성안심지킴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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