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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라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서울학교에서만 근무한 권혜경(54, 예산여중(충남 예산군)) 교사는 어쩌다가 시골교육 예찬론자가 됐을까?

"소위 스카이대학에 가는 사람은 전국에서 4%도 안됩니다. 그런데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 안에 들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압박감을 갖고 살아가죠. '언제까지 들러리 서면서 준비만 하며 살 것인가, 언제 생을 마감해도 미련이 남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교육 중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찾고 생활의 즐거움을 찾고 성실하게 사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공교육만으로도 아이들이 충분히 잘 배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시골로 이사를 했습니다."

 <무한정보신문>
 <무한정보신문>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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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사는 자녀 둘을 위해 시골살이를 감행한 결과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같은 교육정보(?)를 알리기 위해 책을 써냈다.

지난 2월에 발간, 조용한 호응을 얻고 있는 <서울교사 시골엄마>(산인출판사)다.

저자는 머릿글에서 "우리 집에 다녀갔던 많은 사람들이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네, 참 좋다'라며 부러워하지만, 막상 전원으로 이주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략>…… 시골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우리가족의 생활사를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의 책에는 서울에서 경기도 퇴촌면으로 이사한 날부터 12년살이를 마감하고 충남 도고로 이사오기까지 생활이 3부(△자연에서 배우는 삶 △아이들의 학교생활 △이웃, 함께 나눈 정)로 나뉘어 담겨 있다.

그는 자녀교육을 이유로 도시를 선망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말한다.

"서울 교육의 최일선에서 학생들을 만났던 교사로서의 경험은 내 아이들을 면소재지에서 키우는 동안에도 아이들의 교육을 염려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끼게 할 때가 많았다"

 서울교사 시골엄마
 서울교사 시골엄마
ⓒ 산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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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 번 "이곳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갖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어떤 아이들도 삶에 무기력하거나 심드렁한 모습, 요즘 흔히 부모에 기대어 사는 캥거루 족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한 자립심이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깔려있다.

어떤 일이든 힘들고 거칠다고 피해가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인내심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낯선 환경이나 생활에 대한 도전정신과 강한 적응력, 생활에 대한 성실함도 이곳 아이들이 보여주는 강점이다"며 시골교육의 힘을 강조한다.

'에이, 무슨' 하고 코웃음이 나온다면 반드시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가까이 있어 소중한 줄 몰랐던 예산지역의 좋은 교육환경들을 자녀교육에 십분 활용할 방법이 보인다.

"정년은 가장 작은 학교에서"

권 교사는 2013년 남편의 선대 고향인 충남 아산시 도고면으로 이사를 했다. "우리 가족의 고향이 된 퇴촌면을 떠나기 싫었지만, 홀로 되신 시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자리가 나지 않아 휴직을 감행하는 재수 끝에 시골교사로 입성"했다. 지난해 3월 예산여중으로 부임한 권 교사는 "예산군민이 아님에도 출퇴근하면서 아름다운 벚꽃길을 아침저녁으로 보는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다"면서 "서울시내 고등학교에서만 25년을 근무하다가 시골 중학교(예산군에서는 가장 도시지만), 그것도 여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이 날마다 새롭다"고 즐거워 한다.

"여기 아이들은 참 순해요. 정 많고 예의 바르고, 교사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죠. 이 학교에서는 한 번도 목소리를 높여 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왕따가 없다는 거예요. 물론 소위 문제아들도 있고, 아이들끼리 싸우기도 하지만 혼자인 아이가 없다는 게 너무 감사하죠."

"제가 가르치는 과목이 국어인데요, 수업에 앞서 시 한편을 함께 읽고 쓴 뒤, 느낌과 생각을 기록하는 시(時)수업을 합니다. 서울에서도 했지만 이어지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여기서는 그게 가능해요.

고교보다 입시중압감이 덜한 중학교인데다, 여학생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매일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지역에 사는 환경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시골교사 2년차의 기쁨에 차 있는 권 교사에게 책의 머릿글에서 밝힌 "지금 나는 봄에는 분홍 벚꽃으로, 가을에는 빨간 사과들로 포위당하는 전원 소녀들에게 서울 생활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바로잡는 나침반이 되는 소망을 품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물었다.

"서울은 삶의 질이 결코 좋지 않습니다. 교통 혼잡하죠, 살기 팍팍하죠, 공기 나쁘죠. 청소년기에 꿈은 크게 가져야 하지만 막연한 도시동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여기서도 충분히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만 해도 예산보다 더 작은 면단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자립심 강하고 자존감 높고 삶에 대한 만족감이 큰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을 시골학교, 시골생활에서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 키운 게 아니라 지역에서 잘 키워준 거죠"

권 교사는 심지어 예산여중에서 근무연한이 끝나면, 정년은 가장 작은 학교에서 마치고 싶다고 한다.

"학교는 작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나 교사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할머니교사라고 학생들이 싫어할까봐 정년 전에 명예퇴직을 해야할지 걱정입니다."

설마, 학생들을 어여삐 여기며 "변화와 도전은 심장을 쿵쿵거리게 하고 발을 가볍게 한다. 지금 내 심장이, 내 발이 그렇다"고 책을 통해 전하는, 이 에너지 넘치는 교사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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