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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도에서 자맥질중인 해녀의 모습
 오동도에서 자맥질중인 해녀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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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휴 ~히...후~휴 ~히..."

참았던 숨소리를 내뱉는 오동도 해녀들의 거친 숨비소리다. 숨 가쁜 휘파람 소리가 몇 번이고 계속된다. 고달픈 숨소리는 여인네의 한소리다.

물속에서 막 나온 해녀의 망태에는 거친 숨과 맞바꾼 해삼과 멍게가 통통하다.

오랜 세월 오동도 앞바다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던 해녀들이 내뱉는 영혼의 소리, 숨비소릴 들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작년 겨울까지 보이던 3명의 해녀가 이제는 연로한 탓에 두 명은 잘 보이지 않고 한 명만 보인다.

탈의실 없이 40년 자맥질....3명 남은 오동도 해녀

 오동도의 마지막 해녀가 우산을 펼쳐놓고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오동도의 마지막 해녀가 우산을 펼쳐놓고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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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어느 날 여수 오동도 관리사무소 난간 너머에 시선이 멈췄다.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해녀는 우산 하나 펼쳐놓고 옷을 갈아입을 참이었다. 그는 사람과의 접촉을 되게 싫어했다. 기자가 탈의실이 없어 안타까워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그제야 마음을 연다. 그녀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 할머니 해녀한지 얼마나 되었나요
"자무질한지는 한 40년이 넘었어요."

- 할머니 탈의실이 없어 보기 싫네요
"난 할머니가 아닌데 왜 자꾸 할머니라 불러. 난 제주에서 왔어. 여기서 옷 갈아입은지 오래는 안됐는데 여기서 옷 갈아입던 노인들은 많이 돌아가셨어. 여기에 탈의실 하나 해놓으면 좋제."

- 아~ 죄송해요. 여기서 잠질하는 건 불법은 아닌가요
"여기는 아무나 못 들어와. 우리는 해녀 면허증이 있어요."

 우산하나 펼쳐놓고 옷을 갈아 입는 오동도 해녀
 우산하나 펼쳐놓고 옷을 갈아 입는 오동도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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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녀면허증이 있군요.

"아 있지요 없으면 된다요."

- 여기서 몇 분이나 하세요.
"옛날엔 많이 했제. 지금은 노인 둘하고 나 혼자해요. 종화동 해양공원에는 한 50명쯤 돼요."

- 할머니가 오동도의 마지막 해녀군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요.
"난 할머니가 아니여. 얼른 가시오 나 옷 갈아 입을 랑께."

여수가 생긴 이래 오동도에 해녀는 쭉 있어왔다. 허나 오동도 해녀는 자연감소로 이제 마지막 3명 남아있다. 물때에 따라 자맥질을 한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등재 추진하는 제주해녀, 그런데...

 오동도에 3명의 해녀가 남았다. 자맥질후 물속을 나온 해녀가 거친 숨비소리를 내밷고 있다.
 오동도에 3명의 해녀가 남았다. 자맥질후 물속을 나온 해녀가 거친 숨비소리를 내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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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자맥질 중인 두 해녀가 나란히 오동도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지난 겨울 자맥질 중인 두 해녀가 나란히 오동도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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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22곳의 국립공원중 제주와 여수가 유일하게 지자체에서 국립공원을 운영 중이다. 특히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 관할인 여수시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생태계 채취를 못하도록 되어 있고 오동도 해녀가 나이가 많아 다칠까 싶어 가급적 자제토록 하고 있다. 그분들 생계문제가 있으니 강압적인 단속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오동도의 다른 볼거리는 해녀가 잡아온 멍개와 해삼을 사먹는 관광객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그 모습도 사라져갈 처지다. 다도해 섬이 많은 여수는 전국에서 해녀가 많기로 소문났지만 해녀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등재를 추진 중인 제주해녀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다.

 많은 관광객이 다니는 오동도 난간 너머에서 해녀가 옷을 갈아 입고 자맥질을 한다
 많은 관광객이 다니는 오동도 난간 너머에서 해녀가 옷을 갈아 입고 자맥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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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옷 갈아입을 탈의실이 없다는 물음에 오동도 관리사무소 담당자는 "젊은 할머니는 55년생인데 면허는 있다"면서 "탈의장을 갖춰주면 해녀작업을 허용하는 격이다"라며 "국립공원 내에서 자연생태계를 채취 못하도록 단속은커녕 그런 것까지 허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멍게를 잡아다 팔면 오동도내 상가와 실랑이가 발생해 경찰까지 오갔다"라며 "국립공원 법규를 안 지키는 건 문제가 있지만 통념상 눈감아 주고 계도만 하고 있는 실정인데, 탈의실 만드는 부분은 시장님이 결정할 할 수 있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녀와의 만남. 추운 겨울에도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바다에서 막 따온 멍개와 해삼을 파는 해녀들을 종종 만난다. 그곳에서 먹었던 해삼과 멍게 맛이 얼마나 좋던지...

여수에도 마지막 남은 해녀 할머니들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있고 맘껏 자맥질을 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젊은 해녀 할머니는 오늘도 우산 하나 가린 채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급히 해녀복을 입고 자맥질을 떠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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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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