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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조감도.
 가덕신공항 조감도.
ⓒ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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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부산쪽에서 제기해왔던 입지선정 용역의 불공정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용역을 수행 중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공항의 안전에 필수요소인 고정장애물을 독립적인 평가항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밀양에 유리한 것이다. 고정장애물은 공항 입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CAO)가 정한 공항입지 평가기준이고, 미국연방항공국(FAA) 매뉴얼에도 독립적 평가항목으로 명시돼 있다.

부산(가덕) 대 대구·경북·울산·경남(밀양)으로 경쟁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사업은 전형적인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갈등이다. 이러한 핌피 갈등은 무엇보다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중요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부산, 대구 등 이해관계자들은 이 절차의 공정성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불공정 시비의 불씨를 제공하고, 불복의 명분을 제공하는 실수를 범했다.

지난 2014년 10월 부산, 대구 등 5개 시도지사가 서명한 공동성명서를 보면 "입지선정 등 모든 절차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정부의 용역결과를 수용한다"고 합의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용역 결과에서 입지선정을 좌우할 수 있는 안전성 평가항목이 무시되자 부산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하며 공정하지 못한 용역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혼란은 5개 시도가 2년 전에 국토교통부의 용역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홀히 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입지 선정 평가기준 공개해야

지난 2008년에 진행된 경북도청 이전 후보지 선정 사례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청 이전 예정지의 결정은 '경상북도 도청이전을 위한 조례'에서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23개 시장, 군수와 시·군의회 의장은 2007년 5월 큰 틀에서 합의한다.

2008년 1월에는 권역별로 입지기준 마련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반적 입지기준을 결정한 후, 4월에는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주민공청회를 2개 권역으로 나눠 개최하여 확정한다. 이어서 평가단 구성, 평가방법, 가중치 설정 등 평가지침에 대해 합의하고 이전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12개 시·군에서 11개 지역(안동시, 예천군 공동신청)이 유치신청에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평가단 구성은 23개 시·군에서 1명씩을 추천받고, 나머지 60명은 지역비연고 전문가로 구성한다. 여기서 지역비연고란 직장 및 주소와 본적이 대구, 경북 지역이 아니며 후보지역 시군에서 지난 2년간 학술용역을 수주한 적이 없거나, 도시계획위원 위촉 등 자문활동 사실이 없는 전문가로 명시했다.

2008년 6월 평가위원 83명이 현지 실사를 통해서 매긴 점수 중에서 최고점수 4개와 최저점수 4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한 결과 안동·예천 공동신청 지역이 1위로 선정됐고, 나머지 10개 시·군은 결과에 승복했다.

경쟁에 탈락한 시·군들이 결과에 승복한 것은 도청이전 추진절차에 관한 조례를 미리 제정하고, 이전추진 절차와 추진위원회 운영규칙, 평가항목과 평가단 구성방법 등에 하나하나 합의하며 진행함으로써 유치 신청 시·군들에게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도 이렇게 하면 된다. 경북도청 입지선정 사례에서 보듯이 6개월이면 충분하다. 국토교통부는 지금이라도 입지선정 평가기준과 방법 등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거쳐 용역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신공항 갈등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덧붙이는 글 | 신창현 시민기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환경분쟁연구소장·국토교통부 갈등관리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태그:#신공항, #밀양, #가덕도, #김해공항, #경북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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