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어반자카파

어반자카파의 새 미니앨범 <스틸>의 주제곡 '널 사랑하지 않아'는 단순한 구성의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이 담고 있는 감성은 깊고 복잡하다. ⓒ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디있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때 하는 말이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도저히 그 이유를 찾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사랑이 진짜인 것이다.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사랑하지 않으며, 그 이유가 없다는 한마디. 어반자카파의 이 노랫말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건 이토록 단순한 진실성 때문이다. 이별도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 이유가 없을 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진심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진짜 헤어짐이다. 그래서 그 이별이 슬픈 것이다.  

단순함으로 슬픔을 극대화하다

어반자카파가 27일 자정 공개한 새 미니앨범 <스틸(Still)>의 주제곡 '널 사랑하지 않아'를 들었다. 첫인상은 '완벽한 단순함', 그리고 그것이 주는 '완벽한 슬픔'이었다.

멤버 권순일이 작사, 작곡한 주제곡 '널 사랑하지 않아'는 극도로 절제된 곡이다. 가사, 악기, 멜로디 등 모든 것이 단순하다. 먼저 가사를 살펴보면 1절의 가사와 2절의 가사가 동일한데, 그 안에서도 '널 사랑하지 않아'란 말이 반복되고 있다.

"널 사랑하지 않아 / 너도 알고 있겠지만 / 눈물 흘리는 너의 모습에도 내 마음 / 아프지가 않아

널 사랑하지 않아 / 다른 이유는 없어 / 미안하다는 말도 / 용서해 달란 말도 / 하고 싶지 않아 / 그냥 그게 전부야 / 이게 내 진심인거야 / 널 사랑하지 않아 / 널 사랑하지 않아"

명료하고 직선적인 가사는 간결함을 극대화하며 이 노래에 '여백'을 부여한다. 그 여백이 이 곡의 핵심이다. 가사로 모든 감정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련된 감성을 전한다.


단순하지만 밋밋하지 않다

주목할 것은, 이 여백이 밋밋함이 아니라 오히려 풍성함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 세 보컬이 뚜렷한 자기만의 목소리로 "널 사랑하지 않아"라는 동일한 가사를 부르는데, 마치 한 곡을 다른 세 버전으로 듣는 것 같다. 

단순한 가사에 비해 악기 사용은 노래 후반부로 가면서 복잡해지며 듣는 이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특히 조현아의 보컬부터 시작되는 클래식한 현악기의 사용은 웅장함을 부여하며 슬픔의 감정을 확장한다. 어쿠스틱 기타의 최소화된 연주도 인상 깊다.

신곡 '널 사랑하지 않아'는 27일 자정 발매와 함께 주요 음원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어반자카파의 분명하고도 짙은 감성이 대중에 통했음을 증명했다.

혼성 3인조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그룹 어반자카파는 데뷔 이후, '봄을 그리다', '니가 싫어', '그날에 우리', '겟(Get)' 등 개성 있는 곡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미니앨범 <스틸(Still)> 역시 지극히 어반자카파다운 트랙들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세 명의 멤버가 작사, 작곡에 참여해 각각 자신의 곡을 앨범 컬러에 맞춰 수록한 점이 그들의 색깔을 더욱 또렷히 느끼게 한다.

어반자카파 스틸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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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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